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 : A.S.U RED 미디어팀 최재원, 손동주




드높여 메아리치는 안양한 만세삼창

8 18, FC 안양 vs 부천 FC 1995

 

  1 1, 이 전적은 그동안 부천과의 상대 전적이다. 무기력하게 패배했던 원정 그 후, 완벽하게 복수하고 압도한 승리. 이후에도 다른 팀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는 더욱 발전했고 강해졌다. 반면에 이번에 맞붙게 되는 부천은 상황이 달랐다. 매번 크게 다르지 않은 전술과 허술한 수비로 리그 내내 일관하다가 9경기 연속 무승. 안양은 안양만의 색을 새로운 색을 더하면서 그 농도가 짙어지고 있지만, 반면에 부천은 처음에 보인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만 있다. 이러한 연유로 세 번째로 맞붙게 되는 부천과의 경기에서 안양의 확실한 우세에 있다고 할 수 있고, 승리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안양은 부천을 상대로 또다시 승리하게 되었다. 다만, 지난 6 10일에서처럼 부천을 강력하게 압도한 경기력은 아니었다. 지난 경기에서 크게 패배한 부천이 그에 대해 대비를 했을 것이기에, 저번처럼 크게 압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보다 안양은 이날 경기에서 기존과는 다른 공격전술을 활용했기에 아직 완벽하지 못하여 크게 압도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 공격전술은 롱패스를 적극 활용한 전술이었다


  기존 안양의 공격전술 특징은 짧은 패스로 연계되는 공격전술이었다. 롱패스는 대부분 역습전술에만, 그것도 짧은 패스 이후나 상황에 따라 가끔씩 활용되었다. 그러한 안양이 이번 부천전에서는 적극적으로 롱패스를 활용하였다. 이것은 상대 압박에 대한 파훼법으로 새로이 활용하게 된 전술로 보이며, 또한 공격진의 변화로 새로이 활용하게 된 전술로도 보인다.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진 공격전술은 아니었지만, 부천을 상대로 큰 성과를 보였다. 롱패스의 활용으로 부천 수비의 뒷공간을 계속 두드렸으며, 부천의 전방 압박 또한 쉽게 풀어나가는 등 효율적인 경기력으로 풀어졌다. 그리하여 전반에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으며, 이 중 두 골을 득점하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부천의 매서운 공격도 전보다 더욱 안정적인 수비와 이진형의 선방으로 골문을 굳건히 지켜내었다. 새로운 전술을 잘 이행한 전반전이었다.

 

  후반전에 들어서자 부천이 맹공을 퍼부었다. 안양은 안정적인 수비로 잘 막아내었지만, 공격은 전반처럼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했다. 점유율을 부천에게 내준 것이었다. 이는 두 골을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선수구성과 움직임을 더한 부천의 공격에 신중해진 안양이 전반처럼 공격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것이었다. 전반과 다르게 더욱 거세게 공격과 압박을 퍼붓는 부천의 전술에 안양은 이를 벗어나 공격을 이어나가고자 무리한 롱패스를 시도한 것이 상대에게 점유율을 내주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맹공을 잘 막아내다가 거센 부천의 공격에 박정식이 잠시 부상을 입어 나가있는 틈을 순간 커버하지 못해 한 골을 내주게 되었다. 실점 이후 부천은 더욱 거세게 공격하였지만, 안양의 집중력 있는 수비와 이진형의 선방으로 더 이상의 실점을 내주지 않고 2:1의 스코어로 승리하게 되었다.

 

  부천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게 된 안양은 4경기의 무승을 딛고 승리하게 되었다. 안양은 이번 부천전에서 보인 새로운 전술로 또 다른 전술을 추가하게 되었다.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진 전술은 아니지만, 전반전의 모습으로 효율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후반전에는 그 전술의 미흡한 점과 그에 따른 보완점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기에 앞으로 더욱 다듬어져 활용될 전술이 기대된다. 매 경기가 거듭될수록 안양만의 색이 다양해지고 더욱 그 빛깔이 확연해지고 있다.

 

  4 21일 이후 다시 찾은 부천 원정에서 승리한 안양이 보여준 새로운 전술이 어떠하였는지와 어떻게 부천에게 통했는지 살펴보고, 후반전에 보인 안양의 아쉬웠던 점과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리뷰해 보도록 하겠다.

 



<선발 라인업 분석>

선발 라인업.JPG 


- 작지만 큰 변화를 안은 4-4-2

 

  안양은 최근 계속 사용하고 있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지난 경기에 이어 김원민 박정식 최진수 조성준의 미드필더진을 꾸리고 나왔다. 하지만 수비와 공격에선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우선 박성진의 파트너로 옥새 남궁도가 기용되었다. 그동안 교체를 통한 전술 변화 카드로 기용되었던 남궁도가 오랜만에 선발 출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비에선 김효준 돈지덕 대신 김효준 가솔현 조합이 가동되었다. 2달 만에 출전하게 된 가솔현이었다. 또한, 오른쪽 풀백엔 김태봉 대신 변성환이 위치하면서 왼쪽 풀백엔 이상우가 자리 잡았다.

 

  이렇듯 남궁도와 가솔현의 기용은 안양에 부족했던 을 실어주기 위함으로 보였다. 남궁도 박성진 조합은 몇 번 발을 맞춰봤다. 하지만 고경민이 주전으로 자리 잡으면서, 후반전 남궁도의 교체 후 볼 수 있던 조합이었다. 하지만 박성진 고경민 2톱에 부족했던 을 실어줄 수 있기에 기대가 되는 조합이었다.

 

  최근 중용되었던 돈지덕 대신 투입된 가솔현 또한 192cm 장신의 피지컬로 기동력이 주무기인 부천 공격진을 제압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고 공격형 풀백의 면모를 보여주던 김태봉 대신 변성환을 기용한 것은 다소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해주었다.

 

  대신 교체 명단에는 중앙 미드필더 쪽의 정다슬, 정재용을 두었다. 박성진과 남궁도를 대신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은 없었다. 따라서 교체를 통해 변화를 주어도 2톱 유지보단 1톱으로의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었다.

 

  과연 부천을 상대로 한 오늘 경기에서 선수기용의 변화들이 어떤 경기 양상을 가져올지가 가장 관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반전>

 

- 롱패스를 곁들여 2골을 가져오다

 

  양 팀은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둘 다 무승 행진을 끊기 위해 적극적으로 상대 골문을 노렸다. 다만 안양은 한발 물러서 부천을 끌어들인 다음, 역습으로 부천의 뒷공간을 노리는 패턴의 공격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점은 롱패스의 적극적인 활용이었다. 그동안 안양은 중앙 미드필더들을 거쳐 짧게 가는 전진 패스로 전진 후, 패널티 박스 역시 짧은 패스로 공략하였다. 역습 상황에서도 짧은 패스로 2톱에게 공을 보낸 뒤 공격을 전개하곤 하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롱패스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였다.

 

  사실 안양이 롱패스를 자주 시도하게 된 것은 7 27일 경찰 전부터였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이번 경기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안양은 롱패스를 자주 시도하게 된 것일까?

 

전방 압박.jpg

  첫 번째, 전방 압박의 극복이다. 안양과 같이 짧은 패스를 자주 시도하는 팀은 일반적으로 수비 진영에서 미드필더 진영으로 짧게 공을 연결하며 빌드업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한다면 미드필더 진영으로 패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사진과 같이 공격수들이 전방 압박을 할 경우, 수비진에서 미드필더 진영으로 공을 보내기가 쉽지 않게 된다. 따라서 빌드업 자체가 막혀버려 공격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실제로 안양은 전방 압박이 강한 팀에게 고전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방 압박 롱패스.jpg

  대표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롱패스로(파란색 화살표) 상대의 전방 압박을 뚫고 미드필더들이나 공격수들에게 바로 공을 보내는 것이다. 오히려 상대가 전방 압박을 위해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전진하여 뒷공간이 생기는 것을 역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전방 압박 타이밍은 공격 시도 중 공을 빼앗기는 즉시 시도되기 때문에, 상대 수비가 간격을 유지하고 정렬하는데 시간이 든다는 점도 작용한다.

 

  두 번째로는 안양 2톱의 변화다. 안양의 주전 2톱인 박성진 고경민 조합은 공중볼 싸움보단 미드필더들로부터 패스를 직접 받아 풀어가는 데 능하다. 특히 쉐도우 스트라이커인 고경민은 받은 공을 지켜내면서 직접 돌파하거나, 박성진이나 수비 가담했다가 공격하러 올라오는 양 윙어로 공을 연결해주곤 했다. 즉 고경민이란 연결 고리가 있기에 짧은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었다. 그리고 최전방에 위치하는 박성진이 공중볼 싸움에 능하지 못한 점도 작용하였다.

 

  하지만 남궁도는 고경민과 다른 타겟형 공격수이다.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타겟형인 남궁도가 최전방에서 공을 기다리고, 박성진이 내려와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는 그림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남궁도 박성진 2톱은 선수 성향상 수비 가담을 하되, 연결 고리 역할까진 하지 않았다. 남궁도는 장신의 최전방 타겟 맨이고, 박성진 또한 최전방에서 공을 받은 뒤 빠르게 파고드는 것이 특징이다. 둘 다 최전방에 배치되었을 때 빛을 발하는 스타일이니, 연결 고리 역할을 분담하기 모호해지는 상황이었다.


연결고리 유.jpg연결고리 무.jpg

  이전의 박성진 고경민 2톱을 왼쪽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선 고경민(붉은색 원)연결 고리를 해주면서 미드필더들과의 간격이 좁다. 반대로 오른쪽은 이번 경기의 남궁도 박성진 2톱으로, 둘 다 전방에 있다 보니 미드필더들과의 간격이 상대적으로 넓어진다.

 

  따라서 공격진과 미드필더 진영 간의 연결 고리를 해줄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서로의 간격을 넓게 만들었따. 따라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롱패스 연결을 자주 시도하게끔 하였다. 그렇다고 부천의 전방 압박이 강한 상황에서, 미드필더들이 직접 전진하면서 공을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2톱에게 확실히 공을 전달해줄 수 있도록 롱패스를 활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머리를 통한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한 남궁도가 있어 롱패스를 확실히 받아줄 수 있었다.

 

  수비진에선 이상우, 김효준과 가솔현이 번갈아 롱패스를 시도하였고, 박정식과 최진수도 계속 4백과의 협력 수비를 통해 공을 탈취하면 짧은 패스와 롱패스를 번갈아 사용하며 역습을 전개시켰다. 둘은 상대의 압박에도 공을 잘 지켜내면서 역습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해주었다.

 

  그리고 2톱에게 롱패스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안양은 김원민 카드를 적극 활용하였다. 김원민을 깊숙이 수비 가담시키지 않고, 오히려 전진 배치되어 2톱을 보조하였다.

 

  이 점은 안양의 수비 전술과 연관 지어 살펴봐야 한다. 우선, 부천은 이후권이 미드필더 진영에서 공격 진영으로 가담, 공격 시 4-3-3 포메이션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측면에서부터 중앙으로 개인 돌파로 패널티 박스를 공략하였다. 기동력이 좋은 부천의 특징을 잘 살린 공격 패턴이었다.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안양은 수비 시 변성환을 패널티 박스 안으로 자주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오른쪽 윙어 조성준이 수비 진영까지 내려오면, 변성환이 패널티 박스 안쪽으로 들어가 패널티 박스 장악력을 높여주었다. 변성환이 패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오면 김효준과 가솔현은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여 부천 공격수들을 막아낼 수 있었다.

 

  대신 이상우는 변성환과 다르게 계속 측면에 머무르면서 수비에 집중하였다. 그래도 안정적인 수비로 자신에게 오는 부천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여기에 박정식도 합세하여 이상우를 도와주었다.

 

  이러한 수비 전술로 수비 부담을 던 김원민은 전진 배치되어 역습을 노렸다. 2톱에게 부천의 2명의 중앙 수비가 붙어 있고, 부천의 측면 공격으로 풀백들이 전진하면서 김원민에게 많은 공간이 생겨났다. 따라서 김원민에게도 롱패스가 집중되었다. 특히 같이 왼쪽에 위치한 이상우는 공을 빼앗자마자 김원민에게 바로 롱패스를 연결해주었다.


김원민 중앙 가담.jpg

  더불어 김원민은 왼쪽에만 있지 않고 중앙으로도 수시로 내려와(붉은색 화살표) 연결 고리 역할도 같이 소화해주었다. (보라색 원) 남궁도 박성진 2톱이 최전방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단점을 김원민으로 하여금 보완한 것이다. 미드필더들로부터 짧은 패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나, 왼쪽에서 중앙으로 인사이드 커팅(inside cutting)을 하는 때에 연결 고리가 된 것이었다. 이 때 남궁도는 김원민 대신 왼쪽 측면으로 빠져, 동선이 겹치는 문제를 예방해주었다. (노란색 화살표)

 

  그리고 왼쪽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할 시, 직접 크로스를 노리거나 오버래핑한 이상우에게 패스하여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이상우는 공을 받으면 패널티 박스로 크로스하거나, 정반대편의 조성준이나 변성환에게 정확한 롱패스로 연결하였다. 공격이 왼쪽으로 집중되면서 부천의 선수진이 쏠리는 것을 이용, 반대편에서 공격을 전개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러한 이상우의 롱패스가 곁들여지면서 안양은 좌우를 골고루 흔들어주며 공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안양의 빌드업이 김원민을 통해 이루어지며 빠르게 부천의 수비를 파고들었다. 김원민은 안정된 볼 키핑과 테크닉으로 왼쪽 공격을 주도하였고, 직접 슈팅도 시도하였다. 그리고 상대의 파울까지 유도, 선취골까지 이끌어내었다.

 

  전반 12분 패널티 박스 왼쪽 측면에서 김원민이 프리킥을 얻어내었다. 그리고 최진수의 프리킥을 장신 수비수 가솔현이 그대로 부천 골대에 꽂아 넣었다. 오랜만에 출장한 가솔현의 득점이자, 더불어 오랜만의 세트 피스 득점이었다. 동시에 이른 시간 분위기를 안양으로 가져오는 득점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적극적인 롱패스 활용도 안양의 2번째 골을 만들어내었다. 부천이 전방 압박을 하느라 선수진이 올라온 사이 수비진이 정돈되지 못한 것을 잘 활용한 득점이었다.


갓성진 골1.jpg 

  수비 진영에서 공을 몰고 올라오던 조성준이(파란색 원) 쳐져 있던 남궁도에게서 리턴 패스를 받는 상황이다. (주황색 화살표)


갓성진 골2.jpg

  조성준은 공을 받고 나서 무리하게 돌파하지 않고, 옆에 있던 최진수에게(노란색 원) 패스하였다. (파란색 화살표) 이 장면에서 박성진이 최전방에 배치되어 있고, (보라색 원) 더불어 부천의 4백 라인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으며, (붉은색 선) 미드필더들이 최진수 쪽에 몰려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갓성진 골3.jpg

  이 기회를 노려 최진수는 전방으로 기가 막힌 롱패스를 시도하였다. (노란색 화살표) 그리고 박성진이 타이밍 맞춰 2명이 남아있던 부천의 수비를 뚫고(붉은색 원) 끝내 공을 받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갓성진 골4.jpg

  뒤늦게 부천 수비 2명이 붙어보려고 했지만, 박성진은 이미 트래핑 후 슈팅 타이밍까지 잡은 상태였다. 그리고 양진웅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침착하게 공을 밀어 넣으며 2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보라색 화살표)

 

  부천의 뒷공간 공략과 롱패스 활용이 잘 어우러진 2번째 득점이었다. 넓은 시야로 정확한 타이밍에 롱패스를 찔러준 최진수와 재빠른 침투로 마무리까지 침착하게 해낸 박성진의 호흡이 만들어낸 절묘한 역습이었다. 그리고 롱패스를 통한 득점 루트를 새로 만든 것에도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박성진의 2번째 골이 터진 후 부천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안양은 전반전 끝까지 어떻게 부천 수비를 봉쇄하였을까?

 

 

- 몰아치는 부천의 공격, 힘을 더한 수비로 막아내다

 

  주전인 임창균, 한종우, 김덕수 등을 제외했음에도 부천은 적극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 경기들에서 부천은 3백을 토대로 3-5-2, 3-4-3 포메이션을 혼용했지만, 이번 경기에선 최근 계속 쓰고 있는 4백을 기초로 4-4-2, 4-4-3을 번갈아 활용하였다.

 

  수비 상황에선 4-4-2 포메이션으로 자리 잡으면서 최전방에 김신철 - 공민현 2톱이 대기하였다. 하지만 공격으로 전환되면 미드필더 진영에 있던 이후권이 바로 치고 올라가 빠르게 3톱을 형성하였다. 이후권의 왕성한 활동량이 있기에 가능한 포메이션 전환이었다. 그리고 이후권의 저돌적인 돌파와 준수한 테크닉을 활용하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으로 보였다. 또한 본래 윙백인 이후권의 수비력도 좋기에 전방 압박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였다.

 

  4-3-3 포메이션에서 부천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 패턴을 고수하였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동력과 개인기가 뛰어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김신철과 공민현, 이후권 모두 기동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허무는데 능하고, 그 뒤를 송치훈 이순석 김태영이 받쳐주며 전방 압박에 힘을 실어주었다. 여기에 양쪽 풀백들이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였다.

 

  실제로 부천 선수 개인이 직접 돌파를 시도하는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다. 심지어 오른쪽 풀백 이윤의도 중앙으로 침투하여 슈팅까지 시도하는 등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이었다.


안양 수비 시 포진.jpg

  이에 맞서 안양은 변성환을 이용해 패널티 박스 장악력을 높였다. 오른쪽 윙어인 조성준이 깊숙이 내려와 우측 수비를 맡아주면, 변성환은 패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변성환은 조성준과 협력 수비를 펼치다가, 공이 중앙 쪽으로 이동하면 패널티 박스 안에서 중앙 수비수 역할도 같이 수행하였다. , 일시적으로 조성준이 우측 수비가 되면서 변성환이 중앙으로 가담, 3백이 형성된 것이었다.

 

  노련함을 바탕으로 상황 판단이 뛰어난 변성환의 가담으로 노련한 김효준과 힘을 앞세운 가솔현의 움직임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면서 부천의 패널티 박스 침투를 적극 봉쇄하였다. 그리고 자칫하면 공간을 내줄 수 있는 비효율적인 수비는 김효준과 변성환의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

 

  여기에 왕성한 활동량의 박정식, 수비력이 차츰 안정되어가는 최진수까지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해주었다. 둘은 패널티 박스 앞에서 공을 끊기도 하면서 수비에 활력을 돋아주었다. 따라서 부천 공격수들에게 돌파를 어느 정도 허용하되, 슈팅 타이밍을 내주지 않는 수비로 부천의 맹공을 막아내었다.

 

  특히 가솔현은 자신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수비로 부천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큰 일조를 하였다. 192cm의 피지컬을 앞세워 크로스를 모조리 걷어내며 제공권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순발력, 대인 마크 또한 많이 보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발이 빠르고 개인기가 뛰어난 공격수라고 해도, 여러 명에게서 압박을 받으면 돌파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기 힘들다. 여기에 최진수 박정식까지 수비에 가담하여 공간을 좁혀버려 패스를 내주기도 쉽지 않았다. 그 틈을 타 가솔현은 피지컬로 밀어붙이며 공격을 끊어내곤 하였다. 혹은 그대로 슈팅 타이밍을 내주지 않고 슈팅 각도까지 좁혀버렸다.

 

  더불어 공을 탈취해낸 뒤, 직접 롱패스까지 자주 시도하며 빌드업에도 적극 관여하였다. 상대의 전방 압박에도 공을 빼앗기지 않는 등 안정감도 한층 돋보인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렇듯 가솔현의 기용은 수비진에 있어 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기에 가솔현은 득점도 뽑아내고 안정감까지 겸비하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물론 변성환과 최진수 박정식 조합의 수비 가담, 김효준의 노련한 수비 조율에 잘 녹아들었기에 가능하였다.

 

  결국, 부천은 한 번 수비진을 뚫어내고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이진형의 선방에 막혔고, 그 외엔 중거리슛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박성진의 득점 이후 부천의 공격이 매서워졌지만, 뛰어난 협력 수비로 득점을 허용하지 않은 채 안양은 전반전을 마칠 수 있었다.

 

 

 

<후반전>

 

- 급격히 쏠린 경기의 균형, 무엇이 원인이었나?

 

  부천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이윤의 대신 유준영을, 김신철 대신 최낙민을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2점이나 뒤처진 것을 어떻게든 만회하고자 하는 교체 움직임이었다. 185cm인 최낙민을 투입한 것은 제공권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였다.

 

  전반전 중반 이후 안양은 점유율을 부천에게 내주었지만, 그래도 날카로운 역습으로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자 균형이 부천 쪽으로 쏠리고 말았다. 안양은 후반전 슈팅 1개에 그쳤지만, 부천은 12개의 슈팅을 시도하였다. (이 중 유효 슈팅은 3개다.) 그리고 41.9%이었던 안양의 점유율이 후반전엔 37.05%로 줄어들었다. 후반전 주도권이 부천에게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안양이 후반전 주도권을 내준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부천이 기동력을 앞세워 후반 시작부터 공격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 첫 번째 원인으로 보였다. 축구에는 일종의 기싸움이 있다. 축구에선 한 쪽이 공격하게 되면 한 쪽은 수비하게 된다. 그리고 수비를 하던 쪽이 공을 가지면 공격하는 쪽이 된다. 그러나 공격을 하던 쪽의 공격 강도가 세면, 공격권을 가져왔어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과감히 공격하다가 역습을 내줄 경우 실점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런 기싸움에서 안양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부천의 공격이 워낙 빠른데다 더운 날씨, 원정 경기에서 오는 중압감, 무승 행진을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전반전과 비교하여 짧은 패스로 차근차근 연결하는 비중이 확연히 줄어들고, 후반전 동안 롱패스만이 이어졌다. 문제는 전반의 침착한 롱패스가 사라지고, 무조건 걷어내기 식의 롱패스가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롱패스 활용엔 단점이 있다. 정확하지 않은 롱패스는 공 소유권을 상대에게 넘겨줄 뿐이라는 점이다. 공이 멀리 가는 만큼 방향이 한 번 어긋나면, 공격수가 공을 차지하러 가야하는 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아무리 공격적인 상대라고 해도 수비 숫자는 어느 정도 남겨두기 때문에, 잘못 날아간 롱패스를 차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특히나 안양의 전방 2톱은 수비를 위해 하프 라인 아래에 배치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선 전방 2톱이 전진하는 타이밍과 위치에 맞춰 롱패스를 넣어줘야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안양의 롱패스의 정확도는 2톱의 위치와 전진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결국, 빗나간 롱패스들을 부천 수비진이 바로 따내는 장면이 많아졌다. 남궁도가 계속 해서 공중볼 싸움을 해주었지만, 역습으로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박성진과 김원민도 롱패스를 받기 위해 계속 움직였지만 부정확한 롱패스로 인해 공을 가져오진 못했다.

 

  결국, 부정확한 롱패스로 인해 안양은 공격권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더구나 안양은 부천에게 공을 뺏은 후 공을 돌리며 소유권을 유지하지 않고, 바로 롱패스를 시도하여 역습을 시도했다. 이러한 이유로 안양이 실제 공을 소유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자연스레 안양의 점유율이 낮아지고, 그만큼 부천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이었다.

 

  반대로 부천은 공을 계속 점유하면서 측면에서부터 중앙으로 공격 기회를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었다. 부천은 안양이 수비적으로 나오는 것을 이용해 짧은 패스로 차근차근 원하는 공격 방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따라서 부천은 큰 체력적 부담도 없이 공격할 수 있었다.


4-1-4-1 변화.jpg

  하지만 안양은 의외의 교체 카드를 가져갔다. 보통이라면 공격적인 교체를 통해 기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공격적인 교체를 했겠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인 정다슬을 남궁도 대신 투입한 것이었다. 이로써 안양은 박성진을 원톱으로 두고 정다슬이 사이 공간에 위치하게 되는, 사진과 같이 4-1-4-1 포메이션으로 바뀌었다.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위한 교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부천의 맹공을 한 풀 꺾기 위해선 사이 공간을 충분히 장악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정다슬을 투입하여 4-1-4-1 포메이션으로 바꾼 것으로 보였다. 지난 6 10일 홈 경기에서 역습만으로 2골을 몰아친 경험도 있기에 박성진, 김원민의 역습을 계속 시도하겠단 의도도 있었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다슬 교체에도 안양은 끝내 부천에게 실점하고 말았다. 박정식이 부상으로 인해 잠시 나가 있던 타이밍에 줄곧 돌파를 시도하던 공민현의 득점이 터진 것이었다.


실점2.jpg

  미드필더 진영까지 큰 방해 없이 진출한 부천. 중앙 미드필더 송치준과(노란색 원) 오버래핑한 유준영이(주황색 원)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사이 공간에 최낙민 공민현 2톱과 김태영이 침투해있고 그 근처에 이후권이 배치되어 있었다. (붉은색 원) 상당히 공격적인 배치였다. 더구나 최낙민 공민현 2톱과 김태영은 사이 공간에 위치한 상태였다.


  송치준과 유준영의 주고 받는 패스를 막기 위해 최진수가 압박하러 나선 상태. (흰색 원) 조성준이 수비 진영 깊숙이 가담한 상태라 송치준을 최진수가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점3.jpg

  최진수의 압박을 떨쳐낸 송치준은 뒤에 있던 유준영에게 패스해주었다. (노란색 화살표) 최진수가 나오면서 사이 공간을 향한 패스할 길이 열렸고, 유준영이 침투해있던 김태영에게 패스를 넣어주었다. (주황색 화살표)


실점4.jpg

  뒤늦게 정다슬이 김태영을 막으려고 달라 붙었지만, 김태영은 돌파한 뒤 공민현에게(파란색 화살표) 패스를 넣어주었다. (붉은색 화살표)


실점5.jpg

  김효준이 공민현을 맡고 있었지만, 김효준의 마크를 벗겨낸 공민현이 기습적인 슈팅을 날렸다. (파란색 화살표) 이진형 골키퍼가 선방할 새도 없이 공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4-1-4-1 포메이션으로 바꿨음에도 박정식이 부상으로 인해 나가있던 상태라, 강제로 4-4-1 형태로 바뀌게 되면서 사이 공간 장악을 할 수 없던 상태였다. 더불어 결과론적으로 최진수의 판단과 정다슬의 위치 선정, 김효준의 마크가 아쉽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이 정다슬 앞에서 미드필더 수비를 맡아줘야 할 박정식의 공백과 조성준의 수비 진영 가담으로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해져 담당할 범위가 넓어져버린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되었다. 따라서 최진수나 정다슬로썬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박정식의 부상이 크지 않아 남은 시간을 소화, 끝까지 중원을 지킬 수 있었다.

 

  부천은 원하던 그림대로 추격골을 뽑아내자, 더욱더 공격에 박차를 가하였다. 안양의 위기가 후반전 중반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 4-1-4-1로의 변화, 양날의 검이 되다

 

  계속 해서 부천의 공격이 이어지자, 안양은 후반 28분 최진수 대신 정재용을 투입하여 중원 쪽의 교체를 하였다. 1점차 주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안양이었고, 오히려 급한 것은 부천이었다. 그래서 4-1-4-1 포메이션을 그대로 가져가며 중원을 보강, 부천의 중앙 공격을 막겠다는 의도의 교체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인 정재용의 공격력도 활용할 수 있는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부천은 중앙 돌파와 더불어 양 측면에서의 크로스도 계속 시도하였다. 최낙민을 활용하여 직접 헤더 슈팅을 시도하게 하거나, 최낙민이 수비진을 유인하여 공간을 만들게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신인 가솔현과 공중볼 싸움을 지금까지 숱하게 해온 김효준 앞에서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변성환과 정다슬이 둘의 공간을 계속 메워주며 패널티 박스 장악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이진형 골키퍼의 빠른 판단과 선방까지 합세하면서 계속된 부천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막아내는 과정에서 안양은 많은 코너킥과 프리킥을 내주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세트 피스 수비에 연달아 성공하였다. 수비 상황에서 제공권 장악을 한 상황의 반증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때 약점이었던 세트 피스 수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확실히 4-1-4-1 포메이션으로의 변화는 성과가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다슬의 배치로 개인 돌파를 주력으로 하는 부천을 상대로 사이 공간을 내주지 않았고, 나아가 패널티 박스 장악까지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부천으로썬 중앙에서 직접 돌파를 시도하려면 2, 3중 장벽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공민현의 슈팅 이후 부천의 슈팅은 대부분 중거리슛이나 골대를 비켜가는 헤더 슛으로만 이어졌다. 후반전 동안 많은 점유율과 슈팅을 내줬지만, 패널티 박스 장악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 후 단점은 바로 원톱의 고립이었다. 수비적으로 나서다 보니 원톱으로 남은 박성진을 지원해줄 선수가 부족했다. 조성준은 수비에 깊숙이 가담해서 치고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었다. 중앙에서 공격으로 가담해줄 정재용 또한 수비에 주력하기 때문에 올라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박성진이나 김원민이 공을 우선 받아낸 뒤 지켜내며 지공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둘 다 계속 롱패스를 받으러 뛰어다니느라 오버 페이스를 한 상태였다. 후반이 지날수록 둘의 몸이 무거워보였던 점이 이를 증명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둘의 활동폭이 줄어들었다. 부정확한 롱패스가 오히려 역습의 중심인 박성진과 김원민의 오버 페이스를 끌어낸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그래도 박성진은 자신에게 오는 롱패스를 받아내면, 즉시 돌파하여 찬스 메이킹을 해주었다. 후반전 안양의 유일한 슈팅이었던 정재용의 정면 슈팅도 박성진의 발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부정확한 롱패스로 박성진에게 공이 많이 연결되지 않으면서, 그 외에 기회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정다슬 투입 이후 4-1-4-1 포메이션 전환으로 안양은 수비를 견고히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원톱 박성진의 고립을 해결하지 못했다. 부정확한 롱패스들이 박성진과 뒤에서 지원해주는 김원민의 오버 페이스를 유도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박성진의 고립이 가속화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부천 선수들도 지친 것은 마찬가지였다. 공격의 주도권은 여전히 부천에게 있었지만, 그 날카로움이 무뎌져 갔다. 물론 짧은 패스를 통해 빌드업을 하면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지만, 개인 돌파에 이은 공격을 고수하니 체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맞춰 후반 40분 안양은 조성준 대신 김병오를 투입하여 공격에 활력을 더했다. 조성준 역시 공격과 수비를 모두 오가느라 체력 소진이 이루어진 상태였고, 부천 역시 공격에 힘을 쏟다 보니 지쳐 역습 기회가 더 많이 날 것이란 판단에 나온 교체로 보였다.

 

  김원민에게 향하던 롱패스가 점차 김병오를 향하기 시작했다. 김병오는 자신의 장점인 피지컬과 기동력을 적극 활용하며 활로를 뚫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 44분 롱패스를 받는 데 성공한 박성진의 돌파에 이은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였으나,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무효가 되었다. 그래도 김병오 중심으로 전환한 역습이 맞아 들어간 좋은 장면이었다.

 

  결국, 추격골 실점에도 안양은 끈질기게 버텨냈고,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오늘 경기 결과로 안양은 4경기 연속 무승의 굴레에 벗어나 중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다시 차지할 수가 있었다.

 

 

 

<총평>

 

- 안양 축구의 변화의 명과 암이 공존한 경기

 

  이번 경기에선 안양 축구의 변화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었고, 그에 따른 명과 암을 볼 수 있던 기회였다. 우선 롱패스의 적극적인 활용이 늘어났단 점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였다. 안양은 그동안 중앙 미드필더들을 거치는 공격 전개, 패싱 플레이를 통한 빌드업과 패널티 박스 공략, 혹은 박성진 중심의 빠른 역습을 주무기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평소보다 롱패스를 자주 시도하며 공격 패턴의 변화를 주었다. 여기에 변칙적인 수비 전술에 이은 김원민의 적극적인 활용이 더해졌다. 그 결과 안양은 김원민이 얻어낸 프리킥을 최진수가 가솔현에게 연결하여 선취골을, 최진수의 롱패스로 박성진이 득점하는 등 전반전에 2골을 빠르게 뽑아낼 수 있었다.

 

  또한, 오랜만에 가솔현의 발전된 수비 능력으로 4백에 힘이 더해지면서, 부천의 맹공을 막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번 경기처럼 가솔현이 수비 능력을 보여준다면, 기존의 김효준 돈지덕 조합 외에도 또 다른 중앙 수비 조합을 정착시킬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여기에 정현윤, 김기중, 정성조 등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더 다양한 중앙 수비 조합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 상대의 공격 카드에 맞춰 안양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확한 롱패스의 남발, 그로 인한 역습 전개의 중심인 박성진과 김원민의 체력 소진과 원톱 박성진의 고립으로 후반전에 슈팅 1개에 그쳤다는 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 점이 승리를 마냥 달콤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하였다.

 

  그래도 그동안의 안양 축구의 약점인 전방 압박에 대한 대처로, 롱패스를 도입한 건 긍정적인 변화다. 오히려 공격 패턴을 섞어 상대 수비 전술에 맞춰, 유연하게 공격을 이끌 수 있다. 이번 경기는 그 변화의 과도기 중 문제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롱패스를 통한 역습은 특히 강팀들을 넘어야 할 안양에 있어 필요한 무기 중 하나다. 아마 충주, 상주, 경찰, 광주 등 다음 경기들에도 롱패스 활용이 자주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기에 이번 경기에서 가장 드러난 문제점인 롱패스의 정확도 보완이 이루져야할 것이다.

 

 

- 연결 고리의 필요성, 해결책은 과연?

 

  공격형 미드필더나 쉐도우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해준 고경민의 입대 후 치른 첫 경기였다. 그리고 연결 고리의 부재가 드러나기도 했던 경기였다.

 

  김원민이 수시로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 임시로 연결 고리 역할을 소화하였다. 그러나 원래 위치가 왼쪽인 만큼, 계속 연결 고리 역할을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위에서 계속 지적한 부정확한 롱패스가 그 첫 번째 이유다.

 

  2톱인 박성진과 남궁도가 번갈아 내려와 연결 고리 역할을 맡는 등의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우선 남궁도는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유일한 타겟 맨 자원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최전방에서 공중볼을 따내는 역할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동료들과의 연계 등도 준수하지만, 남궁도에게 많은 부담이 지워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대로 박성진은 패스를 이어 받은 뒤 직접 공격을 주도하는 플레이가 더 빛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공중볼 싸움에선 능력을 잘 발휘하지 못 한다. 실제로 연결 고리인 고경민이 주는 패스를 이어가 공격을 주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이처럼 본래 최전방에 서는 것이 익숙한 선수들이기에 어색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결국 연결 고리의 부재가 아직 안양 선수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롱패스의 증가를 낳았다. 여기에 부정확함이 겹치면서 역습 위주로 풀어가야 했을 후반전 공격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은 어떻게 보면 연결 고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지금 당장 놓인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기도 하다.

 

  이에 제시해볼 수 있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시즌 초반처럼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는 4-2-3-1 포메이션 가동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둠으로써 연결 고리를 두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공격형 미드필더가 수비에 가담하여 중원 장악을 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능력을 많이 요구하는 이 포메이션은 현재 K리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고 있다.

 

  이미 안양은 3 31일 광주와의 홈경기에서 김원민이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되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김원민은 유연한 테크닉으로 압박을 떨쳐내며 공격을 주도해갔다. 또한 탈압박과 플레이메이킹을 갖춘 최진수의 배치, 박성진의 역할 변경, 임대생 한동원의 시험 등도 시도해볼 수 있다. 혹은 교체 카드를 통해 4-4-2와 병행할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은 필자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혀둔다.)

 

  현재처럼 2톱을 고수한다면, 부상에서 복귀한 이완희, 김영남과 임대생 한동원의 기용도 고려할 수 있다. 이완희는 남궁도의 자리를 대신해줄 수 있는 장신 공격수고, 김영남은 윙어도 소화할 수 있고 센스도 갖추고 있다. 한동원도 성남 시절 김두현의 대체자로 꼽힐 만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와 쉐도우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할 수 있는 좋은 공격 자원이다. 이완희로 하여금 남궁도와 번갈아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게 하고, 김영남과 한동원이 연결 고리 역할을 소화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이 세 명의 부상과 공백이 길었던 만큼, 실전 감각과 기량을 끌어 올리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어쩌면 주전 공격수이자 연결 고리였던 고경민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공격 조합이 다양해지는 등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기에 다가오는 8 25일 충주 원정 경기가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상대 전적 2승으로 전적에서 우세가 있고, 충주가 5경기 무승으로 계속 부진 중이라는 점 등 유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충주도 대전 출신 수비수 알레산드로 영입, 브라질 공격수 미구엘과 뚜찡야의 기용 등 여러 면으로 전력을 보강하였다. 그리고 안양에게 2패나 당했기에 대비를 철저히 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공은 둥글기에 섣불리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이어 상주, 경찰, 광주와 상대해야 하는 일정을 고려하면 충주전에서 공격 조합 시험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새로운 변화에 따른 과도기에 놓인 지금, 안양이 어떤 공격 조합과 선수기용, 전술로 공격을 재정비할지가 앞으로의 가장 큰 과제라 볼 수 있다. 과연 어떠한 방법이 나올 것인지, 다음 충주 원정과 그 이후 경기들을 기대해보도록 하자.



<경기 기록> - 출처 : 연맹 홈페이지

경기 기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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