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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A.S.U RED 미디어팀 최재원, 손동주




찰나(刹那)의 희비(喜悲)

630, FC 안양 vs 경찰축구단

 

  518, 그 때의 안양은 비록 패하였으나 강호 경찰축구단과 호각지세로 상대하였다. 그 때의 기세를 그대로 간직하며 630일에 경찰과 다시 만났다. 경찰과 다시 맞붙게 된 안양은 518일의 보여줬던 경기력보다 더욱 발전하였다. 전력상 우위인 팀을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사용하는 역습 전술. 안양은 이 역습 전술이 이전 상주와 경찰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욱 예리해지고 단단해졌다. 그래서일까, 이전에 경찰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욱 위협적이었고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비록 마무리는 아쉬웠지만, 안양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경기마다 증명하고 있다.

 

  이전 경찰과 상대했을 때의 경기와 이번 경기의 안양의 공통적인 핵심은 분명 역습이다. 하지만 이전 경기와의 전술의 차이점이 있었다. 이전 경기에서는 강력한 경찰의 공격에 중원을 장악하기 위한 공격으로 맞대응 한 공격적 역습이었다면, 이번 경기에서는 중원 장악보다 상대에게 점유율을 내주고 빠른 기동력과 패스로 속공을 취하는 역습이었다.


  이 전술은 경찰에게 제대로 발휘가 되었으며, 안양은 속공을 앞세운 역습으로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며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를 많이 창출해냈다. 비록 좋은 기회들이 경찰의 끈질긴 수비와 유현 골키퍼 선방에 막혀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안양의 이러한 전술의 발전은 앞으로의 경기력에 대한 기대가 되는 점은 분명했다.

 

  이러한 전술에 고전한 경찰도 후반전에 들어 힘을 앞세운 전술로 대응하였고, 어느 정도 안양에게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안양은 이전 경기와는 다르게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연계 수비를 강화했기에 경찰의 위협적인 공격을 차단하였고, 무엇보다 이진형의 엄청난 선방으로 여러 차례 실점을 막아내었다.


  또한, 새로운 경찰의 대응 전술에 맞서 안양도 선수 교체와 전술의 변화를 주며 계속해서 공격하고 수비하였다. 잘 공격하고 잘 수비하다가 경기가 끝날 무렵, 경찰 김제환의 그 누구도 예상 못했고 대응하지 못한 중거리슛에 실점을 내주게 되었다. 이번에도 경찰을 상대로 잘 싸우던 안양은 어쩔 수 없는 실점에, 좋은 기회를 잘 마무리 못한 점에 아쉬움을 삼키게 되었다.

 

  비록 이번에도 경찰에게 패배하였지만, 이번 경기로 하여금 저번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18일에 상대했을 때보다 더욱 높아진 경기력으로 대등하면서도 우위였던 모습을 보여준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이번 경기에서 이행한 전술에도 공수간격이 전보다 많이 벌어짐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그 점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선수단 모두가 확실히 느꼈을 것이기에 다음 경기에서 보완된 전술로 더욱 강해질 안양이 기대가 된다.

 

  6월 마지막 날이었던, 630일에 다시 만난 경찰축구단을 상대로 어떠한 전술의 변화가 있었는지, 선수 기용과 교체는 어떤 의도였는지, 또한 안양을 상대한 경찰의 전술은 어떠하였는지에 대해 리뷰해보도록 하겠다.




<선발 라인업 분석>

선발 라인업.JPG

 

- 속공으로 경찰의 방패를 뚫어라

 

  안양은 선발 라인업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조성준의 자리에 마스크맨김원민의 배치, 이상우의 선발 출장 정도가 있었을 뿐이었다. 박성진의 기동력을 활용한 원톱이란 기본적인 전술 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나섰던 518일 경기와는 다른 기용이었다. 그 당시의 경기가 부상 공백과 여러 선수의 실험, 경험 축적을 고려했다면, 이번 경기는 경험과 최근의 경기력을 고려한 기용으로 보일 수 있다. 계속 발을 맞추고 있는 경험 충만한 김효준 돈지덕이 중앙 수비를, 오른쪽을 김태봉이 맡았다. 그리고 4백 라인 보호를 위해 박정식과 정다슬이 배치되었다. 왼쪽은 그대로 박병원이, 전방 2톱은 박성진과 고경민이 자리했다.

 

  그리고 교체 명단에 오랜 부상 끝에 복귀한 김병오가 포함, 데뷔전을 준비하였다. 최근 연습 경기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김병오를 후반에 투입하여 승부수를 띄울 거라 예상되었다. 최진수 역시 교체 명단에 배치되어 공격력 보강을 위한 교체 카드로 쓰일 것으로 보였다.

 

  개인 기량과 피지컬에서 앞서는 경찰에게 맞불을 놓되, 안양의 장점인 기동력을 중심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린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안양의 기동력의 중심에 박성진이 있었다.

 

 

 

<전반전>

 

- 점유율을 내주고 속공을 취하다

 

  경기 양상은 518일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양은 선수비 후역습, 경찰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에 둔 맹공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안양은 생각보다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지 않았다.

 

  경찰은 전반전부터 경기 종료까지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안양의 수비를 위협하였다. 반면 평소 자주 미드필더 진영까지 내려와 수비를 도와줬던 고경민은 전방에 머무르는 비중이 컸고, 안양은 오히려 중원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중원 싸움을 통한 점유율 장악에 큰 힘을 쓰지 않은 것이다.

 

  물론 경찰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인 점도 있었지만, 일부러 안양은 중원 싸움을 치열하게 가져가지 않았다. 오히려 점유율을 경찰에게 내준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안양은 무얼 위해 점유율을 경찰에게 허용했던 것일까?

 

  일반적으로 축구에서 강팀과 약팀이 붙을 경우, 약팀에겐 강팀을 상대하는 방법이 2가지 있다.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공 소유권을 계속 지켜 강팀에게 공격 기회를 내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실상 한계가 있다. 약팀 선수보다 강팀의 선수 기량이 높기에 약팀이 공 소유권을 계속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강팀은 전력상 우위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나서, 약팀이 공 소유권을 지키지 못하게 가만두지 않는 점도 크다. 이런 경우 후방에서 공만 돌리는 극단적 수비 축구로 빠질 수 있어, 승리까지 노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약팀은 어떤 방법을 많이 쓸까? 바로 강팀에게 점유율을 내주어 계속 공격하도록 유인한 뒤, 역습을 노리는 것이다. 축구에서 점유율을 가져간다는 것은 그만큼 공격권을 많이 가져간다는 의미다.

 

강팀 뒷공간.jpg

  약팀을 상대로 주도권을 가진 강팀은 자연스레 공격에 집중하게 된다. 강팀이야 이겨야 본전이니 공격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공수 간격이 멀어지지 않게 수비 라인이 많이 올라오게 된다. 이때 늘어난 강팀의 뒷공간을 빠른 속공으로 역습 한 방을 먹이는 것이다. 이처럼 역습은 강팀을 상대하는 약팀에겐 가장 큰 무기다. 상대의 공격을 어느 정도 허용하되 강하고 빠르게 되받아치는 것, 이것이 역습의 핵심이다.


고경민의 고정.JPG

  그래서 안양은 과감히 2가지를 포기했다. 박성진의 공을 가진 상대 수비수들에 대한 전방 압박, 고경민의 적극적인 미드필더 진영 가담이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고경민은(붉은색 원) 주로 전방에 위치하여 박성진과 최소한의 압박만 하였다.

 

2톱의 고정.JPG 2톱의 고정2.JPG

  그리고 박성진 - 고경민은 수비 상황에선 계속 2톱을 형성, 중앙 수비수들과 이치준의 패스가 중앙으로 이어가지 못하게 벽을 형성하는 움직임만 가져갔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 이번 경기에선 고경민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미드필더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4-2-3-1 포메이션보다는, 박성진과 계속 2톱을 이루는 4-4-2 포메이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정다슬 박정식 콤비도 적극적으로 중원 싸움을 해주지 않았다. 가끔 박정식이 공격수 위치까지 전진 수비를 해서, 경찰의 공격이 중앙으로 이어지지 못 하게끔 차단만 하였다. 대신 둘은 4백 라인 앞까지 물러서서 패널티 박스 사수에 주력하였다. 둘의 수비 가담에 힘입어 안양은 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따라서 경찰은 패널티 박스 전방에서 쉽게 공격 작업을 하지 못 했다. 경기 끝까지 패널티 박스 안으로 찔러주는 침투 패스가 자주 빗나가는 장면이 여러 번 이어졌다.

 

  전반전 시간이 흐르면서 경찰은 측면으로 공격 전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양 윙어인 박병원, 김원민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주었다. 경찰의 양 풀백 오범석, 최광희 둘 다 오버래핑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둘은 양 풀백 이상우, 김태봉과 협력 수비로 측면 공격을 지연시켰다.

 

  결국, 경찰은 높은 점유율에 비해 안양 골문을 쉽게 노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 내내 경찰의 수비진 위치가 자연스레 많이 올라오게 되었다. 안양이 의도한 대로 역습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안양의 공격.jpg

  안양은 주요 공격 전술인 박성진 원톱 중심의 역습에 나섰다. 폭넓게 뛰어주는 박성진을 적극 활용하여 순식간에 뒷공간을 공략하고자 한 것으로 보였다. 수비진이 공을 따내면 정다슬과 박정식에게 연결,(흰색 원) 전진 패스로 양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분홍색 화살표) 대신 박정식은 정다슬보다 앞서 위치, 패스를 주고받으며 정다슬의 탈압박을 도와주었다. 이렇게 해서 공을 소유하는 둘은 번갈아 주로 측면으로 패스를 보내며 공격 전개의 기초를 다져주었다. 혹은 고경민이나 박성진을 향해 전진 패스하여 속공을 이어가게 하였다. (보라색 화살표)

 

  그리고 양 측면의 박병원과 김원민은 각자 다른 움직임으로 박성진과 고경민을 지원해주었다. 왼쪽 측면에서 박병원은 계속 경찰 수비 1~2명을 달고 다니며(주황색 화살표) 오버래핑한 이상우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전진한 고경민에게 패스하여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반대로 김원민은 고정적인 오른쪽 측면 전술을 사용하였다. 위치는 오른쪽 윙어이나, 측면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중앙까지 자주 움직이며 패널티 박스까지 적극적인 침투를 시도하였다.이 부분은 조성준, 최진수가 오른쪽 윙어로 뛸 때도 보이는 움직임이었다. 물론 무조건 중앙으로 침투한 것은 아니었다.

 

  김원민이 중앙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은 2가지 경우였다. 첫 번째는 후방에서의 패스를 받은 박성진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지면, 파란색 화살표) 그 때 김원민이 패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여 기회를 노렸다. (붉은색 화살표)


  두 번째는 김태봉의 오버래핑이었다. (연두색 화살표) 기동력과 오버래핑이 큰 장점인 김태봉은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는데 능하고, 더불어 전진 패스로 박성진에게 공을 전달해주었다. 사실상 공격 상황에서 김태봉이 윙어 역할까지 더불어 해주었다. 그러니 패널티 박스 안 움직임이 좋은 김원민으로썬 침투에 주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김원민은 전반 13분 좋은 슈팅까지 시도할 수 있었다.

 

김원민 중앙 침투.jpg

  박성진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 돌파를 시도하자, (보라색 원) 김원민이 바로 패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한 상태다. (붉은색 원) 박성진은 자신에게 수비가 쏠린 틈을 타 김원민에게 패스,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유현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하며 아쉽게 막히고 말았다.

 

  대신 고경민은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자주 미드필더 진영까지 내려오지 않고 약간 처지거나, 오히려 박성진보다 더 앞에 서는 등 평소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박성진의 고립을 막아주는 동시에 박병원을 도와주면서, 둘에게서 패스를 받아 마무리 짓는데 치중하였다. 오히려 박성진보다 앞서서 자주 슈팅을 시도하는 등 평소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고경민의 움직임은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었다.

 

고경민의 위치.JPG

  위의 상황은 고경민이(붉은색 원) 공을 받은 뒤, 박성진과(노란색 원) 21 패스를 통해 돌파하는 장면이다. 이전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고경민의 적극적인 움직임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며, 안양의 포메이션이 4-4-2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경찰이 수비진까지 끌어올리도록 유인하기 위해 고경민이 자주 중원까지 내려올 필요가 없었다. 또한, 박병원, 김원민이 수비에 자주 가담하느라 역습에 늦어, 최전방에서 공을 받는 박성진이 고립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고경민이 자주 내려가지 않고 위치를 고수, 그 결과 여러 번 슈팅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안양은 점유율을 내주어 공격 주도권을 경찰이 가져가게 하였다. 하지만 탄탄한 수비로 막아내며 이 점을 역이용, 오히려 날카로운 속공으로 경찰 골문을 위협하였다. 이렇게 안양의 역습이 날카롭게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수비 덕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경찰의 공격은 어떻게 전개되었고 안양의 수비는 어떻게 방어할 수 있었을까?

 

 

- 경찰의 맹공을 막아낸 수비 집중력

 

  경찰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양의 수비를 위협하였다. 공격 축구를 중시하는 조동현 감독 아래 단련된 조직력이 경찰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리고 에이스 염기훈은 중앙에 수시로 가담, 점유율을 지키고 공격 방향을 정하는데 도와주었다. 또한 활발하게 움직이는 문기한 이치준 조합이 부지런히 염기훈과 함께 연계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였다.

 

  우선 체격 조건과 연계 둘 다 준수한 양동현 김영후 2톱이 끈질기게 안양의 수비를 흔들어보려 했다. 그러나 안양의 수비가 더 끈질겼다. 양동현을 향해 패스가 오면 김효준이 계속 양동현을 마크, 양동현이 김효준을 등진 상태에서 쉽게 패스나 슈팅을 이어가지 못하게 차단하였다. 더불어 좋은 위치 선정으로 양동현에게 오는 크로스를 먼저 걷어내기도 하였다. 파트너 김영후의 움직임도 위협적이었지만, 돈지덕이 꾸준한 커버링(covering)으로 김효준을 받쳐주며 패널티 박스 안을 장악하는 데 성공하였다. 둘이서 일단 경찰의 2톱을 묶는 데 성공하였다.

 


  안양의 미드필더 4명이 4백 라인 앞에서 저지선을 구축하였다. (붉은색 원) 이렇게 미드필더들이 저지선을 형성하여 4백 라인(보라색 원) 보호에 큰 활약을 해주었다.

 


  특히 정다슬 박정식 콤비의 활약이 컸다. 활동량이 많은 박정식은 가끔씩 미드필더 진영보다 올라가서 수비를 하면서 경찰의 중앙 공격을 먼저 차단해주었다. 반대로 정다슬은 보다 후방에 배치, 4백 라인 보호에 신경 썼다. 이 둘의 수비 가담 덕분에 위 사진과 같은 중앙 밀집 수비가 형성되어, 경찰은 중앙으로 쉽게 공격을 전개할 수 없었다.

 

  경찰의 치열한 측면 공격에도 안양은 골문을 지키는 데 성공하였다. 우선 김원민과 박병원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수비 가담에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염기훈 최광희의 왼쪽 공격이 안양의 오른쪽 수비에 큰 위협이 되지 못 했다. 염기훈이 공격의 흐름을 잡아주고 방향을 정해주는 플레이메이킹에 치중했기 때문이었다.


  염기훈은 자주 중앙에 가담하느라 측면에 고정되지 못 했다. 그리고 원래 오른쪽에서 뛰던 최광희는 왼쪽이 어색한지 오버래핑이 위협적이지 못 했다. 오히려 경찰의 왼쪽 공격이 잘 안 되고, 염기훈이 자리를 비우다 보니 김태봉이 오버래핑할 수 있는 공간과 타이밍이 생기기까지 하였다.

 

  반대로 경찰의 오른쪽 공격도 생각보다 날카롭지 못했다. 오범석이 박병원의 돌파를 의식하였는지 과감히 오버래핑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오른쪽 윙어 배기종도 이상우의 노련한 수비에 막혀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렇듯 경찰의 측면 공격이 오른쪽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위협적이지 못했다. 도리어 공격을 차단한 안양의 역습 기회를 내주곤 하였다.

 

  롱패스를 전개해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오른쪽 측면에서는 오범석, 왼쪽 측면과 중앙에선 염기훈이 롱패스를 통해 공격진에 연결하였다. 물론 롱패스가 경찰의 슈팅까지 연결되었지만, 정다슬 박정식 콤비를 앞에 놓은 4백 라인을 뚫기엔 쉽지가 않았다.

 

  이처럼 안양은 경찰에게 점유율을 내줬지만, 탄탄하게 중앙 밀집 수비를 앞세워 공격의 날을 꺾어버리는 데 성공하였다. 겉으로는 밀린 듯 보였지만 공격의 날카로움은 오히려 경찰 못지않았다. 더불어 박성진과 고경민이 동료의 수비 부담만큼의 역습을 펼쳐주었다. 전반전 동안 안양은 예상과 달리 크게 밀리지 않으며, 후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었다.

 

 

 

<후반전>

 

- 힘을 중시한 과감한 경찰의 교체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경찰은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이호 대신 김제환을, 배기종 대신 정조국을 투입하였다. 이른 2장의 교체 카드로 경찰의 전술에 큰 변화가 있었다.

 

경찰의 포메이션 변경.JPG

  우선 중앙 수비수인 이호가 나가면서 오른쪽 풀백 오범석이 김동우와 함께 중앙 수비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오범석의 자리로 왼쪽에서 뛰던 최광희가 이동했고, 왼쪽 풀백 자리에 김제환이 들어갔다. 그리고 배기종의 자리에 김영후가 대신 배치되었다. 마지막으로 정조국은 양동현과 2톱을 이루게 되었다.

 

  조동현 감독이 2장의 교체 카드를 써가면서 이토록 큰 변화를 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음과 같이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경찰 중앙 수비수들은 피지컬은 좋지만, 전체적으로 발이 느린 것이 약점이다. 이 부분은 동작이 빠른 안양 공격진에게 이점이 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조동현 감독은 피지컬도 준수하며 중앙 수비수도 소화 가능한 오범석을 재배치, 기동력 부분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도 오범석은 몇 차례 중앙 수비수를 소화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색한 왼쪽에서 뛰는 최광희를 본래 위치인 오른쪽에 두어 플레이가 살아나게 하였다. 그리고 원래 윙어인 김제환을 왼쪽 수비에 두어 공격력을 살리고자 했다.

 

  즉, 안양 공격진의 기동력을 봉쇄하기 위해 오범석을 중앙 수비수로 내리는 동시에 최광희 재배치와 김제환 투입으로 공격력도 강화한 것이다.

 

경찰의 주요 공격진인 양동현, 김영후, 정조국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제공권이 좋아 포스트 플레이에 능하며, 득점력 좋고 서로 간의 연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집중력이 높고, 패널티 박스를 장악한 안양의 수비진을 무너뜨리기 위해 조동현 감독은 을 택하였다. 그리고 을 위해 정조국 카드를 빠르게 꺼내든 것으로 보였다. 대신 그나마 기동력 좋은 김영후를 배기종 대신 오른쪽 측면에 배치하였다.

 

  조동현 감독의 교체 카드는 적중하는 듯 보였다. 재정비된 양 풀백인 최광희, 김제환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하였다. 문기한 이치준은 계속 해서 중원에서의 패싱 플레이, 안양의 역습 저지 등에서 제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힘이 좋은 김영후가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을 줄곧 시도했다. 경찰의 공격이 압박중심으로 바뀐 것이었다.

 


<이진형의 슈퍼 세이브 장면. (보라색 원) 이 슈팅을 날린 것은 정조국이었는데(붉은색 원), ‘을 앞세워 안양 수비를 무너뜨리고자한 경찰의 교체 의도를 잘 보여주었다.>

 

  교체로 투입된 정조국은 피지컬로 안양 수비를 밀어내며 위협적인 슈팅을 여러 번 시도하였다. 하지만 김효준은 끝까지 정조국에게 슈팅할 공간을 내주지 않는 끈질긴 수비를 보여주었다. 후반 17, 김효준의 수비를 결국은 뚫어낸 정조국이 회심의 정면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이진형의 화려한 슈퍼 세이브가 터져 나왔다. 이후 이진형은 여러 차례 슈퍼 세이브를 보여주며 안양 수비의 벽을 두껍게 쌓았다.

 

  경찰의 맹공에도 안양은 오히려 공격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다슬 대신 투입된 최진수를 투입한 것이었다. 수비 임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박정식이 4백 라인을 보호해주고, 최진수에게 2선 침투를 맡겨 공격력까지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최진수도 우선은 4백 라인 앞에서 수비에 치중하였다.

 


  경찰의 공격을 차단하면 바로 역습에 나섰으나, 안양의 역습은 생각보다 쉽사리 풀리지는 못했다.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치중한 만큼 위 사진과 같이 공수간격이 벌어진 것이 문제였다. 중앙에서 공을 끊어낼 경우, 안양은 주로 왼쪽으로 공을 보내 박병원을 통한 역습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공을 보내기도 전에 문기한과 이치준이 무섭게 달라붙어 패스를 막거나 빼앗아내 도리어 역습을 시도하였다. 심지어 공격수들까지 내려와 압박, 안양의 속공이 이어지지 못 하게 방해하였다.

 

  다행히 수비진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 소유권을 지켜내기도 했지만, 그 사이에 속공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최진수나 박정식 둘 중 하나가 과감히 전진해야했지만, 경찰의 힘 실린 맹공을 막기 위해 둘 다 섣불리 전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문기한과 이치준, 공격수들의 전방 압박이 강했던 점도 작용하였다.

 

  측면으로 공격을 이어나갈라치면 경찰은 하프라인 넘자마자 파울로 끊어냈다. 발 빠른 안양의 역습을 내주느니 차라리 프리킥을 내주겠단 의도였다. 또한, 패널티 박스 공략도 쉽지 않았다. 189cm의 장신이자 피지컬이 좋은 김동우가 몸싸움으로 안양의 공격을 무위에 그치게 하였다. 또한, 기동력 좋은 오범석이 바로 김동우의 뒤를 받쳐주며 다른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안양의 빠르게 뒷공간을 노리는 작전은 적중했지만, 김동우 오범석 등 경찰의 힘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상대가 몸싸움으로 거칠게 나오면 고전하는 장면이 다시 반복되었다. 상대의 거친 압박을 빠른 패스와 움직임으로 돌파하는 패스 & 무브(Pass & Move)가 필요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공수 간격이 넓어진 문제와 문기한 이치준의 활발한 압박으로 꾸준히 패스 & 무브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겨우 역습을 이끌어간다 해도 경찰의 파울로 저지기도 하였다. 이렇게 얻은 프리킥 기회가 많았지만, 유현의 공중볼 처리에 막혀 잘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 세차가 두드렸으나 열리지 않은 경찰의 골대

 

  ‘을 살리고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자 안양의 역습이 잘 풀리지 않기 시작했다. 롱패스 시도가 늘어나긴 했지만 경찰의 힘에 밀려 기회를 만들어가기 힘들었다. 경찰의 과감한 교체 전술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양도 경찰의 에 맞서 남궁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대가 힘으로 제압하려 한다면, 그에 맞춰 피지컬 좋은 남궁도를 내보낸 것이다. 이 카드는 적중하여 안양은 역습 기회를 좀 더 살릴 수 있었다. 남궁도가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고, 공중볼을 따내면서 차근차근 전진하게 되었다.

 

  또한, 경찰 선수들이 점점 지치면서, 박병원의 왼쪽 돌파와 김태봉의 오버래핑에 이은 오른쪽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로스와 슈팅을 모조리 잡아버리는 유현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으로 득점이 터지지 않았다.

 

  경찰은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하였다. 오른쪽 측면으로 옮긴 뒤 부진한 김영후 대신 안성빈을 투입한 것이었다. 박병원이 역습에 자주 가담하는 것을 노려 안양의 왼쪽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점점 위협적인 크로스와 패스가 패널티 박스로 날아들었고, 점차 경찰의 공격이 매서워졌다. 그렇지만 안양의 수비 집중력이 끝까지 발휘되며 이진형의 선방까지 계속 빛났다.

 

  그리고 안양은 김원민 대신 김병오를 투입하며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재활을 마치고 선수단에 합류, 연습 경기 동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김병오의 첫 데뷔전이었다. 무엇보다 활발히 움직이느라 지친 김원민의 오른쪽을 준족인 김병오 투입으로 보강하겠단 교체로 보였다.

 


<염기훈은(파란색 원) 측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앙으로 이동,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였다. 이는 공격 방향 전환과 패널티 박스 공략에서 염기훈의 정확한 왼발을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측면에서의 염기훈의 공백을 김제환이 적극 오버래핑하여 메워주었다.>

 

  안양이 차차 과 기동력을 강화하는 동안, 경찰은 측면에서부터 안양의 수비를 무너뜨리려고 하였다. 우선 한 측면을 공략하려다가 여의치 않으면, 짧은 패스로 빠르게 반대쪽으로 공격 방향을 전환하였다. 그리고 그 빈도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염기훈도 중앙까지 나아가는 움직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염기훈은 측면에서도 활약하다가 중앙으로 이동, 패스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며 패널티 박스 공략을 위해 계속 움직였다.

 

  중원을 경찰에게 일부러 내준 안양으로선 이 공격 방향 전환을 막기 쉽지 않았다. 대신 크로스나 측면 돌파를 최대한 저지하며, 패널티 박스 안 공간을 내주지 않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최대한 공격수들에게 공이 가지 않도록 막아낼 수 있었다. 수문장 이진형도 멋진 선방을 계속 선보이며 골문을 굳게 지켜냈다.

 

  안양은 경찰의 공격을 끊어내면 꾸준히 측면을 통해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했다. 그리고 점차 기회를 만들어갔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남궁도의 11 기회와 박병원의 절묘한 슈팅 모두 측면을 통한 역습에서 만들어진 기회들이었다. 하지만 경찰 수비수들의 힘과 유현의 이진형 못지않은 선방으로 안양의 역습을 무위에 그치게 하였다.

 

  그러나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던 후반 47, 왼쪽 풀백인 김제환이 갑자기 먼 거리에서 골문으로 슈팅을 시도했다. 김제환의 슈팅은 감겨 들어가며 골대 구석으로 향했다. 이진형이 뛰어올랐지만, 공은 야속하게 정확히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굳게 버티던 안양의 골문이 뚫린 통한의 순간이었다.

 

  이 실점은 어느 누구의 실수로 비롯된 득점이 아니었다. 안양은 경기 내내 미드필더들까지 내리며 수비에 집중하였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공간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김제환의 슈팅 장면 당시, 염기훈과 정조국, 안성빈 등 3명이 패널티 박스에 진입해있었다. (파란색 원) 안양은 수비진과 미드필더들이 달라붙는 밀집 수비를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김제환을 막는데 선수들이 쏠릴 경우, 진형이 흐트러져 김제환이 3명에게 패스하기 수월해지는 위험이 따랐다. 따라서 김제환을 섣불리 수비하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패널티 박스 사수에 집중해야 했던 안양으로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진형 골키퍼가 막기엔 잔인하게 절묘한 슈팅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김제환에게 큰 운이 따랐고, 안양에겐 큰 불운이 따랐던 실점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안양은 공을 빠르게 전개하여 오른쪽 측면을 노렸다. 김병오가 빠르게 돌파하면서 코너킥을 얻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제공권을 장악한 유현이 펀칭으로 이상우의 코너킥을 걷어냈다. 공이 마침 뒤에 머물러 있던 최진수에게 떨어졌고, 그대로 골대 구석으로 밀어 찼다. 그러나 유현의 야속한 슈퍼 세이브가 터지며 회심의 슈팅이 막히고 말았다. 좋은 경기를 펼쳤던 안양 선수들은 그만 아쉬움을 삼키고 말았다.

 

 

 

<총평>

 

- 줄어든 격차, 희망은 있다

 

  선발 라인업, 부상 선수 복귀, 그리고 시즌이 어느 정도 지났다는 점이 있겠지만, 안양은 경찰을 상대로 호각지세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오히려 518일 경기보다 더욱 호각지세였다. 이전보다 경기력의 격차가 줄어든 데에는, 경기당 1.8골을 터뜨린 경찰 공격진을 봉쇄한 수비가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경찰이 후반 시작하자마자 2명을 교체, 큰 전술 변화를 줄 정도였다. 비록 마지막 중거리슛을 내줬지만, 경기 내내 경찰의 공격을 다그치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 안양의 4백 라인이 정착되었고, 두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력이 안정화된 결과로 보인다. 개인 기량이 좋은 경찰 선수들을 상대로 비효율적인 수비, 순간적인 집중력 약화 등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안양 수비진의 가장 약점이었던 세트 피스 수비까지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것도 제공권으론 여타 K리그 클래식 팀에 뒤지지 않은 경찰이었기에 더 뜻 깊다. 더불어 이진형 골키퍼의 뛰어난 슈퍼 세이브들이 수비 안정화의 방점을 찍었다.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김효준, 돈지덕, 이상우, 변성환 등과 최근 기량이 폭발하고 있는 김태봉, 그리고 항시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유망주 정현윤과 가솔현 등 수비진들 고루고루 경험을 쌓고 있다. 4백 라인에 있어 경험은 수비 조직력이고, 수비 조직력은 수비 안정화로 이어진다.

 

  강팀의 조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수비 안정화이다. 이번 경기에서 보여줬던 수비력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 대다수 K리그 챌린지 팀들이 아직 수비 안정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와 같이 수비 안정화를 이어간다면, 경찰뿐만 아니라 다른 K리그 챌린지 팀들과의 경기에서 수비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 공격에 대해서 되짚어보다

 

  안양의 공격진들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조동현 감독이 수비까지 신경 써서 전술을 바꿨음에도 계속해서 역습 기회를 많이 만들어냈다. 하지만 경찰의 이 너무 강했고, 유현 골키퍼가 야속할 정도로 잘했던 경기라 공격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공격 전술에 관해서 한 번 되짚어볼 부분이 있다. 바로 공격 전개 과정이다.

 

  안양은 주도권을 가져가는 경기보단 보통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사용한 경기들이 많았다. 특유의 패싱 플레이로 천천히 상대의 빈틈을 예리하게 파고들기보단, 상대를 충분히 유인하여 뒷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 중심은 주로 원톱 박성진이 맡고 있다.

 

  이러한 전술은 상대가 공격에 치중하여 공수 간격이 넓어지는 경우 효과적이다. 525일 충주전, 66일 상주전, 610일 부천전 모두 상대의 넓은 공수 간격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여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역습 시도를 한 만큼 슈팅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경찰이 공격을 강화시키면서도 공수 밸런스를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이다. 활동량 많은 문기한 이치준이 효과적으로 중원을 장악하여 공수 간격이 벌어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리고 후반엔 안양의 빠른 역습에 대비하여 기동력이 좋은 오범석을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였다. 공격적인 교체로 보였지만, 오히려 수비 밸런스까지 고려한 교체였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역습 전술에서 역습의 시작은 상대의 공을 빼앗아 공 소유권을 가져온 때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안양의 공수 간격은 오히려 경찰보다 넓었고, 역습 전개가 쉽지 않았다. 양 윙어들은 수비 가담에 치중했고, 고경민은 박성진의 고립을 막기 위해 전진 배치되어 있었다. , 미드필더가 수비적으로 나서는 만큼 생기는 공수 간격을 어쩔 수 없이 넓게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선뜻 전진 패스할 수 없었던 박정식, 정다슬, 최진수 등은 공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역습 타이밍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후반전 동안 안양의 공격 전개는 측면 중심으로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측면을 통한 역습도 상대의 파울이나 몸싸움에 밀려 막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고 롱패스로 최전방에 보내도, 경찰의 힘과 제공권에 밀려 공을 따내기 힘들었다.

 

  물론 모든 역습이 슈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걸 바라는 것 또한 과한 욕심이다. 하지만 역습이란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 만큼 높은 정확성과 속공이 필요하다. , 둘 다 얻을 수 있는 부분 전술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안양이 택할 수 있는 부분 전술은 2가지이다. 안양 특유의 패싱 플레이를 살려 패스 & 무브를 더욱 단련하는 것과, 롱패스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전자는 선수 간 간격을 좁히고, 패싱 플레이의 기본인 삼각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위에서 말한 패스 & 무브가 정착되어야 하고, 팀 조직력도 탄탄해야 한다. 또한 계속 패스를 주고받기 위해 움직여야 하다 보니 선수들의 체력도 따라줘야 한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후자는 제일 빠르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롱패스를 맡은 선수들이 전방 압박을 당하면 공격의 활로가 막히고, 공격진들이 수비수와 몸싸움 등 경합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그리고 자칫하면 뻥축구가 될 수 있는 만큼, 롱패스가 상당히 정확해야 효과적인 속공을 펼칠 수 있다.

 

  안양은 충분히 2가지 방법을 소화할 수 있다. 롱패스, 스루 패스가 좋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있고, 공격진 전체가 기동력이 좋다. 둘 다 가능하면 좋지만, 올 시즌은 사실상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우선 한 가지 부분 전술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다음 경기에서 안양은 강력한 압박을 자랑하는 고양과 맞붙게 된다. 지난 62일 원정 경기에서 고양은 미드필더 진영을 두껍게 쌓으며 안양을 고전시킨 바가 있다. 아마 이 경기에서 위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드러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상위권으로 가기 위해, 강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안양이 어떤 전술과 어떤 플레이를 들고 나올지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profile
    우제간 2013.07.05 22:36
    확실히 팀이 많이 정비된 모습이었습니다
    안양만세
  • ?
    양승호 2013.07.09 09:13
    안양만만세~~잘 읽었습니다~~
  • ?
    맹익재 2013.07.10 15:04
    다음에는 경찰만나면 반드시 이깁니다!
  • ?
    김선양 2013.07.11 11:32
    마지막 최진수선수의 슈팅.... 정말 아쉬웠습니다.
    다음에는 꼭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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