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2153 추천 수 6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자료 수집 및 이미지 제작이 오래 걸려서 오늘 올리게 되었습니다. 업로드가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3) 수비수(Defender)

 

  골문 앞을 바로 지키는 수비수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제 역할을 다 해줘도 수비수가 무너지면 그 경기에 패하기 마련이죠. 득점해도 그보다 더 실점한다면 패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강팀이 되고자 한다면 좋은 수비수들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 포메이션이라는 것이 처음 생겨났을 때, 수비수는 그냥 사람 쫓아다니며 슛을 막고 공을 빼앗는 대인 방어만 맡았습니다. 하지만 포메이션이 점차 발전하면서 수비 방법이 대인 방어에서 지역 방어 위주로 바뀌었고, 수비수의 포지션이 세분되는 등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비수라고 해서 무조건 수비에만 전념하지 않습니다. 스위퍼는 리베로라는 특수한 역할로 공격에 가담하고, 측면 수비수들도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의 중심으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엔 중앙 수비수들의 빌드업 능력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수비수들도 공격 임무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기본 임무인 수비에서 이제는 공격에도 관여하게 된 수비수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앙 수비수(Center Back)

 

  중앙 수비수는 수비수에서 가장 대표적인 포지션입니다. 수비수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이기도 하죠. 패널티 박스를 장악하여 골문 앞을 지키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그래서 주로 패널티 박스 안에서 주로, 최대한은 패널티 박스 주변까지 활동합니다.

 

  중앙 수비수들은 기본적으로 신체조건이 좋습니다. 공격수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함이죠. 공격수들은 크게 피지컬이 좋거나, 달리기가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자에겐 몸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고, 후자에겐 몸싸움으로 돌파를 막거나, 바깥으로 밀어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패널티 박스 안으로 날아드는 크로스를 걷어내기 위해 대부분 장신이고, 높은 점프력을 갖춰야 합니다. 대신 신체조건이 좋아지는 만큼 발이 느린 선수들이 많은데, 이것을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만회합니다. 그래서 수비 시 위치 선정 능력 또한 중요하죠.

 

  상대의 공을 안전하게 뺏을 수 있는 예리하고 정확한 태클이 필수입니다. 여기서 태클은 슬라이딩 태클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빼앗기 위해 시도하는 행동을 모두 지칭합니다. 부정확한 태클은 오히려 상대에게 틈을 내줍니다. 실제 경기를 보면 중앙 수비수들의 태클이 빗나가면서 공격수에게 득점 기회를 내주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또한, 상대 공격수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과 판단력도 중요합니다. 어떻게든 해서 슈팅을 시도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중앙 수비수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죠. 심지어 상대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희생을 많이 하는 포지션이죠. 잉글랜드 첼시(Chelsea)의 주장 존 테리(John Terry)가 상대 슈팅을 머리로도 막아내는 등의 수비를 하는 편이죠.

 

  중앙 수비수의 주 임무는 패널티 박스 보호입니다. 크게 나눠보자면 패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것과 침투 후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하게 막아주는 것이죠.

 

중앙 수비수 최후 저지선.jpg

  우선 상대가 빌드업 과정에 있는 경우, 최후 저지선이 되어 상대의 공격수들을 봉쇄하는 것이 1순위입니다. 공격수가 공을 받은 뒤 포스트 플레이나 리턴 패스로 빌드업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죠. 혹은 돌파로 수비진이 뚫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하나의 벽이 되어 공격수들이 패널티 박스로 침투하는 것을 막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페너트레이션 과정에 있으면 패널티 박스 안에 위치, 득점으로 연결하는 피니쉬(finish)로 이어가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이때 패널티 박스 안에서 중앙 수비수는 자신이 맡은 지역을 담당하여 수비하는 지역 방어로 전환하게 됩니다. 공중볼 걷어내기, 태클, 스크린 플레이 등 다양한 수비 방법으로 상대의 득점을 막아야 합니다.

 

중앙 수비수 맨 마킹.jpg 

  그중 하나가 대인 방어의 기초인 맨 마킹(Man Marking)입니다. 공격수에게 오는 패스를 차단하거나, 슈팅 못하게 공을 빼앗거나 막는 것을 말하죠. 즉 상대에게 붙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애고 여유를 빼앗는 것이죠. 패널티 박스 안에서 중앙 수비수가 공격수를 놓치면 바로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죠. 상대 공격수를 맨 마킹으로 완벽히 봉쇄하려면 몸싸움과 집중력이 좋아야 합니다.

 

  맨 마킹을 할 때, 공을 빼앗지 못하더라도 상대가 득점을 못하게 차단하는 것도 좋은 수비입니다. 이런 경우 자신이 빼앗기 힘들면 우선 공격을 지연시킨 뒤, 동료와의 협력 수비로 빼앗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때 주로 공격수와 마주 본 상태로 정면을 막거나, 혹은 공격수에게 붙어 슈팅 각도를 만들지 못하게 막는 스크린 플레이(screen play)를 하기도 합니다.

 

 중앙 수비수 지역 방어.jpg

  하지만 항상 맨 마킹을 할 수는 없습니다. 섣불리 맨 마킹을 했을 때 놓치면, 상대에게 패스를 허용하거나 오히려 공간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패널티 박스 안에서 자신의 구역을 정해두고 수비하게 됩니다. 자신의 지역 내에 들어오는 공격수를 막아내는 것이죠. 이 지역을 지키는 것을 지역 방어라고 합니다.

 

  이러한 지역 방어적인 요소 중의 하나가 동료 수비수가 빠지면서 생기는 공간을 채워주는 커버링(covering)이라고 합니다. 물론 중앙 수비수만 커버링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커버링입니다. 그러나 중앙 수비수에게 있어 커버링의 중요성은 더욱 큽니다.

 

중앙 수비수 커버링.jpg 

  다른 수비 포지션에도 커버링이 있지만, 패널티 박스 안에서 빈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이 중앙 수비수의 커버링 핵심입니다. 그래서 동료 수비수가 공격수에게 붙을 시, 그 때 생기는 공간을 잘 메워줘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다른 선수가 침투할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중앙 수비수는 기본적으로 맨 마킹과 커버링을 잘 해내야 됩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 적절하게 지역 방어와 대인 방어를 혼용할 수 있어야 하죠.

 

  지역 방어와 대인 방어를 모두 소화해야 하고, 골대 바로 앞에서 수비하다 보니 중앙 수비수들에게 있어 무엇보다 안정감이 제일 중요하죠. 패스 미스로 상대에게 공을 안겨주거나, 공을 걷어내려다 헛발질한다든가, 상대 공격수를 놓친다든가 등의 실수 하나하나가 모두 치명적이죠. 이 실수 하나가 실점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인 중앙 수비수들도 수비 실수, 핸들링 파울, 패널티킥 허용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 수비수는 정신적인 부분도 많이 강조됩니다. 집중력, 담력, 반사 신경, 부담감 극복 등 정신적으로 많은 부분이 요구됩니다. 정신적으로 무너진다면 실점 위기를 계속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좋은 중앙 수비수가 되려면 많은 경험까지 필요하단 이야기도 나올 정도죠.

 

  반대로 중앙 수비수들은 세트 피스 공격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장신이고 공중볼에 강하기 때문이죠. 자신이 직접 득점을 노릴 수 있고, 아니면 자신에게 상대 수비를 유인해 다른 동료들이 득점하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뛰어난 중앙 수비수들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 득점도 뽑아내기도 합니다.

 

  한편, 3백과 4백 포메이션에 따라 중앙 수비수는 각각 다른 명칭으로 불립니다. 4백에선 센터백(Center Back), 3백에선 스토퍼(Stopper)로 따로 불립니다. 그 이유는 역할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 수비수 3백.jpg 

  3백은 2명의 스토퍼와 1명의 스위퍼로 구성됩니다. 3백에서 2명의 스토퍼가 공격수에게 달라붙으면, 스위퍼가 스토퍼의 공백을 메워주는 식입니다. 그래서 상대 공격수를 멈추게 한다(stop)는 의미에서 스토퍼(Stopper)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최진철, 김태영 선수의 역할이 스토퍼였죠. 둘이 적극적으로 상대 공격수에게 달라붙어 막아주면, 스위퍼인 홍명보가 그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중앙 수비수 4백.jpg 

  4백에서 센터백이 2명인데, 중앙 쪽 공간을 나누어 맡는 지역 방어 위주로 수비합니다. 더불어 때에 따라 대인 방어로도 전환해야 합니다. 그래서 피지컬도 중요하지만, 판단력, 집중력 등 지능적인 부분이 강조됩니다. 그래서 중앙(center)의 뒷쪽(back)을 책임지는 것이죠. 실제 경기에서 4백을 보면 두 센터백이 무조건 공격수에게 달라붙기보단, 자신이 맡은 지역에 들어오는 선수를 수비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4백은 일직선의 수비 라인이 허물어지면 안 되는 것이 핵심니다. 측면 수비를 2명 둔 만큼 중앙 수비수가 단둘이기 때문에, 한 명이 자리를 잘못 잡으면 공간을 내주게 됩니다. 그래서 4백을 같이 구성하는 동료의 위치를 조정해주는 등 수비 조율 능력도 필요하죠. 3백에선 스위퍼가 수비 조율을 해주지만, 4백에선 센터백 둘 중 한 명, 혹은 둘 다 수비 조율을 맡습니다.

 

  분석에 따라 중앙 수비수를 스토퍼나 센터백 한 명칭만 사용하거나 스토퍼를 센터백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스토퍼까지 센터백으로 지칭하는데, 아무래도 현재 4백을 이용한 수비 전술이 대세다 보니 센터백을 더 큰 개념으로 보는 것이죠. 사실상 센터백과 스토퍼는 똑같이 중앙 수비수를 의미하지만, 3백이냐 4백이냐에 따른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면 될 것입니다.

 

  물론 선수의 성향에 따라 중앙 수비수도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집니다.

 

 

- 리커버리

 

  리커버리(Recovery)는 쉽게 이야기해서 몸으로 수비하는 스타일입니다. 직접 상대 공격수와 부딪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파이터(Fighter)라고도 불립니다. 리커버리는 상대 공격수에게 오는 공중볼을 먼저 처리하거나, 공을 가진 공격수가 쉽사리 전진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많이 해줍니다. 몸싸움을 통해 맨 마킹을 많이 소화하는 것이죠.

 

리커버리 시야.jpg 

  수비수에겐 공을 몰고 들어오는 공격수들을 무조건 마주 보는 것이 수비할 때 가장 편합니다. 마주 본 상태에서 상대 선수의 다음 동작에 재빠르게 반응할 수 있죠. 전진해서 몸싸움으로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리커버리에게 있어 중요한 점이죠. 상대의 움직임을 시야에 두고 있어야 정확한 타이밍, 그리고 다음 동작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패널티 박스 밖으로까지 나와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리커버리에게 과감한 판단력과 집중력도 많이 요구되는 것이죠.

 

리커버리 활동 범위.jpg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느라 활동 범위가 넓은 편입니다. 따라서 리커버리가 전진할 때, 타이밍을 맞추거나 정확히 공을 빼앗는 수비 능력, 다른 동료의 커버링 등이 관건이죠. 상대가 전술로 리커버리를 일부러 유인하여 침투할 공간을 열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료가 커버링을 잘하지 못하면 리커버리도 수비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대인 방어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동료 수비수와의 호흡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리커버리가 있으면 팀에 있어 상당히 든든합니다.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는 동시에 몸싸움을 통해 기선제압으로 상대 공격수를 위축시켜버리기도 하죠. 그래서 상대의 공격이 섣불리 이루어지지 못하게 막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네마냐 비디치.jpg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소속 네마냐 비디치(Nemanja Vidić)가 리커버리의 좋은 예입니다.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드는 피지컬을 자랑하는 비디치는 상대 수비수를 거칠게 제압하는 든든한 수비수죠. 여기에 자신의 장점인 피지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세트 피스에서 득점을 뽑아내기도 합니다. 특히 파트너였던 리오 퍼디난드(Rio Ferdinand)가 부진에 놓이자, 어린 선수들인 조니 에반스(Jonny Evans), 필 존스(Phil Jones), 크리스 스몰링(Chris Smalling)와도 좋은 호흡을 맞추었죠. 특히 그가 부상으로 결장한 때는 맨유의 실점이 많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81년생임에도 여전히 대형 클럽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선수입니다. 비디치의 활약을 바탕으로 세르비아는 유고 연방 해체 이후 2006, 2010년 월드컵에 연속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월드컵 진출 당시마다 굳건한 수비력이 꼭 세르비아의 강점으로 꼽혔고, 그 중심에 비디치가 있었습니다.

 

가솔현.jpg

  안양 창단 첫 골의 주인공이자 최장신인 가솔현 선수를 리커버리로 볼 수 있습니다. 192cm란 큰 키와 체격을 바탕으로 한 피지컬 수비가 강점입니다. 여타 공격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쉽사리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워낙 장신인지라 공중볼 싸움에서도 쉽사리 밀리지 않죠. 여기에 최근 롱패스를 통한 빌드업 능력도 갖춰가고 있죠. 아직 위치 선정 등 채워나갈 점이 많지만, 그만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유망주입니다.

 

 

- 커맨더


커맨더 수비 조율.jpg 

  커맨딩 스타일(Commanding Style)이라고도 하는 커맨더(Commander)는 말 그대로 수비진의 지휘자입니다. 전체적인 수비 조율을 해주는 역할이죠. 여기서 수비 조율이란, 수비수들의 진영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렬시켜서 빈틈을 내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빠른 판단력과 많은 경험 등 지능적인 부분을 많이 요구합니다.

 

커맨더 수비 방법.jpg 

  그리고 노련함을 바탕으로 지능적인 수비를 펼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몸보다 머리로 수비한다는 거죠. 상대의 침투 패스를 미리 끊어내고, 공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상대 공격수를 미리 수비하는 등이죠. 이와 같은 지능적이고 효율적인 수비를 하다 보니 리커버리보단 활동 범위가 좁은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리커버리가 맨 마킹 위주로 수비한다면, 커맨더는 커버링 위주로 수비합니다. 리커버리의 전진 수비로 빈 공간이 생길 때, 지능적인 수비 능력을 갖춘 커맨더가 자연스레 막아주는 것이죠. 제때 공간을 메워주고 상대의 침투를 예상해야 하니 적절한 판단력이 중요하죠. 물론 상황에 따라 커맨더가 맨 마킹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커맨더는 커버링 위주로 플레이하죠.

 

  커맨더가 되기 위해선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상대의 패스나 공격수의 움직임을 더욱 예측하기 쉽기 때문이죠. 따라서 본래 리커버리 유형의 선수들이 경험이 쌓여 커맨더 유형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르셀로나의 투우사 카를레스 푸욜(Carles Puyol), 올해 은퇴한 리버풀의 제이미 캐러거(Jamie Carragher)가 있죠. 이들 모두 리커버리에서 시작하여 커맨더 유형까지 소화하게 된 케이스죠.

 

  물론 커맨더 유형도 어느 정도의 신체조건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지능적인 수비를 한다고 해도 공중볼 처리, 상대 공격수 차단 등도 같이 수행해야 하니까요.

 

리오 퍼디난드.jpg 스몰링.jpg 

  박지성의 팀 동료였고 초코파이 애호가로도 유명한(...) 리오 퍼디난드(Rio Ferdinand)가 커맨더 유형을 잘 보여줬습니다. 퍼디난드는 지능적인 수비로 리커버리 유형인 비디치와 함께 맨유의 우승을 여러 번 이끌기도 했죠. 여기에 좋은 피지컬을 앞세워 적극적인 수비까지 해주었고, 세트 피스 상황에서 득점까지 뽑아내기도 했죠.

 

  하지만 퍼디난드도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저하되고 있죠. 그래서 그 대체자로 89년생 크리스 스몰링(Chris Smalling)이 꼽히고 있습니다. 89년생이란 아직 젊은 나이에도 커맨더 유형을 소화할 만큼 축구 지능이 높은 편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진 경험이나 기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대주 중의 한 명임은 틀림없습니다.

 

홍정호.jpg 

  우리나라 역대 수비수 중 커맨더 유형의 최고는 단연 홍명보 감독입니다. 하지만 홍명보는 그 역할 상 스위퍼에 우선 분류되죠. 대신 2의 홍명보라는 평가를 받는 홍정호 선수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스몰링과 같은 89년생으로 어리지만, 지능적인 수비를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령별 대표팀에서 홍명보의 지도를 받으며 2009 U-20 월드컵 8강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이후 올림픽 대표팀 주장도 맡았습니다. 그러나 작년 십자 인대 부상으로 런던 올림픽에 불참하였고, 최근에 다시 부상에서 복귀하였죠. 현재 제주에서 뛰다가 독일 분데스리가(Bundesliga)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로 이적하였습니다. 그리고 계속 국가대표에도 발탁되는 등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있습니다.

 

정현윤.jpg 

  안양의 미남 수비수 정현윤 선수가 가장 커맨더 유형에 어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에서 공격수와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공을 따내기보단, 상대의 패스를 차단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그리고 활발히 움직이며 커버링을 자주 수행, 패널티 박스를 장악하는 스타일이죠. 물론 공중볼 처리에도 준수한 능력을 보이지만, 파트너들이 도맡아주기에 지능적인 수비를 주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수비 조율은 주 파트너인 주장 김효준 선수가 맡아주었습니다.

 

네스타.jpg 

  그러나 최근엔 리커버리와 커맨더 모두 소화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라치오, AC밀란 등 세리에A에서 뛰다가 미국 MLS(Major League Soccer) 몬트리올 임팩트(Montreal Impact)로 이적한 알렉산드로 네스타(Alessandro Nesta)가 완전형 수비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도 지냈던 네스타는 어느 하나 단점 없는 완전형 수비수에 가까웠습니다. 더구나 공만 쏙 빼내는 태클이 그의 최고 장점이었죠.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도 네스타의 태클에 번번이 막혔을 정도니까요. 현재 이탈리아도 좋은 후임 수비수들을 배출하고 있지만, 네스타에 비견되는 수비수는 아직 없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죠.

 

김효준.jpg

  안양의 주장 김효준 선수도 완전형 수비수에 가깝습니다. 주장답게 수비 조율을 맡아주면서 경험을 살려 상대 패스를 잘 끊어내곤 합니다. 또한, 탁월한 위치 선정과 준수한 몸싸움으로 라돈치치, 보그단과 같은 장신 외국인 선수들을 봉쇄해버렸습니다. 몸싸움과 지능적인 수비를 둘 다 해주는 김효준을 완성형 수비수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탑 클래스라 불리는 중앙 수비수들 대부분이 완성형 수비수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수비수가 완성형 수비수로 거듭남에 따라, 리커버리와 커맨더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죠.

 


<상대의 공을 족족 끊어내면 그 선수가 바로 네스타!>

 

  중앙 수비수들의 우선 임무는 수비지만, 최근엔 중앙 수비수들도 공격 전개, 즉 빌드업에 활용하는 움직임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빌드업 능력까지 갖춘 새로운 유형의 중앙 수비수들이 등장합니다.

 

 

- 중앙 수비수들의 빌드업 가담

 

  중앙 수비수들이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최근 추세입니다. , 중앙 수비수들도 전진 패스 능력도 갖춰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중앙 수비수하면 대개 그려지는 이미지가 공을 위험지역에서 뻥뻥 걷어내는 것입니다. 공을 계속 지키다가 실수로 상대 공격수에게 빼앗기면, 바로 득점 기회 연결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을 가진 시점부터 공격으로 전환된다고 보는 시각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수비 진영에서 공을 탈취하고, 공을 전진시키는 것을 빌드업의 최초 단계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플레이메이커가 된 것 같이, 상대의 압박에서보다 자유로운 편이란 점도 이점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중앙 수비수 빌드업.jpg 

  흔히 중앙 수비수들은 공을 빼앗으면 롱패스로 공을 멀리 걷어냅니다. 최대한 빨리 수비 지역에서 공을 걷어내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기 위함이죠. 친구들끼리 축구할 때나 조기 축구를 뛸 때도 수비수들은 공을 빨리, 멀리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 수비수의 진리로 굳어져 있죠. 하지만 걷어내는 공이 롱패스 한 방으로 최전방의 타겟 맨이나 측면 윙어나 윙 포워드에게 정확히 연결된다면, 속공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 수비수가 공을 걷어내는 상황도 빌드업의 한 과정으로 인지되기 시작하게 된 것이죠.


 

(1:18부터 보시면 됩니다.)


  이 점이 잘 드러난 장면이 11/12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2차전 경기였죠. 수비수 존 테리 퇴장에도 오히려 득점에 성공한 첼시. 따라서 마음이 급해진 바르셀로나는 전원 공격으로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공격 도중 첼시가 공을 빼앗아내고, 전방으로 공을 걷어내는데 이것을 페르난도 토레스(Fernando Torres)가 받아냅니다. 그리고 그대로 돌진, 일대일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하여 쐐기골을 넣는데 성공하였죠.

 

  그래서 롱패스로 속공을 통한 역습을 노리는 팀이나, 장신 타겟 맨을 활용하는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팀에게 롱패스가 정확한 중앙 수비수가 있다면 수월한 빌드업을 꾸려 나갈 수 있습니다. 역습 상황이 아닌 때도, 빠르게 측면이나 최전방 공격수에게 공을 연결하는 빌드업을 사용하는 팀들에게도 큰 이점이 되죠.

 

중앙 수비수 짧은 빌드업.jpg 

  최근 짧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 축구와 미드필더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중앙 수비수들이 미드필더들에게 공을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수비 진영에서 미드필더 진영으로 공을 보내면서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는 것이죠. 이 경우 중앙 수비수들의 정확한 짧은 패스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수비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패스다 보니, 패스 미스 하나가 상대의 기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상대 공격수가 전방 압박을 하는 상황이면 더욱 정확한 패스가 필요하죠.

 

  하지만 롱패스를 통한 빌드업보다 안정적으로 빌드업을 해나갈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상대의 제공권이 더 좋을 경우, 롱패스가 끊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혹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플레이메이킹이 더 뛰어나다면 수비수들이 이들에게 안정적으로 공을 연결해줄 수 있죠. 그래서 최근 골키퍼들이 골킥을 그냥 멀리 차지 않고, 수비수들에게 짧게 내주어 빌드업을 수행하게끔 해주는 장면이 많이 보이고 있죠.

 

중앙 수비수 측면 빌드업.jpg 

  측면 공격이 주력인 팀들은 중앙 수비수들의 빌드업을 응용하여 활용합니다. 측면 수비수들을 전진시키고, 중앙 수비수들이 넓게 올라가서 바로 전달해주는 것이죠. 측면 수비수와 거리가 좁아지기 때문에 패스를 안정적으로 해줄 수 있고, 측면 수비수가 오버래핑이나 패스로 공격을 전개합니다. 이리하여 측면 공격을 펼칠 시간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선수들의 기술 발전으로 중앙 수비수들도 더는 테크닉이 투박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전방 압박에도 공을 지킬 수 있는 수비수들이 늘어난 것이죠. 따라서 중앙 수비수들의 짧은 패스를 활용한 빌드업을 시도하는 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혹은 중앙 수비수가 직접 미드필더 진영까지 올라가 빌드업에 가담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롱패스나 짧은 패스를 통해 빌드업을 잘해줄 수 있는 중앙 수비수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위에서 먼저 언급했던 중앙 수비수들도 빌드업 능력이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빌드업 능력이 가장 돋보이는 중앙 수비수들을 꼽자면 마츠 훔멜스(Mats Hummels)와 다비드 루이즈(David Luiz)가 있습니다.

 

마츠 훔멜스.jpg 다비드 루이즈.jpg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Dortmund)의 마츠 훔멜스는 일반적인 빌드업 능력이 준수한 편입니다. 하지만 리베로와 같이 직접 공을 몰고 미드필더 진영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즉 중앙 수비수임에도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것이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치고 올라가 직접 중거리슛을 시도하거나 라스트 패스까지 찔러주는 등 공격력이 탁월하죠.

 

  물론 적절한 타이밍에 오버래핑을 시도하기 때문에 최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소속팀인 도르트문트는 훔멜스의 오버래핑이란 또 하나의 무기를 갖춘 셈인 거죠.

 

  브라질 대표팀 주전이자 잉글랜드 첼시(Chelsea)의 핵심 수비수인 다비드 루이즈(David Luiz)도 비슷한 경우죠. 중앙 수비수치고 공격 능력이 뛰어난 유형입니다. 소속팀인 첼시에서 공격력 활용 때문에 측면 수비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정도죠. 하지만 워낙 공격적인 움직임 때문에 수비에 틈을 내주는 등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준수한 수비력을 갖췄기에 현재 주목받는 수비수 중 한 명이죠.

 

  브라질 대표팀은 4백 라인을 많이 전진시키는데, 이때 루이즈가 미드필더 진영에 가담하여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합니다. 루이즈는 그 기대에 부응하며 좋은 빌드업으로 활약을 펼쳐주고 있죠. 더불어 검은 예수 드록바에게서 무회전 프리킥을 배우고 습득하여 득점까지 뽑아낸 적도 있습니다.

 

김영권.jpg 

  우리나라에선 중국 광저우 헝다(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김영권 선수의 빌드업 능력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습니다. 비록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지만, 탁월한 롱패스를 통한 빌드업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최강희 감독 휘하 한국 대표팀은 양 풀백을 전진시키고, 박종우나 이명주가 내려와 임시로 3백을 형성, 2명의 중앙 수비수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빌드업을 전개했습니다. 그중 김영권은 왼쪽 측면까지 올라가며 정확한 롱패스로 공을 전방에 전달해줬습니다. 현재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에서 뛰고 있으며, 이탈리아 대표팀도 맡은 바 있는 마르셀로 리피(Marcelo Rippi) 광저우 헝다 감독도 김영권을 극찬하였죠.

 

  이처럼, 중앙 수비수들은 기존의 수비력과 함께 빌드업에서의 능력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수들을 묶어서 리베로(Libero)라고 하기도 하고, 모 게임에선 볼 플레잉 디펜더(Ball Playing Defender)라고 하기도 합니다. 아직은 정확한 명칭이 자리 잡지 못 했지만, 점차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중앙 수비수의 전술적 조합과 발전

 

  기본적인 중앙 수비수 조합을 3백과 4백의 경우에 맞춰 가장 이상적인 조합을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선 어떤 조합이 일반적인지만 살펴보고, 전술적인 움직임과 활용에 대해선 차후 <전술>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3백은 먼저 말씀드렸듯이 2명의 스토퍼와 1명의 스위퍼로 구성됩니다. 2명의 스토퍼는 대개 리커버리 유형으로 구성되죠. 직접 공격수와 부딪혀야 하기 때문에 리커버리가 가장 적합하죠. 대신에 스위퍼가 커맨더를 맡아 커버링해줍니다. 스위퍼의 역할 자체가 커맨더와 비슷한 이유도 있고요. 하지만 3명이 모두 중앙에 위치한 만큼, 자칫하면 한 군데에 쏠려 공간을 내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3백에선 수비 조율과 서로 간의 커버링이 상당히 중요하죠.

 

  4백에서 센터백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커맨더, 리커버리입니다. 커맨더와 리커버리가 서로를 받쳐주는 식으로 수비하기 때문이죠. 파이터가 공격수에게 붙으면 커맨더가 그 주변을 보호하며 수비 조율까지 해주죠. 리커버리만으로 구성되면 수비 라인의 균형이 무너지고, 커맨더끼리만 있으면 투쟁적으로 공을 따내지 못합니다. 중앙 수비를 단 2명이서 책임져야 하므로 둘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죠.

 

  하지만 커맨더와 리커버리 둘 다 되는 완전형 수비수가 늘어나면서, 이런 조합을 따지는 건 무의미해졌죠. 서로 번갈아 리커버리, 커맨더로 맡기 때문에 좀 더 유연한 중앙 수비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3백에서도 드러나지만, 스위퍼의 존재로 스토퍼들은 리커버리 역할을 주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스위퍼(Sweeper)

 

  스위퍼는 3백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수비수입니다. 중앙 수비수와 많은 부분이 흡사하지만, 보통 중앙 수비수들보다 아래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리베로 역할도 소화해주고 합니다. 스위퍼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잠시 축구 전술 발전과 연관 지어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 스위퍼의 등장과 발전

 

  스위퍼는 빗장 수비라고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의 등장과 함께 정착된 포지션입니다. 하지만 스위퍼가 최초로 도입된 것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의 칼 라판(Karl Rappan) 스위스 대표팀 감독이 만든 베로우 시스템(볼트 시스템)입니다.

 

칼 라판.jpg 

<선수비 후역습의 창시자이자, 차후 카테나치오로 이어지는 베로우 시스템을 만들어낸 칼 라판 감독. 그는 스위스 대표팀 감독 시절 베로우 시스템을 도입, 수비 축구를 전 세계에 전파하였다.>

 

  1930년대 오스트리아 인이었던 칼 라판(Karl Rappan) 감독은 스위스 한 클럽의 플레잉 코치였죠. 그는 당시 유행하던 WM 시스템과 같은 공격적인 포메이션에 대한 파훼법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공격 중심의 WM 시스템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포메이션이었죠. 그러다 보니 강팀이 아닌 이상 WM 시스템의 위력을 잘 살리지 못했죠.

 

  따라서 칼 라판 감독은 반대로 수비 중심의 포메이션을 고안하기에 이릅니다. 수비 숫자를 늘려, 수적 우위를 통해 개개인의 능력 차이를 극복하려고 한 것이었죠. 그 결과 1-3-3-3 포메이션과 같은 베로우 시스템(Verrou System)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베로우 시스템.png

<칼 라판이 만들어낸 1-3-3-3 포메이션의 베로우 시스템. 맨 뒤의 베로우어’ 스텔쳐(Stelzer)가  수비 전술의 중심이다.> -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onynu&logNo=50162807497


  3명의 공격수와 3명의 미드필더를 두어 공격 숫자를 크게 줄이지 않고, 3명의 수비수 뒤에 최후방 수비수 베로우어를 두었죠. 사실상 4명의 수비수를 고정적으로 두어 수비를 강화할 수 있었죠. 대신 적은 공격 숫자가 문제였습니다. 이것을 빠른 역습으로 극복하게 하였습니다. 당시 WM 시스템 등은 상당히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수비 숫자가 오히려 적었죠. 따라서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사용하는 선수비 후역습 전술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칼 라판 감독의 베로우 시스템은 1938년 월드컵에서 스위스 대표팀의 주 전술이었고, 이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며 정착되었습니다. 국가대표팀들뿐만 아니라, 클럽들도 도입하였죠. 그리고 선수비 후역습 전술이 여러 형태로 발전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베로우 시스템을 받아들여 가장 잘 발전시킨 것은 바로 축구 전술의 선진국 이탈리아였습니다.

 

쥐세페 비아니.jpg 네레오 로코.jpg 엘레니오 에레라.jpg 

<왼쪽부터 카테나치오를 정착시킨 3명의 감독들 쥐세페 비아니, 네레오 로코, 아래는 엘레니오 에레라 감독. 비아니는 살레르티나, 로코는 파도바와 AC 밀란, 에레라는 인테르에서 각자의 카테나치오를 완성시켰다. 이것이 이탈리아 대표팀에도 정착되며 이탈리아 축구의 대명사가 되었다.>

 

  쥐세페 비아니 (Giuseppe Viani) 감독을 시작으로 네레오 로코(Nerero Rocco), 엘레니오 에레라(Helenio Herrera) 감독 등을 통해 이탈리아에 카테나치오 (catenaccio, 이탈리아 어로 빗장을 의미)가 본격적으로 도입됩니다. 카테나치오는 이 세 감독들을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이탈리아 축구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수비와 안정에 기반을 둔 카테나치오는 세계를 주름잡았던 브라질식 공격 축구의 대항마였죠.

 

카테나치오.jpg

  초창기 카테나치오는 3명의 수비수를 앞에 두고 최후방에 한 명의 수비를 배치하였다가, 사진과 같이 4명의 수비수를 배치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당시 브라질식 공격 축구인 4-2-4 포메이션에 대한 대비책이었죠. 공격수 4명을 4명의 수비수가 한 명씩 맡아주면, 이 최종 수비수가 그 뒤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최종 수비를 맡아주었죠. 이 당시 스위퍼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수비한다고 하여 이탈리아어로 자유를 뜻하는 리베로(Libero)라고 불렸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베로우어 = 리베로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카테나치오는 1-3-3-3 포메이션으로의 변화를 겪었고, 이후 1970년대 서독이 리베로를 활용한 3-5-2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3백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명의 스토퍼, 1명의 리베로로 3백이 구성되는 것이 정석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리베로와 스위퍼의 의미가 나뉘면서 과거의 리베로 역할을 현대 축구의 스위퍼가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스위퍼의 역할.jpg

  이처럼 스위퍼는 맨 뒤에 서서 최종 수비를 담당합니다. 중앙 수비수인 스토퍼들이 상대방에게 붙을 때 생기는 공간을 커버링해주죠. 그리고 동료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율해줍니다. 따라서 스위퍼는 최종 수비임과 동시에 커맨더 역할을 같이 소화하고 있죠.

 

  기본적으로는 중앙 수비수와 같은 능력을 갖추되, 리더쉽이나 판단력이 더 요구되었습니다. 수비 조율과 커버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수비수 중 경험이 많고 판단이 빠른 수비수들이 주로 스위퍼를 맡게 되었습니다. 물론 최종 수비수인 만큼 철저한 커버링과 안정감은 당연히 필요하였죠. 스위퍼가 조율을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따라 3백의 수비 조직력이 갈릴 정도니까요.

 

  스위퍼가 리베로와 나뉘었다고 위에서 언급하였습니다. 기존 리베로의 의미를 스위퍼가 물려받은 대신, 리베로는 새로운 의미를 안게 되었습니다.

 

 

- 리베로(Libero)

 

  현재 스위퍼의 역할, 그러니까 수비수들보다 뒤에 위치해 최종 수비와 수비 조율을 담당하는 것이 리베로의 역할입니다. 초창기 리베로와 스위퍼는 같은 포지션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리베로의 의미가 달라지게 됩니다.

 

  3백의 장점은 중앙 수비수를 3명 두어 패널티 박스를 안정적으로 사수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3백 시스템은 지나치게 수비적이란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수비 전술 편에서 하겠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새로운 발상으로 3백 중 한 명을 미드필더로 합류시켜 공수 밸런스를 맞추는 걸 고안해냅니다. 이것을 고안한 나라는 서독이었고, 서독엔 그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베켄바우어.jpg 

  바로 역대 최고의 리베로, 서독의 카이저(Kaiser) 프란츠 베켄바우어(Franz Beckenbauer)였습니다. 서독의 3-5-2 포메이션의 중심엔 베켄바우어가 있었습니다. 수비 상황에선 스위퍼 역할을 톡톡히 해주다가, 공격 상황에선 리베로로서 공격에 가담하였습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선 수비수임에도 득점 공동 3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베켄바우어의 활약과 게르트 뮬러 등 뛰어난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서독은 1974년 서독 월드컵 우승컵을 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켄바우어는 독일어로 황제란 의미의 카이저(Kaiser)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베켄바우어의 활약 이후 리베로는 다른 의미를 안게 되었습니다. 수비 라인 뒤에 있던 최종 수비수인 리베로는 스위퍼란 단어로 불리게 되었고, 스위퍼 중 상황에 따라 공격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유형이 리베로가 된 것입니다.

 

  베켄바우어와 같이, 리베로는 공격 상황에 미드필더 진영 이상으로 진출, 공격에 힘을 실어줍니다. 정확한 패스로 빌드업에 관여하거나, 중앙에서의 볼 흐름이 끊기지 않게 도와줄 수 있죠. 그리고 때때로 상대 패널티 박스까지 진출해 득점까지 노리기도 합니다.

 

  수비 능력뿐만 아니라 패스와 같은 공격 능력도 중요한 것이 리베로입니다. 그리고 진출 타이밍을 맞출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 넓은 시야 등 여러모로 뛰어나야 합니다.

 

홍명보.jpg 

  리베로하면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없죠.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현 국가대표팀 감독입니다. 현역 시절 커맨더 스타일로 스위퍼를 도맡았죠. 그리고 리베로 역할로 공격에 가담,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94년 월드컵에서 멋진 중거리슛으로 득점하기도 하였죠. 경기가 안 풀릴 때 직접 올라와 때리는 그의 중거리슛은 하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죠.


 

<베켄바우어 스페셜 영상 이 인간이 수비수라니...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홍명보의 2002년 월드컵 직전 잉글랜드와의 평가전 때 무회전 슛>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 예선 3차전 독일전 홍명보 중거리슛 영상>



오프사이드 트랩의 어려움.jpg 

   그러나 스위퍼를 최근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4백 라인을 쓰는 전술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수비수들이 일렬로 서서 공격수의 오프사이드를 유인하는 오프사이드 트랩(offside trap)을 쓰는 데 있어 스위퍼가 부적합했기 때문이죠. 스위퍼가 중앙 수비수들과 일직선을 이루게 되면, 최종 수비 역할을 소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대신 리베로라는 개념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최근엔 4백의 센터백 중 미드필더까지 진출하여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센터백을 리베로라고도 부릅니다. (중앙 수비수 편에서 언급했던 마츠 훔멜스를 리베로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리고 미드필더 축구와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이 대두함에 따라 포어 리베로라는 개념이 새로 생겨났습니다.

 

 

- 리베로와 포어 리베로의 차이?

 

  이전 5 18 FA 32강 오리지날 클라시코 MATCH REVIEW에서 포어 리베로(Fore Libero)에 대해 자세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안양은 라돈치치가 떨궈주는 공을 권창훈 등의 받아내는 걸 막기 위해 정다슬을 이용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정다슬이 패널티 박스로 들어가 패널티 박스 장악력을 높인 것이죠. 이때 정다슬이 했던 역할이 바로 포어 리베로입니다.

 

  포어 리베로에서 포어(fore)는 사전적 의미로 먼저, , 미리를 뜻합니다. , 포어 리베로를 앞에 선 리베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포어 리베로도 리베로와 같이 동료들이 수비하면서 생기는 공간을 메워주는 역할을 맡아줍니다. 사실상 수비형 미드필더와 같은 위치에서 활약하는 것이죠. 대신 패널티 박스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패널티 박스 장악에 힘을 실어줍니다. 어느 정도 리베로와 비슷한 역할이죠.

 

  그렇다면 왜 수비수들 뒤에 있던 리베로가 그 앞, 더 나아가 미드필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미드필더 중심으로 발전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과 관련이 있습니다.

 

  공격 전술이 다양하지 못했던 과거엔 패널티 박스에 수비 숫자를 많이 두어, 공격수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수비 전술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중앙 수비수들을 보조해줄 스위퍼(리베로)의 역할이 중요했죠. 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의 등장, 윙어들의 인사이드 커팅, 다양한 유형의 공격수들 등장, 페너트레이션의 강화 등 공격 전술이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패널티 박스 안에 수비수 숫자를 많이 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게 된 것이죠.

 

  그래서 중원 장악을 강화하는 여러 대안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수비형 미드필더가 등장하게 되었고, 리베로들도 미드필더 지역으로 이동하는 포어 리베로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포어 리베로.jpg 

  포어 리베로는 평상시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수비진을 보호해줍니다. 그러다가 상대가 본격적으로 패널티 박스를 공략하면, 패널티 박스에 가담하여 수비수들을 도와주죠. ,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모두 겸하는 것이죠. 리베로의 역할을 미드필더 위치에서 소화하는 것이고, 중원 가담이 더 잦다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패널티 박스 가담할 때와 중원에 서 있는 타이밍이 어긋나면 수비 전술이 틀어지는 위험이 따릅니다. 그래서 전술 이해가 뛰어나고, 타이밍을 잘 맞추는 선수만이 포어 리베로를 제대로 소화할 수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들과 다르게 포어 리베로는 패널티 박스 가담이 잦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드필더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점, 사이 공간을 보호한다는 점으로 수비형 미드필더의 한 개념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실제로 몇몇 자료에선 포어 리베로를 수비형 미드필더의 한 부분으로 보거나, 똑같이 보는 시각이 있고요.

 

  하지만 <안양한 축구 이야기>에선 리베로에서 유래됐다는 점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스위퍼에서 분화된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계시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profile
    양정무 2013.09.07 18:15
    잘읽었습니다
  • ?
    맹익재 2013.09.07 18:34
    수고하셨습니다 ^^
  • ?
    최지은 2013.09.08 18:20
    나의 젊은시절 영웅이었던 Rock의 거장들이 하나둘 영면을 하고,
    나와 젊은 시절을 함께해온 스타 선수들이 노장이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는것이 참 괴롭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1) 공격수 -1- 10 file 최재원 2013.06.26 28186
60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2) 미드필더 -4- 6 file 최재원 2013.08.23 14300
59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2) 미드필더 -1- 6 file 최재원 2013.07.10 13305
58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1) 공격수 -2- 6 file 최재원 2013.07.03 12729
»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3) 수비수 -1- 3 file 최재원 2013.09.07 12153
56 [안양한 축구 이야기] 미드필더 -3- 부록 :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러싼 용어들 정리 7 file 최재원 2013.07.24 10653
55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3) 수비수 -2- 5 file 최재원 2013.09.13 10345
54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2) 미드필더 -5- 4 file 최재원 2013.08.29 9398
53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2) 미드필더 -2- 6 file 최재원 2013.07.17 9280
52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4) 골키퍼 + 공지 + 수정 완료 25 file 최재원 2013.09.30 8719
51 [안양한 축구 이야기] 1. 포지션 (2) 미드필더 -3- 5 file 최재원 2013.07.24 8255
50 [안양한 축구 이야기] 1.5 축구 전술 발전사 Digest -4- 수비 축구의 진수, '카테나치오'와 밀라노 더비 6 file 최재원 2013.11.20 7716
49 [안양한 축구 이야기] 1.5 축구 전술 발전사 Digest -1- 현대 축구의 기원과 초창기 전술들 3 file 최재원 2013.10.24 7599
48 [RED 미디어] 1R VS 고양 리뷰 - 3410일, 9년 만에 안양의 역사를 새로 시작하고 이어나가다 14 file 최재원 2013.03.20 6864
47 [안양한 축구 이야기] 미드필더 -5- 부록 : 측면 미드필더에 대해 못 다한 이야기들 4 file 최재원 2013.08.29 6588
46 [RED 미디어] 11R VS 고양 리뷰 - 보랏빛 태양이 뜨는 곳으로 날아오르자 7 file 최재원 2013.06.05 6440
45 [RED 미디어] 리뷰 관련 공지사항 2가지 전해드립니다 26 최재원 2013.06.12 6112
44 [안양한 축구 이야기] 0. 들어가기에 앞서 4 최재원 2013.06.26 6036
43 [RED 미디어] 21R VS 충주 리뷰 - 사라쌍수(娑羅雙樹) 8 file 최재원 2013.08.31 5916
42 [RED 미디어] 4R VS 충주 리뷰 - 우리의 승리 함성이 들리는가? 11 file 최재원 2013.04.12 588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