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이것만은 알고 가자'는 본문에 수록하지 못 한 중요한 상식과 같은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 이것만은 알고 가자 :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러싼 용어들 정리
F모 게임을 통해 ‘앵커’와 ‘홀딩’이란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앵커는 공격에 자주 가담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홀딩은 수비에만 전념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선수는 공격도 잘하니 앵커야’, ‘이 선수는 딱 홀딩 역할에 맞아’라는 평가가 흔히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앵커와 홀딩은 용어 자체가 잘못 쓰이고 있습니다. 의미도 잘못 알려졌고요. 우선, 앵커는 정확히 앵커링이며, 홀딩 플레이와 같이 수비형 미드필더의 하나의 임무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앵커링(anchoring)은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상대가 공을 몰고 돌파하고 있습니다. 그 앞을 수비형 미드필더가 제대로 앞으로 막아선다면? 그럼 상대는 직접 돌파하지 않고 좌우 측면으로 우선 패스하겠죠. 무모하게 돌파를 시도하다가 공격이 끊길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죠. 이 모습이 앞으로 가려는 배에 닻을 내려 막는 것과 같다고 하여 앵커링이란 명칭을 쓰는 것이죠. (anchor = 영어로 닻) 앵커링의 주목적은 상대의 빠른 돌파를 최우선으로 저지, 수비진이 정렬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죠. (홀로 조조의 대군을 막은 장판파의 장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이런 앵커링이 능한 선수들을 앵커맨(Anchor Man)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앵커맨은 그냥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단어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결국 공격에도 자주 가담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앵커’라고 지칭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했던 홀딩(holding)은 수비수들의 패스를 받아주고, 그 패스를 다시 수비수들에게 전해주는 등 공 소유권을 지켜주는 플레이를 말합니다. 상대 공격수 등이 수비수들을 압박해 공을 빼앗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죠. 그래서 많이 돌아다니면서 패스를 받아줘야 하므로 활동량이 많습니다. 주로 미드필더를 거치는 공격을 하는 팀들에게 중요한 플레이죠.
본래 잘못 알려진 홀딩의 역할은 볼 위닝(ball winning)이란 단어를 사용합니다. 마케렐레 롤의 주목적이 볼 위닝이라고 할 수 있죠. 홀딩 = 마케렐레 롤로 받아들여진 이유를 개인적으로 추측해보자면, 마케렐레 롤 역할의 선수들이 수비진과 공을 계속 주고받는 홀딩 플레이를 같이 소화하다 보니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그리고 영어권에선 ‘와이퍼’(wiper)란 명칭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홀딩과 가장 비슷한 단어를 들자면 ‘홀딩 미드필더’(Holding Midfielder)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홀딩 미드필더 또한 그냥 수비형 미드필더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대신 수비 임무를 주로 맡는 중앙 미드필더까지 포함하기도 합니다.
결국, 일반적인 앵커와 홀딩은 부적절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홀딩 미드필더, 앵커맨, 와이퍼, 쿠르소레, 그리고 볼란테까지 모두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의미합니다. 단지 어느 나라에서 어느 언어로 부르느냐에 따른 차이가 크죠. 물론 그 세세하게 구체적인 의미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이 선수는 앵커맨이야, 쿠르소레야?’와 같이 따로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본 리뷰에선 자세한 정보를 담고자, 어느 정도 그 차이를 다뤘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 편에서 다룬 바 있는 ‘피보테’와 ‘볼란테’도 많이 혼동되는 단어입니다. 더블 볼란테는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묶는 개념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 2명 - 더블 피보테 - 을 더블 볼란테라고 지칭하는 자료도 있습니다. 그럼 또 피보테와 볼란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브라질 특유의 4-2-4 포메이션과 4-2-2-2 포메이션.>
우선 더블 볼란테의 유래를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왼쪽은 1950~1960년대 펠레(Pelé)가 이끌었던 브라질의 황금 시대 당시의 4-2-4 포메이션입니다. 그리고 우측은 그 이후 브라질 전통으로 자리 잡은 4-2-2-2 포메이션이죠. 이 두 포메이션의 특징은 4명이 상당히 공격적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수비진과 공격진 사이를 메워주고 공수 모두 해내줄 선수가 필요했죠. 그 역할을 받은 것이 2명의 볼란테, 즉 더블 볼란테였습니다. 더블 볼란테는 공격과 수비 모두 해주며 공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펠레, 가린샤(Garrincha), 알타피니(Altafini), 자갈로 등 우수한 공격수들은 4명이서 충분히 상대 수비를 유린하였죠. (이들 이후에도 브라질에선 뛰어난 공격수들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래서 더블 볼란테는 주로 수비 임무를 맡게 되었고, 수비형 미드필더의 의미로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제 추측)
하지만 스페인 축구 용어에도 볼란테가 있습니다. 피보테와 같은 중앙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볼란테라는 용어가 브라질 축구 전술에서 처음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의미의 볼란테가 굳어진 것이죠. 즉 구체적인 의미가 다른 볼란테가 브라질어와 스페인어에서 겹치다 보니 혼동되는 것이죠. 그리고 스페인 축구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를 피보테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피보테도 수비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는 지난 중앙 미드필더 편에서 다뤘듯이, 공격형 미드필더나 수비형 미드필더의 유무에 따라 수비 임무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우선 임무는 패스를 통한 빌드업입니다. 수비가 가장 먼저인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두는 더블 볼란테와는 이런 차이가 있죠.
즉, 볼란테는 수비형 미드필더, 피보테는 수비 임무를 맡는 중앙 미드필더로 보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블 볼란테가 더블 피보테 화(化) 되는 것이 현대 축구의 추세다 보니, 더욱 혼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리뷰에선 읽은 분들의 혼동을 막기 위해 중앙 미드필더 2명 = 더블 피보테, 수비형 미드필더 2명 = 더블 볼란테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볼란테 = 브라질에선 수비형 미드필더 / 스페인에선 중앙 미드필더 , 브라질의 볼란테 개념을 많이 씀
피보테 = 스페인에선 중앙 미드필더 , 중앙 미드필더를 피보테라고 많이 표기함
※ 참조
- 이형석 저, 현대축구의 전술, 알고 봐야 제대로 보인다, Soccerline (2009)
- 이형석의 Analyzing Football – 라리가 전술 탐구 (1) 후방 플레이메이커의 전성시대 : http://anal-football.net/14
- 이형석의 Analyzing Football – 라리가 전술 탐구 (3) 더블 피보테와 트리보테 : http://anal-football.net/21
- hlee21님의 블로그 – 이탈리아 & 스페인 축구 용어 정리 :
- I LOVE
SOCCER – Roman Abramovich [축구 관련 용어 모음] : http://cafe.daum.net/WorldcupLove/BAOB/1011416
- Best
Eleven 2013년 2월호 – 모던보이 (2) 첫 번째 패스를 건네는 사람
- 이꽁치의 문화수산시장 - 현존하는 최고의 레지스타, 안드레아 피를로 :
http://culturesusan.tistory.com/entry/%EC%95%88%EB%93%9C%EB%A0%88%EC%95%84-%ED%94%BC%EB%A5%BC%EB%A1%9C
- KITABU의 축구 연구소 – 현대 축구에서 후방 플레이메이커가 강조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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