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불의의 사태(?)로 뒤늦게 리뷰가 올라온 점부터 사과드립니다. 2주 가량 지난 경기이지만, 다시 한 번 복기해본다는 심정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불어 20R 부천전 MATCH REVIEW, <안양한 축구 이야기>도 작업이 끝나는대로 바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 말씀 드리며, 더욱 더 좋은 내용을 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작성 : A.S.U RED 미디어팀 최재원, 손동주




물보라가 치는 안양정토(安養淨土)

8 3, FC 안양 vs 수원 FC

 

  유난히 사나운 여름이다. 폭염(暴炎)으로도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계절. 그리고 소나기가 내리는 계절. 그런 여름이 맹위(猛威)를 더욱 떨치려는 듯이 8 3, 아워네이션에 폭우(暴雨)를 쏟아 내렸다. 몇 차례의 수중전 경험이 있는 FC안양이지만, 하늘이 뚫린 것처럼 쏟아지는 폭우에서 경기하게 된 것이다.

 

  수중전은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변수가 존재하는 경기이다. 하지만 이날의 폭우는 보통의 수중전보다 훨씬 더 많은 변수가 작용하게 된다. 엄청난 양의 비로 선수들의 시야를 방해할 뿐 아니라 잔디에 물이 고여 활동력과 공의 움직임에 제한이 많이 생기는 등 많은 변수가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안양은 전반전 동안 폭우의 영향으로 어려운 경기를 치르게 되었고, 상대하는 수원 또한 같은 입장이었다.

 

  안양은 4-4-2 전술로 최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전술을 활용하였다. , 지난 경기와는 다른 선발 라인업 구성으로 같은 전술이지만 다른 색을 나타내도록 한 선수기용이었다. 7 7, 고양을 상대로 승리한 후 상주와 경찰에게 1 1패의 성적을 냈기에 반드시 승리하고자 한 공격적인 기용과 전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엄청난 폭우와 함께 치른 전반전에는 폭우로 생긴 변수로 안양이 먼저 선취골을 득점하였다. 박성진의 로빙 패스가 폭우로 빗물이 가득 고인 잔디로 떨어져 멈추게 되면서, 예측한 지점과는 다른 방향으로 미끄러진 수원 박형순 골키퍼가 놓친 것을 고경민이 놓치지 않고 득점한 것이었다. 변수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과 함께 고경민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기분 좋은 득점이었다. 하지만 자연현상으로 생긴 변수는 한 팀에게만 유리하게 작용된 것이 아니었다. 이후 전반 39분경에 빗물로 생긴 웅덩이 때문에 돈지덕이 상대 공격수를 놓치게 되면서 실점을 허용하게 된 것이었다. 참으로 야속할 수밖에 없는 변수였다. 서로 폭우 때문에 어려운 경기를 하며 한 골씩 주고받은 상황에서 전반전을 마치게 되었다.

 

  전반전이 끝나가면서 차츰 세차게 내리던 비가 차츰 멎어가더니 하프타임에 들어서자 비가 완전히 멎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잔디에 고였던 빗물은 어느 정도 빠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후반전에는 안양과 수원은 원래의 경기력을 펼치게 될 수 있게 되면서 전반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폭우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과 이들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의 열정이 폭우를 그치게 하고 지나가게 한 것 같았다.

 

  비가 그치고 잔디 내의 고인 물이 빠지게 되니, 평소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안양은 수원의 전술적 약점을, 수원 또한 안양의 전술적 약점을 공략하는 전술로 경기를 진행하였다. 전술적 약점을 파고들어 득점에 먼저 성공한 것은 수원이었다. 안양의 4-4-2 전술에서 순간적으로 생긴 사이 공간을 공략하여 득점에 성공한 것이었다. 실점에 굴하지 않고 이에 질세라 안양은 실점 후 2분 만에 수원의 전술적 약점을 공략해 동점골을 성공하였다. 4-3-3 전술의 수비의 압박을 유인하는 플레이를 통해 느슨하게 만들어 그 틈을 공략한 것이었다. 실점해도 주저앉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하는 안양의 끈기가 좋은 경기력으로 발휘된 것이다.

 

  2:2의 스코어로 동점이 된 이후, 안양과 수원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공방전으로 남은 후반전을 치르다가 더 이상의 득점 없이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게 되었다. 비록 아쉬운 무승부지만, 폭우로 평소보다 많은 변수와 체력소모로 어려운 경기를 최선을 다해 끝까지 치른 안양 선수들의 투지가 빛난 경기였다. 비록 전술적 약점이 공략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날 어려운 환경에서 치른 경기는 안양의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여러모로 값진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 예상한다.

 

  폭염과 폭우로 여름의 맹위를 떨친 이 날의 경기에서 폭우로 생긴 변수를 살펴보고, 안양과 수원의 전술과 경기력은 어떠하였고, 양 팀이 보인 전술적 약점과 그에 대한 대비법과 보완점이 어떠한 것이 있을지 리뷰해보도록 하겠다.




<선발 라인업 분석>

선발 라인업.JPG

 

- 4-4-2, 열쇠가 되어라

 

  안양은 최근 계속 쓰고 있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기동력이 좋은 박성진 고경민으로 2톱이 구성되었다. 그리고 첫 선발로 나선 김병오가 오른쪽을,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박병원이 왼쪽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경기에서 경고 누적으로 출전 못했던 최진수가 박정식과 중앙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4백 라인은 김태봉, 김효준, 돈지덕 구성에 변성환 대신 이상우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서게 되었다. 수문장엔 역시 이진형이 위치하였다. 오랜만에 김태봉의 활발한 오버래핑과 이상우의 플레이메이킹을 기대해볼 수 있는 수비 조합이었다.

 

  최근 3경기와는 사뭇 다른 라인업이었다. 지난 6 16일 수원 FC와의 원정 대역전극의 기초가 되었던 재빠른 2톱 중심으로 공격이 전개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기력까지 영향을 끼치는 크나큰 변수가 생겨버렸다.

 

 

 

<전반전>

 

- 악전고투, 변수와 변수가 겹쳐버린 전반전

 

  지금까지 MATCH REVIEW는 경기의 전체적인 큰 그림을 바탕으로 작성해왔다. 하지만 전반전은 엄청난 폭우로 인해 지금까지 없었던 변수들을 많이 만들어내었다. 따라서 전술적인 부분에 앞서 이 변수들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안양의 최근 3경기들은 모두 비에 의해서 변수가 생겼다. 하지만 경기 도중 적은 비가 내리거나, 잔디가 물을 머금을 정도에만 그쳤다. 그래서 공이 굴러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변수 하나가 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차원이 달랐다. 폭우와 함께 그라운드 곳곳에 물이 고인 채로 전반전을 치러야 했다. 이 부분은 여러 가지 변수들을 추가로 만들어내었다. 이번 경기에서의 변수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패스나 슛을 시도하여 공이 굴러가다가 물이 고여 있는 지점에선 멈춰버린다.

 

물이 고인 그라운드를 뛰는 것은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더욱 크다.

 

뛸 때마다 물장구가 튀며, 잔디가 물을 머금은 것보다 더욱 미끄러지기가 쉽다.

 

더불어 계속 내리는 많은 비로 선수 개인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공이 잔디 위에서 빠르게 미끄러져 나가는 변수까지 합하면, 5가지 변수가 전반전 내내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 변수들이 경기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경기 양상과 함께 살펴보겠다.

 

  경기 시작부터 양 팀은 악전고투를 펼쳤다. 그라운드에 널리 고인 물웅덩이로 인해 패스하면 공이 구르다가 멈춰버렸다. 그리고 공을 잡으려고 하거나 뛸 때마다 물장구가 크게 튀고 미끄러지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특히 패넡티 박스 주변은 혼전양상의 연속이었다. 패널티 박스 안쪽으로 물이 많이 고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간신히 패널티 박스까지 전진해도, 패널티 박스 공략을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선 안양은 왼쪽 박병원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였다. 초반엔 늘 하던 대로 땅에 깔아서 주는 패스를 계속 시도했으나, 공이 자꾸 멈춰버리면서 제대로 공격을 전개할 수 없었다. 결국, 안양은 롱패스를 통해 박병원에게 공을 보낸 후, 안쪽으로 파고들게끔 하였다. 지난 2R 경찰 전에서 롱패스를 많이 시도한 것이 보였지만, 이번 경기에선 롱패스 빈도가 차차 더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물 고인 패널티 박스.jpg

  그러나 박병원이나 고경민, 박성진 등이 돌파해야 하는 패널티 박스 안쪽엔 유난히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 (파란색 원) 그래서 박병원을 향한 패스 연결이 쉽지 않았고, 박병원의 볼 키핑도 잘 살아나지 못했다. 고인 물 때문에 볼 컨트롤 자체가 힘들어 볼 키핑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패스나 돌파로 간신히 패널티 박스로 진입해도, 더 많이 고여 있는 물로 인해 전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패널티 박스 골키퍼 위치까지 물이 많이 고여 있어, 슈팅 타이밍을 제대로 가져가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안양은 계속해서 롱패스로 수원 FC의 뒷공간을 노렸다. 재빠르게 박성진 고경민 2톱에게 공을 보내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피지컬 좋은 수원 FC의 안재훈, 조태우, 유수현을 따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롱패스들이 주로 이 셋에 의해 자주 차단되곤 하였다.

 

  안양은 그동안 미드필더를 거치는 패스를 공격수들이 받은 뒤 공격을 풀어가곤 했다. 하지만 갑자기 스타일을 바꾸다 보니 그만큼 2톱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박성진과 고경민 둘 다 공중볼을 머리로 따내는 유형의 스타일이 아니었단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수원 FC는 본래 플레이대로 롱패스를 계속 전방 공격진 한발 앞서 공을 보냈다. 하정헌 박종찬 김한원 3톱의 기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김본광, 김서준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전술을 활용하였다. 특히 김본광은 측면까지 폭넓게 움직이며 3톱의 뒤를 확실히 받쳐주었다.

 

  그리고 롱패스가 물 고인 곳에 멈추는 것을 활용하였다. 이것을 발 빠른 3톱이 따내어 득점으로 연결하는 것을 노린 것이었다. 만약 안양 수비수들이 먼저 공을 가로채도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공을 빼앗으려 들었다.

 

안양의 전방 압박.jpg

  물론 안양의 2톱도 전방 압박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원 FC 3톱의 전방 압박이 더 매서웠던 것은 3톱 배치에서 오는 이점에서였다. 수원 FC는 유수현이(노란색 원) 고정적으로 4백 라인 앞에서 보호해주었다. 홀딩 플레이까지 겸해주는 유수현의 존재로 수원 FC 수비진은 패스할 선택지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안양의 2톱이 전방 압박하기엔 압박을 할 선수가 많았다.

 

  따라서 안양의 2톱이 공격 진영에서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전방 압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 했다. 또한, 피지컬적 우위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수원 FC의 전방 압박.jpg

  반대로 안양의 수비 진영에선 4:3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다. 최진수 박정식 콤비가 무작정 4백 라인과의 간격을 가까이 할 수 없어서 발생한 상황이었다. (이것은 4-4-2 포메이션의 구조적 단점이다.) 수원 FC 3톱은 미드필더들과 패스를 주고 받기 어렵단 점을 잘 파고 들었다.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가하여, 몇 되지 않는 안양 4백의 패스 선택지를 차단하려 한 것이었다. 따라서 수원 FC 3톱은 적절히 4백 라인의 패스 길목을 차단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안양의 4백 라인은 평소보다 더욱 높은 집중력을 요구받았다. 3톱의 전방 압박에 맞서 혼자서 공을 걷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자칫 동료에게 패스하여 압박을 떨치려다가, 공이 멈춰 오히려 기회를 내줄 수 있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발기술이 좋은 이진형 골키퍼에게 패스하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혼자서 공을 정확히 걷어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었다.

 

  다행히 안양 수비수들은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였다. 주로 공을 걷어내야 하는 김효준과 돈지덕은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으며 공을 지켜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출전한 이상우의 활약이 빛났다. 측면으로 빠지는 공을 모두 잡아내고, 재빨리 롱패스를 보내 수비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또한, 김효준이나 돈지덕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수원 FC 3톱의 전방 압박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여러 가지 변수들로 제 경기력을 발휘하기 힘들었지만, 양 팀은 각자의 방법을 통해 극복해나가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터질 것 같지 않았던 득점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 그래도 터질 골은 터진다

 

  전반 20분이 지나며 세차게 내리던 비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고인 물은 여전히 빠지지 않아 끊임없이 변수를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갈수록 경기력이 정비되어가며 득점이 연이어 터졌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악전고투 속에서 선취골을 뽑아낸 것은 안양의 해결사 고경민이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전반 15,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집중력으로 만든 선취골이었다.

 

선취골 1.jpg

  박정식이 공을 잡아낸 것을 최진수에게(붉은색 원) 전달하였다. (흰색 화살표) 이 때 수원 FC의 김서준이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선취골 2.jpg

  최진수는 김서준의 압박이 들어오는데다 정면 충돌을 하였지만, 전진 패스를 정확히 성공시켰다. (붉은색 화살표

 

선취골 4.jpg

  최진수를 압박하기 위해 김서준이 달려들면서 오히려 박성진에게 공을 받을 여유와, 다음 행동을 취할 여유가 생겨났다. 공을 받아낸 박성진은 쇄도하는 고경민을 보고(보라색 원) 앞서 로빙 패스를 찔러주었다. (노란색 화살표)

  하지만 박성진의 로빙 패스는 고경민이 잡아내기엔 조금 길었다. 박성진의 위치에 물이 어느 정도 고여 있었고, 공이 무거워져 힘을 많이 실어서 패스가 길어진 것으로 보였다. 공을 그대로 박형순 골키퍼가 잡아채는가 싶었다.

 

선취골 5.jpg

  그러나 여기서 변수들이 작용하였다. 패널티 박스 안 물 웅덩이 때문에 공이 멈춤과 동시에,(붉은색 원) 박형순 골키퍼가 미끄러진 것이었다. (파란색 표시) 수원 FC 수비수들은 아무도 고경민을 따라가지 않았다. 끝까지 쇄도하던 고경민에게(보라색 원) 단독 찬스가 만들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선취골 6.jpg

 그 결과 상대 수비의 견제 없이 고경민은 그대로 달려들면서 공을 골대로 꽂아 넣는데 성공하였다.

 

  이 선취골은 수중전의 변수 2가지가 한꺼번에 작용하였다. 그렇지만 단순히 운으로만 만들어진 득점은 아니었다.

 

  첫 번째, 볼 컨트롤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최진수, 박성진의 패스가 있었다. 최진수는 김서준이 달려드는 상황에서도 침착한 패스를 박성진에게 정확히 전달하였다. 그리고 수원 FC 수비수들을 따돌린 박성진의 로빙 패스가 직접적인 밑바탕을 만들어주었다. 아쉽게 볼 컨트롤의 어려움으로 길게 날아갔지만 약간의 운(?)이 따라주었다. (혹은 웅덩이를 노리고 시도했을 수도 있다.)

 

  두 번째, 가장 중요했던 고경민의 공에 대한 집중력이었다. 로빙 패스가 길어지면서 쇄도를 포기할 법했지만, 끝까지 달려들면서 선취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만약 쇄도를 그만두었다면, 박형순 골키퍼가 미끄러졌어도 잡아내거나 슈팅 각도를 좁혀버리는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집중력을 놓지 않으면서 수원 FC 4백 라인까지 따돌려버리는 효과까지 만들어내었다.

 

  전반전 동안 슈팅은 수원 FC가 더 많았다. 전반전 동안 안양은 3, 수원 FC 8개였다. 하지만 안양의 슈팅 3개는 모두 유효 슈팅이었고, 수원 FC의 유효 슈팅은 2개에 그쳤다. 이것은 양 팀 4백 라인의 집중력의 차이와 패널티 박스 공략 방법에서 비롯된 차이였다.

 

  수원 FC의 패널티 박스 공략은 상당히 경직되었다. 3톱의 가운데인 박종찬은 득점력은 탁월하지만 찬스 메이킹엔 다소 서투르다. 김한원은 정확한 킥이 일품이지만,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 외 찬스 메이킹은 부족하다. 하정헌도 공격을 풀어주기보단 저돌적인 직선 돌파가 무기다. 3톱 자체적으로 창의적인 패널티 박스 공략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볼 컨트롤이 힘든 상황에서 단순 돌파로 안양 4백 라인을 뚫기 쉽지 않았다. 뒤에서 받쳐주는 김본광과 김서준도 창의적인 패스로 공간을 만들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수원 FC의 슈팅 대부분이 부정확한 중거리슛이었다.

 

  반대로 안양은 악조건 속에서도 기존의 패널티 박스 공략 방법을 고수하였다. 박병원이 공을 받으면 볼 키핑으로 수비수들을 유인, 만들어주는 공간을 이용하는 식이었다. 혹은 박성진의 다양한 패스도 있었다. 악조건으로 인해 슈팅까지 이어지는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기회마다 유효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원 FC의 적극적인 공격이 안양의 수비를 허무는 데 성공하였다. 전반 39분 하정헌의 일격이었다. 이번엔 변수가 반대로 작용한 상황이었다.

 

첫 실점 1.jpg

  돈지덕이 롱패스를 걷어낸 것을 유수현이 바로 머리로 앞으로 전달하였고, (붉은색 원) 이것을 김서준이 다시 머리로 전방에 연결하고 있는 장면이다. (노란색 원)

 

첫 실점 2.jpg

  이것을 김효준과 박종찬이 공중볼 싸움으로 따내려고 하였다. (주황색 원) 하지만 공을 따낸 것은 박종찬이었고, 공은 앞의 하정헌에게로 연결되었다. (주황색 화살표)

 

첫 실점 3.jpg

  공을 받으려던 하정헌은 돈지덕이 수비하러 붙자, 공을 몇 발 앞서 먼저 차내고(붉은색 화살표) 뒤 따라 가며 돌파를 시도하였다. (파란색 원) 그래도 돈지덕이 끝까지 붙어주며 하정헌을 막고자 하였다.

 

첫 실점 4.jpg

  하지만 이번엔 불운이 안양에게 작용하였다. 공이 웅덩이 쪽에 떨어졌는데, 하정헌과 돈지덕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미끄러운 웅덩이 때문에 돈지덕이 그만 하정헌에게 공간을 내준 것이었다.

 

첫 실점 5.jpg

  돈지덕의 마크를 따돌린 하정헌이 터닝슛으로 공을 구석에 차넣으며 동점골을 기록하였다.

 

  단순히 돈지덕의 수비 실수로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안양에게 작용했던 운이 수원 FC에게 따른 것이었다. 더구나 하정헌이 거칠게 돌파하면서 막아내기 쉽지 않았다. 또한, 하정헌이 야속할 정도로 영리하게 공을 앞서 차놓으며 자신이 돌파하기에 좋은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이후 안양은 비가 점점 멎음에 따라 공격을 활발히 전개할 수 있었다. 공격이 점점 왼쪽에 치중되면서 이상우의 오버래핑이 발휘되기 시작하였다. 전반 43분 이상우는 박병원이 만들어준 공간을 오버래핑하여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공이 다시 웅덩이로 인해 멈추고, 쇄도하던 고경민이 미끄러지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전>

 

- 전술적 문제를 파고든 양 팀의 득점들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멎기 시작했던 비가 후반전 시작할 때 그쳤다. 그리고 휴식 시간 동안 그라운드에 고였던 물이 모두 빠졌다. 이로써 잔디에 물기가 있지만, 양 팀 모두 각자의 스타일을 전반전보다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후반전 먼저 득점에 성공한 것은 수원 FC였다.

 

두번째 실점1.jpg

  중원 싸움에서 공을 빼낸 수원 FC.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이 간단한 패싱 플레이를 한 뒤, 공을 왼쪽의 김한원에게(노란색 원) 공을 연결하였다. (붉은색 화살표)

 

두번째 실점2.jpg

  공이 측면으로 빠졌지만, 김한원이 따라가 공을 잡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김태봉도 따라갔지만, (보라색 원) 김한원이 위치상 공을 잡아내기에 유리하였다. 그리고 김태봉이 더 달라붙기 전에 바로 크로스까지 연결하는 데 성공하였다. (노란색 원)


두번째 실점3.jpg

  골문 쪽으로 감겨들어 간 공을 박종찬이 받으려고 하는 것을 돈지덕이 막으려 붙었지만, (붉은색 원) 둘이 미끄러지면서 공이 뒤쪽으로 굴러갔다. 이때 안에 있던 김효준은 하정헌을 맡고 있었다. (주황색 원) 그러나 김본광이 뒤에서 침투하여 바로 달려들며 슈팅을 시도하였다. (파란색 화살표)

 

두번째 실점4.jpg

  뒤늦게 이상우가 김본광을 막으려 했으나, 김본광의 틈도 주지 않은 슈팅이 두 번째 실점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이번 실점은 4-4-2의 구조적 문제를 파고든 수원 FC의 공격 전술에 대한 아쉬운 대처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본광의 침투.jpg

  수원 FC는 전방에 3톱을 배치하고, 그 뒤에 있는 미드필더 김본광을(노란색 원) 수시로 침투시켰다. (파란색 화살표) 그래서 수원 FC는 안양의 4백 라인을 상대로 4:4의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 수비수 한 명이 공격수 한 명을 맡게 상황을 만들어 공격상의 이점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안양의 역습이 2~3명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과감한 배치였다. 여기에 김본광은 단순히 침투하는데 그치지 않고, 좌우로 계속 움직이며(붉은 화살표) 안양 수비진에 혼란을 주었다.

 

중원 싸움에서 밀림.jpg

  그렇다면 안양으로선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을 패널티 박스로 보내 김본광을 견제시키며 5:4 상황을 만드는 방법이 있었다. (붉은색 화살표와 원) 하지만 그러면 중앙 미드필더 한 명(파란색 원) 혼자 그 뒤의 김서준, 유수현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노란색 원) 오히려 김본광을 견제하려다가 중원 싸움의 주도권을 수원 FC에게 내주는 상황인 것이다. 

 

442의 수비 방법.jpg

  이것은 4-4-2 포메이션의 구조적 문제점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4-4-2 포메이션은 수비 상황 시 4백 라인과 일렬로 늘어선 4명의 미드필더가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4명이 하나의 벽이 되어 상대의 전진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수비 진과 미드필더 진 사이에 공간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사이 공간이다.


  이 지역은 수비진과 미드필더 진이 서로 간의 간격을 좁히고, 협력 수비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은 사이 공간 간격 조절, 일렬로 선 수비진과 미드필더 진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수비의 핵심이다.

 

선수A의 존재.jpg

  그러나 이 사이 공간에 상대 선수가 침투하면, 문제가 생긴다. 사이 공간에 침투한 선수A를 막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중앙 수비수 한 명이 막으러 전진하게 되면 3톱과 3:3 상황이 벌어진다. 반대로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내려오게 되면 남은 한 명이 중원을 장악해야 한다. 그렇다고 수비진과 미드필더 진이 사이 공간을 더욱 더 좁혀버리면 상대 빌드업을 차단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2톱과의 거리가 멀어져 버린다. 선수A의 존재가 4-4-2의 수비 핵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수원 FC의 선수A가 바로 김본광이었다.

 

  예전에 선보였듯이 고경민이 미드필더 진영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4-1-4-1 포메이션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최전방에 박성진이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박성진의 고립을 막기 위해 4-4-2 포메이션을 택한 안양이 안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였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을 안양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저력을 발휘하여 2분 만에 동점골로 균형의 추를 다시 맞추었다.

 

동점골1.jpg

  패스를 이어 받은 최진수가 공을 몰고 패널티 박스 앞까지 전진하였다. (노란색 화살표) 여기서 최진수를 따라가는 수원 FC 선수는 유수현 뿐이었다. (붉은색 원) 하지만 이마저도 상당히 간격을 둔 채로 쫓아가는 중이었다.

 

동점골2.jpg

  최진수가 패널티 박스까지 도달하면서도 유수현만 마크하는 상황. 이 틈을 타 최진수가 패널티 박스 외곽에서 바로 슈팅을 시도하였다. (노란색 화살표)

 

동점골3.jpg

  슈팅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해 다가오던 조태우의(파란색 원) 발에 공이 맞고 흘렀다. (노란색 화살표) 하지만 공이 흘러 침투해있던 박성진에게로 향했다. 조태우가 최진수의 슈팅을 막고자 섣불리 나선 탓에 박성진에겐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보라색 원)


동점골4.jpg

  이것을 박성진이 강력한 왼발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하였다. (보라색 화살표) 워낙 강력했던 탓에 박형순 골키퍼가 손도 뻗어보지 못했다.

 

  박성진의 동점골은 반대로 4-3-3 포메이션의 구조적 약점과 수원 FC의 느슨한 4백 라인에서 비롯되었다. 3명의 미드필더 중 김본광이 전진 배치되면 원 볼란테 유수현이 4백 라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그 주변을 김서준이 다시 보호해주었다. 일반적으로 6명이 수비를 하는 형태다. 대신 원 볼란테 유수현의 수비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최진수는 영리하게 유수현의 옆으로 돌아가며 전진하였다. 빠르지 않았지만, 돌파 방향 자체가 패널티 박스까지 전진할 거리가 짧았다. 거기다 김서준이 없는 방향이니 유수현을 유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유수현의 압박이 느슨해 자신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었다.

 

  원 볼란테 유수현의 압박이 풀어지자, 조태우가 나오면서 수비할 수밖에 없었다. 슈팅이 날카로운 최진수를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태우의 판단 자체가 실수였다. 안양은 박성진 고경민 2톱에 더해 오른쪽 윙어 김병오를 적극 중앙으로 침투시켰다. 그러므로 중앙에 총 3명의 공격수가 서 있게 되는 것이었다. 최진수가 슈팅을 하지 않고 패스를 내줘도 충분한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수원 FC의 고질적인 약점인 느슨한 4백 라인을 공략하기 수월하였다.

 

  4백 라인이 일렬로 정돈되지 못했고, 조태우가 최진수를 막기 위해 전진하면서 이 3명에게 충분한 공간을 내준 상태였다. 따라서 유수현을 따돌린 최진수는 직접 슈팅을 해볼 공간이 충분했고, 더불어 조태우가 나오면서 안양의 3명에게 충분한 공간이 더 생겨난 것이었다.

 

  결국, 4-3-3 포메이션에서 4백을 효과적으로 보호해줘야 하는 유수현의 실수, 거기에 4백 라인이 정렬되지 못하여 공간을 내준 것을 안양이 잘 파고들어 박성진의 동점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 일진일퇴의 공방전,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다

 

  스코어가 2:2로 올라간 이후, 양 팀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먼저 교체로 변화를 시도한 것은 안양이었다. 후반 18분 박병원 대신 남궁도를, 후반 22분 김병오 대신 김원민을 투입한 것이었다.

 

  남궁도의 포스트 플레이와 김원민의 스피드, 창의적인 패스를 활용하기 위한 교체로 보였다. 피지컬 좋은 남궁도로 하여금 머리를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 옵션을 위해서였고, 허술한 수원 FC 4백 라인을 김원민의 창의적인 패스로 허물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안양의 공격에 활력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남궁도와 고경민이 번갈아 오른쪽 측면을 공략하였다. 또한, 박성진은 중앙에서 패스를 찔러주거나 돌파, 혹은 슈팅을 시도하였다. 공격이 왼쪽으로 자주 전개되지 않았지만, 김원민은 기회가 날 때마다 적극적인 돌파로 수비진을 흔들어주었다.

 

  그 결과 안양은 여러 번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남궁도의 1:1 기회 등이 있었다. (*영상 보고 다른 슈팅들도 언급할 것) 하지만 대부분 슈팅이 낮게 깔리면서 박형순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거나 빗나갔다. 아무래도 공이 물 먹은 상태인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2R 경찰전에서 낮게 깔린 슈팅이 모두 막혔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과감한 시도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수원 FC도 하정헌 대신 보그단을 투입하면서 공격에 변화를 주었다. 보그단의 헤더 슈팅과 머리를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를 박종찬이 받아 넣는 패턴을 활용하고 자로 보였다. 그러나 이전 수원 FC전 리뷰에서 언급했듯, 보그단 투입으로 수원 FC의 공격이 단순화되었다.

 

  롱패스를 통한 역습을 하던, 지공 상황에서 공격을 풀어가던 보그단의 머리를 노린 것이었다. 물론 202cm인 보그단의 압도적인 제공권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보그단을 한두 번 상대해본 안양 수비진이 아니었다. 보그단이 머리로 공을 따내도 계속 공중볼 경합을 해주며 제대로 된 슈팅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장신의 보그단에게 연달아 헤더 슈팅을 내준 것이었다. 가장 위험했던 장면은 후반 41분에서였다. 김본광과 김한원이 패스를 주고 받다가 혼자 있던 수비가 공을 놓치자, 바로 올린 김본광의 크로스를 보그단이 정확히 헤더 슈팅으로 연결하였다. 하지만 이진형 골키퍼의 빛나는 선방으로 실점을 면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수비의 집중력이 떨어진 데서 비롯되었다. 악조건 중의 악조건에서 전반전부터 수원 FC의 맹공을 막아내다 보니 체력 소모가 평소보다 극심하였다. 이것은 안양 수비뿐만 아니라 수원 FC 수비,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문제였다. 게다가 경기가 계속 치열한 공방전으로 가다 보니 양 팀 모두에게 집중력을 한계까지 요구하였다.

 

  경기는 계속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안양은 패싱 플레이로 차근차근 공격을 풀어갔고, 수원 FC는 롱패스를 통해 빠르게 공격을 전개시켰다. 안양은 기동력으로 패널티 박스 공략의 우위를, 수원 FC는 강한 피지컬을 통해 공중볼의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둘 다 끝이 매섭지 못했다. 이것은 전술,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중력의 한계를 요구한 환경의 문제였다.

 

  그래도 안양은 후반 43분 박정식 대신 주현재를 투입하여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수원 FC도 박종찬을 빼고 임성택을 투입해 역시 맞불을 놓았다.

 

  서로 주고받고 하다가 후반전 끝나갈 무렵, 안양은 연이어 찬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박성진의 회심의 슈팅이 골문으로 날아갔지만, 박형순 골키퍼의 손에 걸리면서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었다. 극한의 악조건 속 대결은 2:2 아쉬운 무승부로 마무리되었다.

 

 

<총평>

 

- 차원이 달랐던 수중전, 안양의 대처는?

 

  지난 3경기를 수중전이라 언급했지만, 이번 경기야말로 진정한 수중전이었다. 공이 의도한 대로 날아가지 않고, 볼 컨트롤조차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계속해서 안양은 특유의 패싱 플레이를 고수하려다가 롱패스 활용으로 공격 전개 방법에 변화를 주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볼 터치, 드리블과 패스에 어려움이 크게 따르며 힘겹게 전반전을 풀어나갔다.

 

  그리고 후반전 시작부터 비가 그치고 그라운드의 물이 빠지면서 롱패스를 조금 더 섞되, 기존의 패싱 플레이를 고수하였다. 그 결과 몇 차례 기회를 만들어내었다. 끝내 역전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바로 동점골을 기록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수비진은 실점 장면 외엔 좋은 수비로 수원 FC의 예봉(銳鋒)을 꺾었다. 공격적인 전술로 일관됐던 수원 FC의 공격을 잘 막아내었다. 슈팅을 더 많이 내주었지만, 대부분을 중거리슛으로 막아내었다. 보그단 투입 이후 몇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그 위기 이후 오히려 보그단을 봉쇄하며 후반전 중반 이후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점 장면에서의 집중력, 날카롭지 못했던 마무리 등은 아쉬웠다. 물론 환경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로 인한 평소보다 극심한 체력 소모로 인한 집중력 저하도 작용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후 특성 상 수중전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전반이 지날수록 롱패스를 자주 시도하며 파해법을 바로 찾아낸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변화의 기로에 선 안양

 

  이번 경기는 악조건이란 문제가 있었지만, 그 안을 보면 전술적으로 고심해볼 부분이 있다. 수비 전술의 문제로 보이지만, 공격 전술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은 수비 전술의 문제다. 안양은 4-2-3-1 포메이션을 주력으로 세우다가 최근 4-4-2 포메이션에 가까운 경기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드러났듯이, 4-4-2 포메이션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보강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것은 안양의 문제가 아니라, 4-4-2란 포메이션 자체의 단점이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수원 FC는 김본광을 전진 배치하여 안양의 사이 공간을 공략하였다. 그 결과 2번째 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선수들의 집중력, 수비 문제로 치부하긴 어렵다. 현대 축구에서 4-4-2 포메이션이 겪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쓰는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4-4-1-1 포메이션을 병행하면서 극복하였다. 혹은 4-1-4-1 포메이션을 병행하는 팀도 있다. 2톱 중 한 명을 미드필더 진영으로 보내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수비 전술에 맞춰 2톱의 구성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양도 현재 고경민을 내려보내는 4-4-1-1 포메이션과 같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본래 미드필더 진영까지 깊숙이 내려오던 고경민은 연결 고리 역할을 할 뿐, 중앙 미드필더 역할까지는 소화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주 파트너인 박성진이 고립되기 때문이다. 박성진은 돌파와 패스 모두 능하지만, 머리를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나 몸싸움까지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안양의 공격 전술에 있어 어느 정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우선 부상자 이완희와 김영남의 복귀, 임대생 한동원 등 조합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더욱 다양한 2톱 조합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안양이 어떠한 공격 조합으로 4-4-2 포메이션의 단점을 극복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기 기록> - 출처 : 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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