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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 : A.S.U RED 미디어팀 최재원, 손동주




순간의 허용

9 21, FC 안양 vs 부천 FC 1995

 

  5경기 연속 무승을 거두고 있는 안양은 지난 광주 원정에서 새로운 활력을 가지고 왔다. 리그 시작 후,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광주에게서 승리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또한, 피지컬 축구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안양이 지난 광주를 상대로 밀리지 않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2:1로 역전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새로운 활력을 가져온 안양이 홈경기 승리를 위해 맞이한 상대는 부천이었다. 상대 전적은 2 1패로 안양이 우위에 있고, 부천은 13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했기에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경기였다.

 

  부천과의 네 번째로 맞붙게 된 경기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후반 막판까지의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해 통한 한 골의 실점을 내주면서 패배하게 되었다. 이날의 경기에서 안양은 4-2-3-1의 전술을 오랜만에 사용하였다. 이 전술의 핵심인 패싱플레이가 돋보이면서 지공으로써 부천의 골문을 여러 차례 위협하였다. 그러나 3-5-2의 전술을 들고 온 부천이 오랜 기간 승리하지 못한 이유 때문인지 상당히 수비적인 전술로 대응해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부천은 안양의 지공과 패싱플레이를 많은 수의 수비로 공격을 차단하였다. 공격 시에는 수비에 많은 인원을 두었기에 역습과 속공 위주로 적은 공격인원으로 직접 돌파를 시도하는 식의 전술을 사용하였다. 이에 안양은 부천의 지공에는 효율적인 수비를 보였지만, 속공에는 고전하였다. 그 이유는 안양이 패싱플레이로 지공을 펼쳐나가면서 수비라인이 평소보다 올라가게 되면서 이 점을 부천이 속공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천의 속공을 몇 차례 놓치게 되면서 위험한 순간이 있었으나 이진형의 뛰어난 선방으로 실점을 면할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경기 내내 양 팀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다가, 후반 44분에 부천의 속공에 실점을 허용하게 되었다. 한순간의 속공으로 상대의 공격을 놓치게 되면서 상당히 아쉬운 실점을 하게 된 것이다. 순간의 집중력 부재를 탓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분명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체력 소모로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체력 소모는 경기를 치르는 양 팀 다 똑같은 조건인 것도 사실이다. 결국, 집중력을 어느 팀이 끝까지 유지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최근 안양이 집중력 부재로 실점한 경험이 있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비록 패배하기 했지만, 안양이 풀어야 할 과제가 눈에 선명히 보였다. 상대의 전술에 고전했을 때 그에 대한 빠른 대처법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법, 그리고 모든 팀이 해당할 문제이겠지만 득점 기회 시의 결정력. 리그 첫해고, 올해 새로이 시작된 안양이기에, 모든 코치진과 선수진이 안양이라는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가는 단계이다. 그렇기에 경기마다 주어지게 되는 과제와 앞으로 생길 과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면 완전한 안양으로 거듭날 것이 분명하기에 계속 힘찬 발걸음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아쉽게도 홈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알게 된 부천과의 경기에서 안양은 어떠한 전술과 선수기용을 선보였는지. 이를 상대한 부천의 전술과 선수기용은 어떠하였는지 리뷰해 보도록 하겠다.



 

<선발 라인업 분석>

선발 라인업.JPG

교체 명단 : 21 정민교, 34 돈지덕, 35 변성환, 10 김영남, 15 한동원, 18 이완희. 33 남궁도


- 4-2-3-1 포메이션으로의 회귀, 그리고 변화

 

  안양은 4-4-2 포메이션 대신 다시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부동의 공격수 철인 박성진을 원톱으로 두고, 김원민을 공격형 미드필더(메디아 푼타)로 두었다. 그리고 좌우엔 저돌적인 돌파의 박병원과 조성준을 배치하였다. 그 뒤를 받쳐줄 중앙 미드필더로 최진수 박정식 콤비가 자리하였다.

 

  김원민이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해도, 좌우 측면으로 나서는 박성진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사실상 김원민이 공격수 역할을 겸하게 될 것으로 보였다. 또한, 여기에 박병원, 조성준까지 가담할 포지션 체인지가 어떤 효과를 거둘지, 최진수 박정식 콤비의 공수 가담 등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기동력과 서로 간의 연계를 활용하고자 한 선수기용으로 볼 수 있었다.

 

  수비진에선 정현윤, 이상우가 그대로 배치되었고 김태봉이 오랜만에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정다슬이 처음으로 중앙 수비수로 기용되었다. 주로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 뛰던 정다슬은 포어 리베로 역할을 소화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정현윤 정다슬 조합이 어떻게 활약하느냐가 수비 전술의 핵심이라 볼 수 있었다.

 

 

 

<전반전>

 

- 안양의 빛나는 패싱 플레이

 

  전반전 시작부터 경기는 기동력 승부로 흘러갔다. 우선 부천은 그동안 쓰던 4백을 버리고 기존의 변칙적으로 3-5-2 3-4-3을 병행하는 포메이션을 다시 가동하였다. 임창균이 공민현과 유준영보다 처져, 플레이메이킹에 힘쓰는 변칙적인 3톱을 활용하였다. 그리고 이후권과 오재혁이 윙백으로 나서 측면 공격을 지원해주었고, 송치훈과 김태영이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3백에서 박재홍이 리베로처럼 미드필더 진영에 가담하여 중원에 힘을 실어주었다.

 

  안양은 4-2-3-1 포메이션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며 패싱 플레이까지 구사하며 부천을 공략하였다. 포메이션 상 미드필더를 5명이나 두어 중원에서 패싱 플레이를 풀어가기가 수월하였다.


 메디아 푼타.jpg

  4-2-3-1 포메이션의 핵심은 3의 가운데인 공격형 미드필더(메디아 푼타)의 활용이다. (노란색 원) 메디아 푼타는 플레이메이커와 연결 고리 역할을 소화하며, 주변 동료들과의 연계가 특히 중요하다. (파란색 화살표) 4-2-3-1 포메이션 자체가 플레이메이커인 메디아 푼타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 축구를 위해 구성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원톱이 고립되지 않도록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위치에 선 김원민의 활용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원민은 탈압박이 능하며 연계와 찬스 메이킹, 여기에 득점력까지 갖추어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김원민은 박성진의 움직임에 맞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박성진은 최전방에 고정되어 포스트 플레이나 득점 기회만 노리지 않는 유형의 선수다. 주로 좌우 측면으로 진출하거나, 찬스 메이킹을 해주는 등 많은 역할도 소화하고 있다. 그래서 김원민은 박성진의 위치에 따라 위치를 조정하며 연계에 주력하였다.

 

최진수 찬스.jpg 

  전반 19분 최진수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박성진은 최전방에서 내려와 공을 받아주고 김원민에게 패스하였고, 오버래핑하는 최진수에게 (붉은색 원) 스루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보라색 화살표) 이 장면들처럼 김원민은 박성진과 연계를 통해 찬스 메이킹을 해주거나, 직접 득점을 노리기까지 하였다.

 

안양 제한된 포지션 체인지.jpg

  다만 지난 경기처럼 공격진 간의 포지션 체인지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단 김원민이 메디아 푼타 역할을 소화하는 데 주력하여 좌우 측면으로 진출할 수 없었단 점이 컸다. 더구나 박성진이 오른쪽 측면으로 진출하면서 공격수 자리가 비기 때문에, 김원민이 그 자리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붉은색 원) 따라서 안양의 공격은 빠르게 이루어졌지만, 오른쪽 윙어 조성준이 (노란색 원) 박성진과 (보라색 원) 포지션 체인지를 하는 등의 제한적인 포지션 체인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노란색 화살표)

 

후방 패싱 플레이.jpg 

  그리고 김원민을 활용하기보다, 지공으로 전환하여 위의 사진과 같은 패싱 플레이를 펼치는 장면이 더 많았다. 4백 라인과 최진수 박정식 콤비가 계속 패스를 돌리며 점유율을 확보하였다. 또한, 롱패스를 더해 경기장을 넓게 쓰며 유연하게 공격 전개 방향을 바꾸는 등 그러다가 틈이 나면 바로 공격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양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전방 윙어들에게 패스를 공급해주었다.

 

  김원민의 활용보다 패싱 플레이가 활발히 이루어진 것은 부천의 수비 중심의 경기 운영 때문이었다. 부천은 역습 대기 자원을 최소한으로 두고, 나머지를 수비에 주력시켰다. 또한, 5백으로 중앙 밀집 수비까지 펼쳤다. 따라서 속공을 펼치기엔 부천 수비 숫자가 많아, 차근차근 공략하는 지공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탈압박이 뛰어난 김원민도 부천 수비가 중앙에 밀집된 탓에 공을 전달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안양은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만, 전반 중반을 기점으로 공격 전술에 변화를 주게 되었다.

 

  기동력을 중시한 부천의 위협적인 공격 대부분은 속공 위주의 역습을 펼쳤다. 부천은 공격진의 장점인 기동력을 적극 활용하였다. 부천 공격진은 김상록을 제외하고 대부분 신인이거나,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피지컬이나 체력 등은 뛰어나지만, 경험이 적어 경기 운영 등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부천은 선수 개인의 돌파를 주력으로 한 전술을 준비하였다. 견고한 안양 수비를 상대로 연계하다 빼앗길 가능성이 높으니, 아예 직접 돌파하여 뚫어보겠단 의도였다.

 

  그리고 부천 속공의 중심엔 임창균이 있었다. 임창균은 개인기와 돌파가 위협적이지만, 순간 만들어내는 찬스 메이킹이 가장 위협적이다. 임창균은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뛰며 안양의 사이 공간을 공략하였다.

 

사이공간 침투.jpg 

  전반 3분에 나온 부천의 기회를 살펴보자. 뒤에서 날아온 헤더 패스를 받아낸 임창균이 하얀색 화살표로 표시된 사이 공간에 침투한 상태. (붉은색 원) 앞에 있던 공민현에게 (노란색 원) 스루 패스를 찔러주며, (붉은색 화살표) 공민현의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만들어내었다.

 

  이후 여러 번 기회에서도 임창균은 위협적인 찬스 메이킹으로 안양 수비진을 위협하였다. 이처럼 부천은 적은 숫자로 풀어가는 역습을 사이 공간에 침투한 임창균의 찬스 메이킹에 의지하였다.

 

  다만 이전 경기와 비교하면 지공 상황에서도 부천의 공격 숫자가 많지 않았다. 안양의 역습에 오히려 패배했던 지난 경기들을 의식한 건지, 수비 숫자를 많이 두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그러나 부천은 적은 숫자로도 위협적인 속공을 펼칠 수 있었다. 사이 공간에 위치한 임창균의 플레이메이킹도 있지만, 선수 개개인의 돌파를 주력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전반 초중반 안양은 포지션 체인지라는 무기를 크게 활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중앙 밀집 수비에 막혀 김원민을 활용하기보단 패싱 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부천 수비를 공략하게 되었다. 반대로 부천은 임창균을 중심으로 한 위협적인 속공을 선보이며 안양에 맞섰다. 이렇게 경기는 패싱 플레이에 바탕을 둔 안양의 지공, 빠른 기동력을 살린 역습의 부천 구도로 흐르게 되었다.

 

 

- 지공과 속공의 충돌, 양 팀의 수비는?

 

  우선 안양 수비진은 부천의 지공을 잘 막아냈지만, 부천의 속공에는 고전 아닌 고전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부천의 공격 전술은 계속해서 안양에게 위협이 되었다. 경기 동안 부천 선수 한 명의 돌파로 인해 수비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실점을 내주지 않았지만,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하기도 하였다. 왜 안양은 부천의 이러한 공격에 고전하였을까?

 

  먼저 언급했듯이, 안양은 지공 위주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그러다 보니 패싱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게 4백 라인이 미드필더 진영과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었다. 또한, 미드필더들의 공격 가담이 잦아 간격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4백 라인이 많이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진수와 박정식, 김태봉, 이상우가 오버래핑하게 되면서 수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로 안양의 진형 자체, 특히 미드필더들의 수비 전환이 느려지게 되었고, 부천은 이 틈을 사이 공간 공략과 함께 선수 개인의 돌파 등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이러한 부분은 흔히 주도권을 잡아 공격적으로 나서는 팀의 약점을 이용한 유용한 역습 전술이다. 주도권을 잡은 팀은 자연스레 미드필더들까지 올려보내면서 공격 숫자를 많이 두게 되고, 반대로 수비 숫자가 줄어들어 수비에 공간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 공간을 빠른 선수들을 이용한 속공으로 공략하는 역습이 적중할 가능성이 커진다. 부천도 안양의 빈 공간을 노린 것이었다.

 

  안양은 대신 활동 범위가 넓고 효율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정현윤, 넓은 활동량을 자랑하는 박정식과 최진수, 제공권이 높은 정다슬 등을 수비에 고정해두었다. 정다슬이 공중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 밑은 둘이서 담당하는 식으로 수비하였다. (여기서 박정식과 최진수는 번갈아 오버래핑하였다.) 그러나 셋의 기본 위치가 중앙이기 때문에 넓은 범위를 전부 맡기엔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안양은 점차 양 풀백의 오버래핑 횟수를 줄이며 수비를 견고하게 다졌다.

 

  하지만 부천은 최전방으로 롱패스를 보내기보단, 사이 공간에 위치한 선수에게 공을 보낸 뒤 돌파로 역습을 전개하였다. 그러다 보니 미드필더들의 공수 전환이 늦어지는 안양은 몇 차례 기회를 허용하기도 하였다.

 

부천의 사이 공간 공략1.jpg 부천의 사이 공간 공략3.jpg

  위의 사진들은 부천의 속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안양의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가담하기도 전에 벌써 부천 공격 숫자 4명이 속공에 가담한 상태였다. 넓어진 사이 공간에 위치한 임창균이 큰 압박 없이 돌파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앞서 가 임창균의 찬스 메이킹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였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앞서 질러간 선수들이 안양 수비진과 거리를 두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제공권이 뛰어난 안양 수비를 상대로 롱패스로 공중볼 싸움을 하지 않고, 앞서는 기동력으로 임창균의 스루 패스를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남은 수비 인원들이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며 부천의 속공을 지공으로 전환했다. 부천의 공격을 지공으로 전환해 수비 전환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부천은 지공 상황에서도 선수 개인의 돌파 위주로 안양을 공략했지만, 견고히 벽을 쌓은 안양의 벽이 허물어지지 않았다. 안양 수비진은 공간을 좁히고 시기적절한 태클로 부천의 공격을 연신 끊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로 인해 부천의 지공은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위협적인 장면들이 부천의 속공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렇다면 부천의 수비를 상대로 안양의 지공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보자. 안양과 달리 반대로 부천은 공격 숫자를 많이 두지 않았고, 5백까지 형성하며 안양의 지공 자체를 틀어막으려고 하였다. 패널티 박스를 장악하는 밀집 수비로 안양의 패싱 플레이를 막아보겠단 의도였다.

 

  안양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패싱 플레이로 빌드업을 하고 패널티 박스 공략은 제한적인 포지션 체인지와 메디아 푼타 김원민을 활용하였다. 패싱 플레이로 인하여 안양의 공격은 겉으로는 지공으로 보였다. 그러나 안양은 부분적인 속공을 가미하여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갔다.

 

박병원 중심의 공격 진행.jpg

  전반 중반쯤부터 안양은 왼쪽 윙어 박병원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단 부천은 중앙 밀집 수비로 박성진과 김원민이 파고들 틈을 줄여버렸다. 더불어 시간이 흐를수록 박성진의 오른쪽 진출이 늘어나면서, (파란색 화살표) 김원민이 최전방 공격수 위치를 맡아야 했다. (주황색 화살표, ) 따라서 김원민 혼자 최전방 공격수와 연결 고리를 동시에 소화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김원민의 최전방 공격수 위치, 밀집된 중앙 대신 측면 공략이 필요해지며 박병원이 나서게 되었다.

 

  이진형 골키퍼의 골킥이나, 수비진에서 이상우를 통해 건네 오는 패스, 후방에서의 롱패스가 박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하늘색 화살표) 박병원은 공을 받는 즉시 돌파를 시도하였다. 자신의 장점인 저돌적인 돌파로 부천의 왼쪽 측면을 공략하였다. (붉은색 화살표) 그러나 박병원이 무작정 돌파만을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

 

  공을 받은 직후 상대 수비가 가까이 있거나 2명 정도가 있으면, 이상우 등 동료들에게 연결하여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지공으로 풀어가게 하였다. 이렇게 지공이 되면 패싱 플레이로 공을 돌리다가 부천의 빈틈에 맞춰 공격하였다. 패싱 플레이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며, 오른쪽으로도 바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분홍색 화살표)

 

  하지만 상대 수비가 거리를 두고 있거나 1명만 있으면, 직접 돌파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크로스를 올려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수세에 몰리면 상대를 맞춰 코너킥을 만드는 플레이로 측면을 흔들어주었다.

 

  이러한 박병원의 활용으로 안양은 지공 상황에서 변칙적인 속공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박병원의 돌파가 빛났던 장면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박병원 찬스1.jpg

  멀리 정다슬에게서 공을 이어 받은 이상우가 곧바로 앞에 있는 박병원에게 패스하였다. (노란색 화살표)


박병원 찬스2.jpg

  재치 있게 받으려는 척하다가 공을 흘리면서 이후권의 압박을 떨쳐내는 데 성공한 박병원. 그리고 폭주 기관차다운 박병원의 돌파가 이어졌다. (보라색 화살표)

 

박병원 찬스3.jpg

  수비수 2명이나 박병원을 막으려 했지만, 엔드 라인에서 박병원이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이 때 조성준은 안쪽으로 들어가며 수비수 한 명을 유인하는데 성공하였다.

 

박병원 찬스4.jpg

  조성준이 만들어낸 공간으로 침투한 김원민이 크로스를 절묘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였다. 그러나 슈팅이 부천 수비수의 머리에 맞았고, 이것을 부천 수비가 걷어내며 기회가 무산되었다.

 

  이처럼 박병원은 직접 돌파로 부분적으로 속공을 펼쳤다. 그리고 동시에 측면에서 연결 고리가 되어 플레이메이킹으로 지공으로 전환하는 등, 빌드업의 한 축이 되었다.

 

  그렇다고 안양의 공격이 박병원 중심으로만 간 것은 아니었다. 오버래핑을 줄였지만, 패스가 날카로운 김태봉으로 시작되는 오른쪽 공격도 활발하였다. 김태봉으로부터 공을 이어받는 건 주로 박성진이었다. 박성진은 돌파를 시도하여 측면 크로스나 정면 돌파 등으로 부천 수비를 흔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천의 밀집 수비에 막혀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또한, 오히려 패스 미스로 인해 부천에게 역습 기회를 내주는 등의 모습도 있었다.

 

  이렇듯 부천은 안양의 수비 약점과 사이 공간을 활용한 속공으로, 안양은 전체적인 지공과 부분적인 속공을 활용하며 상대를 공략하였다. 그러나 안양은 수비진의 공격 지연을 통해 부천의 속공을 지공으로 전환하며 위력을 반감시켰다. 반대로 부천은 한 번에 밀고 올라가는 속공은 위협적이었으나, 지공 상황에서는 안양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서로의 특징적인 공격은 서로의 견고한 수비에 막혀 득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경기 또한 워낙 빠르게 진행되었다. 서로가 우위를 번갈아 점했던 전반전은 그렇게 무득점으로 끝나게 되었다.

 

 

 

<후반전>

 

- 기세 싸움 속 안양의 공격, 그 끝은 무뎠다

 

  후반전 시작부터 부천이 서서히 공격적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안양도 롱패스를 활용한 속공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안양은 속공의 비중을 높이며 후반 초반부터 거세게 나오기 시작하였다. 전반전보다 김태봉의 오버래핑이 과감해지기 시작했고, 후방에서의 롱패스가 좌우 측면으로 연결되는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후반 안양의 공격.jpg

  안양의 공격이 주로 오른쪽에서 시작되면서 김태봉이 자주 오버래핑하게 되었다. (붉은색 화살표) 그러면 반대편의 이상우가 오버래핑하지 않고 수비 균형을 맞추어 주었다. 대신 박성진을 왼쪽 측면으로 가담시켜 (노란색 화살표) 박병원이 고립되지 않게 해주었다. 따라서 박성진과 박병원이 번갈아 돌파를 시도하게 되었다. (분홍색 화살표) 그리고 조성준을 김원민과 함께 패널티 박스로 침투시켜 부천의 밀집 수비를 흔들어주려고 하였다. (주황색 화살표)

 

  따라서 안양은 왼쪽에선 박성진과 박병원이 번갈아 흔들어주고, 오른쪽에선 김태봉의 오버래핑을 활용하는 측면 공격을 펼쳤다. 최진수 박정식 콤비도 양 측면에 롱패스로 공을 연결해주며 측면 공격에 힘을 실어주었다. (파란색 화살표) 그리고 패널티 박스 안으로 김원민이 주로 침투해있고, 조성준과 박성진이 번갈아 가담해주면서 공격 숫자를 늘렸다.

 

  그 결과 안양의 패스가 전반전보다 패널티 박스로 침투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롱패스로 부천의 넓어진 간격을 공략하였고, 부천의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가담하기 전에 패널티 박스를 공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래도 견고한 부천의 밀집 수비에 슈팅이 번번이 막혔다. 적어도 3명이 패널티 박스 안을 장악하고 있어서 슈팅할 공간과 타이밍이 쉽게 나지 않았다. 실제로 여러 차례 안양이 시도한 슈팅이 부천 수비를 맞고 나가곤 하였다.

 

  그리고 부천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부천도 부분적인 속공을 섞은 지공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패널티 박스 근처까지 전진하면 공간 침투와 찬스 메이킹, 돌파를 통해 공격을 시도하였다. 여기에 중거리슛까지 시도하는 등 변칙적인 공격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가장 위협적인 것은 공격진의 빠른 기동력이었다. 한 번의 실수가 부천의 실점 위기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안양은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그래도 안양은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부천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공격 시도보다 슈팅이 부족하였다. 우선 패널티 박스 안에서 슈팅 기회를 만들어내기가 버거웠다. 안양의 속공이 이어진다 해도 수비 숫자를 많이 두다 보니 속공에서도 수적 열세를 둘 수가 없었다.

 

  또한, 패널티 박스로 공을 보내는 횟수가 늘었지만, 대부분 빗나가거나 슈팅 시도가 막히며 결정적인 기회로 이어가지 못했다. 우선 크로스를 제대로 받아줄 타겟맨이 부재한 것이 컸다. 또한, 상대의 견고한 밀집 수비에 정면으로 부딪쳤다는 것도 한 가지 문제였다. 적어도 중거리슛을 이용해 의외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내거나, 상대 수비를 유인해 5백을 깨뜨리는 움직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 없이 정면으로 맞대응하였고 그 결과 공격 시도보다 슈팅을 뽑아낼 수가 없었다.

 

  이렇듯 양 팀 모두 속공과 지공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전반전보다 더 빠른 속도전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만큼 양 팀 선수들은 공격, 수비할 것 없이 체력과 집중력을 시험받게 되었다.

 

 

- 속공의 일격에 무너지다

 

  양 팀은 교체 카드를 사용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부천은 후반 19분 김신철을 유준영 대신 투입하였고, 안양은 후반 25분 김원민과 조성준을 이완희, 김영남과 교체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또한, 후반 29분 공민현을 빼고 최낙민을 투입하였다. 부천은 주로 윙백에서 뛰는 유준영 대신 본래 공격수인 김신철과 최낙민을 투입한 것은 적은 공격 숫자의 위력을 한층 더 증폭시키기 위함으로 볼 수 있었다.

 

후반 4-4-2.JPG 

  반대로 안양은 2명의 교체로 4-2-3-1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완희가 박성진과 2톱을 서고 김영남이 왼쪽 윙어로 들어가는 4-4-2 포메이션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박성진이 김영남과 포지션 체인지를 자주 하면서 사실상 이완희 김영남 2톱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완희의 포스트 플레이라는 공격 옵션이 더해지며 더욱 유연한 공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완희는 지난 경기에 이어 포스트 플레이에 연결 고리 역할까지 맡아 공격에 활력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이상우까지 오버래핑에 나서며 공격에 가담, 공격의 흐름이 차단되지 않게 도와주었다. 점차 안양이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부천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고, 부천의 속공을 허용하고 말았다. 줄곧 슈퍼 세이브를 보여 온 이진형 골키퍼의 선방이 다시 한 번 나와 실점을 면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후반 30분이 넘으면서 차차 부천의 공격이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안양이 연이은 공격에도 득점에 실패하자, 분위기가 서서히 부천에게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부천의 공격이 거세진 것은 무딘 안양의 공격이 원인이었다. 후반전 들어 부천은 아예 수비적으로 내려 앉아 속공으로만 경기를 운영하였다. 그러나 안양은 정면 충돌로만 밀집 수비를 뚫어보려 했지만 공격이 차단되면서 부천에게 쉽게 공격권을 넘겨주었다. 여기에 체력 소모를 많이 요구하는 패싱 플레이에 번갈아 하는 속공으로 인한 체력 저하 등까지 겹치게 되었다. 게다가 부천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 하고 패널티 박스 주변으로 공이 돌게 되면서, 그 틈을 노린 부천 수비에게 공을 빼앗기며 속공을 허용하였다.

 

  부천은 수비에 집중하다가, 안양의 패스 미스를 단숨에 가로채 바로 공격진에 연결, 그리고 돌파를 앞세워 연신 안양의 수비를 노렸다. 여기에 중거리슛까지 날리며 위협의 강도를 더했다. 안양 수비진의 끈질긴 수비와 이진형 골키퍼의 선방이 터져 나왔지만, 안심할 수 없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점점 눈에 띄게 안양의 수비 전환이 느려지면서, 사이 공간이 벌어지는 것을 간파한 역습이었다. 전반전처럼 사이 공간을 이용한 속공을 후반전에도 허용한 것이었다.

 

부천의 사이 공간 공략 후반.jpg

<후반전에도 이어진 부천의 속공과 사이 공간 공략. 사이 공간으로 2명의 공격수가 침투해있고, (붉은색 원) 이를 향해 송치훈이 패스를 찔러 주고 있다. (노란색 화살표) 수비진과 거리를 둔 공격수 배치 등 집요한 사이 공간 공략을 엿볼 수 있다.>

 

  부천의 속공을 의식한 듯 안양은 계속 점유율을 높이며 최대한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공격의 마무리가 맺어지지 못하면서 오히려 부천에게 역습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공격의 끝이 무딘 점이 오히려 안양에게 독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었다. 더불어 점점 늘어나는 패스 미스 또한 독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후반 체력 저하와 겹치면서 공수 간격이 점차 벌어져 사이 공간을 허용하고 압박이 느슨해지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였다.

 

  안양은 이완희의 투입으로 부족했던 제공권을 노려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완희의 포스트 플레이에 이은 김영남, 박성진, 박병원의 마무리 또한 기대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완희가 연결 고리 역할을 맡아줬음에도 패널티 박스 공략이 수월하지 못 했다. 우선 이완희의 머리를 노린 크로스보다 선수 개인의 돌파에 의지하였다. 견고한 수비벽을 그대로 돌파로만 뚫으려 하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완희를 이용한 장면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완희의 포스트 플레이를 받아줄 김영남, 박성진 등의 동선이 겹치면서, 제대로 받아주지 못 하였다. 밀집 수비를 깨기 위해 이완희를 투입했지만, 이완희를 잘 활용하지 못 하였다.

 

  결국 견고한 부천의 밀집 수비를 흔들어 무너뜨리지 않고, 정면 승부를 보려고 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 했다. 후반전 동안 안양은 쉬지 않고 부천을 몰아칠 수 있었다.

 

  후반 중반 이후, 안양의 무딘 마무리가 계속 부천의 속공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끈질긴 부천의 속공에 결국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실점1.jpg

  오재혁의 스로인을 받은 송치훈이 (노란색 원) 왼쪽으로 돌파하다가 중앙으로 패스를 해주었다. (노란색 원) 그리고 자신은 그대로 왼쪽 측면으로 계속 전진하였다.

 

실점2.jpg

  패스를 받아냈지만 정현윤이 태클로 끊어내는 데 성공하였고 공이 흘렀다. (주황색 화살표) 그러나 이걸 잽싸게 다시 송치훈에게 연결하는 임창균. (노란색 원)

 

실점3.jpg

  안양의 오른쪽 측면, 송치훈에겐 왼쪽 측면에서 송치훈은 아무런 압박도 받지 않았다. (노란색 원) 그 새 김신철이 패널티 박스로 침투하였다. (붉은색 화살표) 당연히 송치훈이 여유롭게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실점4.jpg

  정다슬이 막아 보려고 했지만, 이미 김신철은 크로스를 받아내고 한 번의 터치 이후 슈팅을 시도한 뒤였다. 이 슈팅은 그동안 멋진 선방을 보여주었던 이진형 골키퍼를 지나쳐 골대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주도권을 잡고 후반전 동안 공격을 퍼부은 안양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어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것도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후반 44분에 터진 치명타였다.

 

  다급해진 안양은 이완희의 머리를 노리는 롱패스를 계속 시도하며 동점골을 위해 분투하였다. 부천은 최대한 공격을 지연시키며 선수 교체까지 단행, 시간을 끌려고 하였다. 하지만 프리킥 찬스와 코너킥 찬스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득점으로 연결 짓지 못하면서 결국 패배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 결과 안양은 충주에 승리한 광주에게 3위 자리를 내주었고, 5경기 연속 홈경기 무승의 족쇄를 끊어내지 못했다.

 

 

 

<총평>

 

- 밀집 수비를 넘지 못한 패배

 

  전반전은 치열하게 서로 주고받는 양상으로 흘러갔지만, 후반전 주도권을 가져간 것은 안양이었다. 그러나 주도권을 가져갔음에도 슈팅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전 동안 안양은 슈팅 3, 부천은 5개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오히려 후반 말미에 일격을 허용하며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후반전 안양은 미드필더 진영과 수비 진영의 꾸준한 패싱 플레이와 양 풀백의 전진 패스 및 오버래핑, 최진수 박정식 콤비의 롱패스로 빌드업을 하였다. 일단 빌드업 자체는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지공과 속공을 적절하게 번갈아 사용하여 부천의 빌드업 차단을 피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부천이 수비 시 빠르게 5백을 형성하여 중원 압박이 약했던 부분도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패널티 박스 공략은 전반전은 김원민의 중앙 침투와 박병원의 돌파, 이상우의 오버래핑, 박성진의 측면 가담에 후반엔 김태봉의 크로스, 이완희의 포스트 플레이 등을 혼합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였다. 겉으로 보기엔 다양한 공격 패턴이지만, 밀집 수비 앞에서는 취약하였다. 우선 부천의 포메이션 상 약점인 측면을 잘 노렸지만, 측면 돌파 후가 문제였다. 돌파가 좋은 박병원과 박성진도 밀집 수비를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크로스를 올리기엔 제공권이 강한 선수가 없었고, 세컨볼 상황을 만들기엔 패널티 박스 내 부천 수비의 숫자가 많았다.

 

  장신 공격수 이완희를 교체 투입하면서 나아질 것으로 보였지만, 이완희의 포스트 플레이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완희가 들어오면서 박성진이 아예 측면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따라서 김영남과 박병원이 패널티 박스로 침투하여 포스트 플레이를 받아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면서 공격이 막히게 되었다. 공격 패턴은 다양했지만, 이어져야 하는 부분들이 어긋나면서 결국 밀집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따라서 공격의 유연성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었다. 중거리슛을 통해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등 밀집 수비에 정면으로 달려들기보다, 어떻게든 수비수를 유인해 밀집 수비의 벽을 허물어줄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 부천을 상대로 올린 5골을 보면 세트 피스 상황의 박성진과 가솔현의 2, 속공 찬스에서의 김원민 도움 이후 고경민의 1, 롱패스로 상대 수비를 허문 박성진의 1, 패싱 플레이를 통한 박정식의 1골 등이다. 세트 피스 상황을 제외하면 부천의 밀집 수비를 무너뜨려 만든 득점들이었다.

 

  그러나 이를 의식한 듯 부천은 전반전 수비 숫자를 많이 두며 안양의 속공을 차단하였고, 후반전 안양의 속공이 거세지자 빠른 수비 전환으로 수비 대형을 갖추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부천이 적은 공격 숫자로 역습해낸데 기반을 둔 수비 전술이었다. 어찌 보면 부천의 공수 전환이 안양의 공수 전환보다 빠르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다만 김원민 대신 박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격 전개의 변화, 양 풀백 오버래핑의 조절 등으로 공격의 완급을 조절한 것은 효과적이었다. 그러면서 안양은 부천의 전술 변화에도 빌드업을 수월히 풀어갈 수 있었다. 다만 그러한 유연성이 패널티 박스 공략에서 부족했던 것은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수비 중심의 경기 운영으로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에게 취약한 모습을 보내온 안양이었다. 그런 만큼 다시 밀집 수비에 무릎 꿇은 이번 경기에서 이 문제를 다시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또 다시 당한 만큼, 분명히 다른 전술 대비를 선보일 것이 분명하기에, 이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였다.

 

 

- 아쉬운 경기 운영, 다시 발목을 잡은 집중력

 

  부천은 수비 중심의 경기 운영을 하면서, 적은 공격 숫자로도 안양의 골문을 자주 위협하였다. 기동력이란 어린 선수들의 장점을 살린 부천의 공격 전술도 있지만, 무엇보다 안양이 4백 라인을 끌어올렸음에도 사이 공간이 넓어지면서 적은 공격 숫자들이 활약한 공간을 내준 것이 치명적이었다.

 

  공격적으로 운영한 만큼, 공격 숫자가 많아지면서 수비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반작용이다. 그렇다면 남은 수비 숫자들이 효율적으로 공간을 차단, 역습을 차단은 못해도 지연은 시켜야 한다. 그러나 벌어진 간격을 그대로 허용하면서 위험한 순간을 여러 번 맞이하기도 하였다.

 

  어떻게 보면 부천의 속공에 안일하게 대처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부천은 최전방으로 공을 보내 안양 수비수들과 공중볼 싸움을 하게 하는 대신, 안양의 벌어진 사이 공간부터 역습을 전개하였다. 전반전 동안 이 점으로 인해 고전했지만, 후반전에도 마무리 짓지 못하며 결국 실점을 하고 말았다.

 

  특히 실점 상황에서 송치훈이 크로스 할 때까지 압박하지 않았고, 결국 실점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 부분도 집중력과 연관이 있는 부분이다. 물론 부천의 속공을 같이 빠르게 막아내면서 수비진의 체력 소모가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집중력으로 인한 실점 장면이 늘어나는 만큼, 더욱 아쉬움이 크게 남는 부분이다.

 

  이제 안양은 공격력이 강한 고양, 수원 FC, 상주를 상대하게 된다. 경기 운영과 더불어 다시 한 번 수비진의 집중력이 더욱 중요시되는 시기이다. 고양 다음으로 만날 충주는 최근 무승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집중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과를 쉽게 장담할 수가 없다. 과연 어떤 변화를 통해 집중력의 문제를 해결할지, 이 부분 또한 주목하고 지켜봐야 할 과제일 것이다.




<경기 기록> - 출처 : 연맹 홈페이지

경기 기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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