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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드필더(Midfielder)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 중앙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미드필더입니다. 기본적으로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 모두 가담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체력과 폭넓은 활동량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공격 시 패널티 박스에서 상대 진영까지 공을 이동시키는, 공격 전개의 기초 작업인 빌드업’(Build-up)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습니다. 공격과 수비 사이에 있어 공격과 수비 간의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죠. 미드필더들은 빌드업을 패스로 전개하기 때문에 준수한 패스 능력도 필수요소입니다. 혹은 드리블을 통해 직접 공을 운반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수비 상황에선 위치에 따라 수비 가담을 해줍니다. 이처럼 미드필더는 공수 양면에 걸쳐 많은 역할을 해주는 포지션이죠.

 

  현대 축구가 압박과 공간 싸움으로 변화하면서 가장 주목받기 시작한 포지션이 미드필더들입니다. 뒤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싸움에서 유리해지기 위해선 미드필더들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죠. 또한, 선수들의 수준 상승 덕분에 공격수 못지않은 역할을 해내기도 합니다. 축구 전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가장 많은 발전을 이뤘고, 포지션 중 가장 종류가 많고 유형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현대 축구는 미드필더의 시대다라고 평할 정도죠.

 

  그 중요성 때문에 미드필더는 위치에 따라 종류가 나누어지며, 그 안에선 역할, 성향 등에 따라 또다시 다양하게 세분됩니다. 거기에 용어나 역할 등으로 또 나뉘는 등 가장 복잡한 포지션입니다.

 

  이번엔 중요성이 점점 주목받고 있는 미드필더들의 종류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Attacking Midfileder)

 

  공격형 미드필더는 미드필더 중 가장 앞에 위치하며, 이름 그대로 공격에 많이 가담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등장한 이래 공격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JPG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공격의 완급을 조절하고, 공격 방향을 정해주는 플레이메이커(Playmaker) 역할을 주로 맡아 왔습니다. 뒤의 동료보다 앞이되, 공격수들의 바로 뒤인 2선에 위치, 공격수들의 움직임, 위치를 잘 살필 수 있기 때문이죠. (맨 앞에 위치한 공격수들의 위치를 1선이라고 합니다.) 또한 중앙에 위치하니 어느 쪽이든 고루고루 패스를 줄 수가 있죠.

 

  패널티 박스 바로 근처에서 패널티 박스 안을 공략하는 것을 페너트레이션(Penetration)이라고 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이 페너트레이션 과정에 가장 관련이 깊은데, 다른 미드필더들보다 공격수들과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패스 하나가 페너트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공격을 측면으로 전개할지, 아니면 라스트 패스로 공격수에게 찬스 메이킹을 해줄지 판가름나기 때문이죠.


(빌드업과 페너트레이션은 공격 전술 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빌드업 수비, 중원에서부터 패널티 박스까지의 공격 전개 과정 / 페너트레이션 패널티 박스 공략으로 알아두시면 됩니다.)


스루 패스.JPG

<킬 패스를 만들 때 많이 쓰이는 스루 패스(Through Pass)>

 

  그러다 보니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정확하고 창의적인 패스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정확한 패스 하나에 완벽한 득점 찬스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짧은 패스, 로빙 패스, 스루 패스, 롱패스 등으로 상대 수비 라인을 허물고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여기에 상대 수비의 예측을 허물어버리는 창의적인 킬 패스(Kill Pass) 능력이 필요합니다.

 

탈압박 패스.JPG 탈압박 패스2.JPG

<가장 기본적인 탈압박 방법 중 하나인 동료와의 21 패스>

  

  이처럼 공격형 미드필더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주로 맡아 공격의 핵심적인 한 부분을 맡아왔습니다. 그래서 상대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에게 많은 견제를 받게 되니,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탈압박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공을 지켜내 계속 공격 기회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탈압박은 동료와의 패싱 플레이, 뛰어난 개인기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그만큼 고난도의 테크닉과 드리블이 필요하죠. (물론 꼭 화려한 개인기까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혹은 공격수들이 수비수들을 유인해 생기는 공간을 직접 돌파할 능력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상대 수비수를 제칠 수 있는 드리블과 득점력이 필요하죠. 그래서 공격형 미드필더가 공격수 못지않은 득점을 뽑아내기도 합니다.

 

사이 공간.jpg

  공격형 미드필더의 전술적인 이점은 큽니다. 상대의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의 공간에 위치하기 때문이죠. 사이 공간에선 상대 압박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공격형 미드필더가 페너트레이션하기에 훨씬 유리하죠. 그래서 4-4-2와 같은 3열 포메이션의 약점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파고드는 4열 포메이션이 생겨납니다. 4-2-3-1, 4-3-1-2, 3-4-1-2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 활용을 위해 만들어진 4열 포메이션이죠. (3, 4선 포메이션 비교와 포메이션들 설명은 포메이션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하는 일이 쉐도우 스트라이커와 많이 겹칩니다. 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는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쉐도우 스트라이커보다 뒤에 서게 됩니다. 뒤에 서는 만큼 시야가 넓어져 패스의 범위 등이 많이 늘어나죠.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미드필더를 거치는 축구가 강조되면서, 쉐도우 스트라이커가 미드필더 진영까지 자주 내려오게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와 비슷한 역할을 요구 받게 된 거죠. 그러한 흐름에 따라 쉐도우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센터 포워드를 1명 놓고 그 뒤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 공격형 미드필더와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동시에 소화하게 하기도 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이용한 전술은 주로 브라질,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통해 발전하였습니다. 여기선 공격형 미드필더의 주류인 이탈리아의 트레콰르티스타(Trequartista)와 스페인의 메디아 푼타(Media Punta)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 트레콰르티스타(Trequartista)

 

  트레콰르티스타(Trequartista)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3/4을 말합니다. 그라운드를 4등분했을 때 3/4 지점에 위치하는 선수들을 말하는 거죠. 눈치가 빠르시다면, 트레콰르티스타는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점을 알아채셨을 겁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트레콰르티스타는 정확히 이탈리아식 공격형 미드필더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트레콰르티스타는 어떤 특징을 가진 공격형 미드필더일까요?

 

  80년대 중후반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해주는 토탈 사커와, 토탈 사커에 압박을 체계화시킨 컴팩트 풋볼(Compact Football)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에 가장 적합한 4-4-2 포메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4-4-2 포메이션의 약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의 공간, 사이 공간이 약점이었죠.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사이 공간을 공략하는데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제격이었죠. 공격형 미드필더 한 명이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밸런스 붕괴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축구 전술의 선진국 이탈리아의 리그인 세리에 A(Serie A)에서 3-4-1-2, 4-3-1-2 포메이션 등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1’이 바로 트레콰르티스타입니다.

 

(물론 3-5-2 포메이션에서도 트레콰르티스타가 기용됩니다. 하지만 트레콰르티스타를 활용하는 3-5-2 포메이션을 3-4-1-2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3-4-1-2 포메이션 자체가 3-5-2 포메이션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포메이션 편에서 하겠습니다.)

 

3-4-1-2.JPG 4-3-1-2.JPG

<3-4-1-2 포메이션과 4-3-1-2 포메이션. 두 포메이션은 트레콰르티스타를 활용하기 위해 주로 쓰였다.>

 

  3-4-1-2, 4-3-1-2 포메이션은 ‘1’인 트레콰르티스타가 플레이메이커가 되어 공격 전개를 지휘하는 전술입니다. 이 포메이션들은 전체적으로 중앙 밀집 수비에 바탕을 둔 수비적인 전술입니다. 그리고 측면 자원이 윙백, 측면 수비수뿐이기 때문에 측면 공격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공격을 2명의 공격수와 트레콰르티스타의 중앙 역습 위주로 공격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트레콰르티스타는 2명의 공격수를 도와주며 공격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책임져야 했죠. 그만큼 화려한 테크닉과 뛰어난 창의성이 필요했습니다. 수비보다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로 찬스와 득점을 만들어야 했고, 상대 수비를 직접 뚫을 필요가 있었죠.

 

  혼자 힘으로 공격을 이끌어야 하니, 보통 축구 재능이 아니면 뛰어난 트레콰르티스타가 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트레콰르티스타는 테크닉이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맡았고 가장 주목 받는 선수들이었죠. 그래서 트레콰르티스타들을 보고 그라운드의 마술사들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지네딘 지단.jpg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jpg
'히카르도 카카.jpg

<트레콰르티스타들의 대명사들. 프랑스의 전성기인 아트 사커를 이끌었던 지네딘 지단. 라치오 전성기를 이끈 아르헨티나 출신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그리고 가장 나중에 등장했지만 빠른 달리기가 구분된 특징이었던 엄친아히카르도 카카.>

 

  아이러니하게도 트레콰르티스타는 이탈리아에서 등장했지만, 오히려 이탈리아인이 아닌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세리에 A에서 뛰는 외국인 트레콰르티스타들이 자국 대표팀에서 큰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죠.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미드필더 마에스트로’(Maestro) 지네딘 지단(Zinedine Zidane)이 대표적입니다. 자신의 장기인 마르세유 턴등 엄청난 테크닉을 겸비한 지단은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공격을 지휘하였습니다. 특히 프랑스 대표팀 시절 프랑스 축구는 지단을 중심으로 한 아트 사커로 월드컵 우승까지 거머쥐었죠. 테크닉이 정말 뛰어났던 지단은 일부러 상대 수비수를 유인한 뒤 화려한 개인기로 제친 뒤,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내는 플레이가 주특기였죠.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Juan Sebastian Verón)은 세리에 A 최전성기인 7공주 시절, 파르마(Parma)와 라치오(Lazio)의 공격을 이끈 트레콰르티스타였습니다. 어느 정도의 위상이었냐면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 루이스 피구(Louis Figo) 등과 함께 세계 4대 미드필더에 손꼽힐 정도였죠. 경기장을 한눈에 내려 보는 듯한 넓은 시야,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킬 패스,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는 안정된 볼 키핑 등 트레콰르티스타의 자질을 갖춘 선수였죠. 현재 현역에 복귀한 상태입니다.

 

  히카르도 카카(Ricardo Kaka’)는 개성적인 트레콰르티스타였습니다. 테크닉이 좋은 대신 발은 느린 일반적인 트레콰르티스타와 달리 카카는 치고 달리기에 능했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가뿐히 제치는, 더불어 뛰어난 드리블로 막기가 어려웠죠. 덕분에 카카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트레콰르티스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치고 달리기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고, 정확한 라스트 패스와 슈팅으로 공격을 성공했죠.

(여담 하나.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의 카카를 부진에 빠뜨린 부상이 스포츠 탈장인데, 이 탈장 후유증으로 카카의 달리기 속도가 부상 전보다 느려졌습니다. 그래서 카카가 레알 마드리드에선 AC 밀란 소속이던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

 

  그럼 이쯤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단의 스페셜 영상과 치고 달리기하나로 자신만의 트레콰르티스타 스타일을 구축했던 전성기 시절의 카카 스페셜 영상을 보시고 설명 이어가겠습니다.

 

 

 


(카카 제발 이때로 돌아와줘)

 

 

  대부분의 유명한 트레콰르티스타들이 외국 선수들이다 보니, 정작 이탈리아 대표팀에선 트레콰르티스타 활용을 할 수가 없었죠. 하지만 이탈리아 대표팀도 한 선수의 등장으로 트레콰르티스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프란체스코 토티(Franchesco Totti)입니다.

 

프란체스코 토티.jpg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헐리우드 액션으로 국내에선 미움을 받았으나, 이탈리아 축구 전술의 역사를 논할 때 프란체스코 토티를 빼놓을 수 없다. 천재성을 타고난 토티는 트레콰르티스타를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실현하게 해준 장본인이었다. 그 또한 판타지스타란 칭호를 받았다. 여전히 AS 로마에서 현역인 그는 평생 로마에서만 뛰어 로마의 왕자라 칭송받고 있다.>

 

  세리에 A 데뷔 20주, 유스 시절을 포함하면 AS 로마에서만 20년 넘게 뛴 로마의 상징인 토티는 이탈리아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천재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재로 트레콰르티스타를 활용할 수 없었던 이탈리아 대표팀에게 있어 보물과도 같은 존재였죠.

 

  토티의 최고 장점은 공격 재능에서 만능이라는 점입니다. 킬 패스, 원 터치 패스(One Touch Pass, 별도의 동작 없이 바로 한 번에 보내는 패스), 스루 패스는 물론 강력한 중거리슛과 날카로운 프리킥, 거기에 걸맞은 득점력을 모두 가졌죠. 거기에 수비수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강력한 몸싸움까지 겸비했습니다. 현란한 드리블과 개인기도 물론이고요. 이런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토티도 바죠, 델 피에로의 뒤를 이어 판타지스타’(Fantasistar) 칭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토티의 등장으로 이탈리아 대표팀은 축구 강국의 위치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전방에 필리포 인자기, 델 피에로, 루카 토니 등과 그 밑의 트레콰르티스타 토티의 활약이 엄청났기 때문이죠.

 

  76년생임에도 여전히 AS 로마에서 뛰고 있으며, 찬사를 받고 있는 토티의 플레이를 한 번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토티의 12-13 시즌 활약 영상. 이게 76년생의 플레이라니...)

 

 

(토티의 역대 활약 모음 동영상. 등번호 10번이 토티입니다.)

 

 

  그러나 이런 트레콰르티스타 유형은 최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트레콰르티스타는 주로 공격 임무에만 전념하다 보니 그 뒤를 받쳐주는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매우 컸죠. 역습 등 공격을 이끌기 위해 전방에 계속 머물러야 하니, 수비 가담에 제약이 컸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트레콰르티스타들은 공격 재능은 뛰어났지만, 수비 능력이 별로 좋지 않았죠. (지단도 수비 능력은 약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미리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트레콰르티스타를 쓰기 위한 포메이션들 모두 측면 미드필더들을 두지 않습니다. , 측면 공격뿐만 아니라 측면 수비까지 한계가 있었죠. 또한 공격을 트레콰르티스타 중심으로 풀어가는데,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등장으로 트레콰르티스타들이 묶이면 아예 공격이 막혀버리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트레콰르티스타를 활용한 전술이 세리에 A 내에선 잘 통했지만, 타 유럽 팀들과 붙는 챔피언스 리그에선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트레콰르티스타 한 명을 위해 팀 밸런스 균형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점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트레콰르티스타에 팀 전술을 맞추기보단, 트레콰르티스타가 팀 전술에 맞춰져야 하는 상황이 온 겁니다.

 

윤정환.jpg

  토털 사커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한 2002년 월드컵 한국 대표팀도 비슷한 딜레마를 겪었죠.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한국명 희동구) 감독은 한 가지 갈등에 직면했습니다. 당시 한국 대표팀엔 윤정환이란 뛰어난 트레콰르티스타형 플레이메이커가 있었습니다. 역대 최고의 재능이란 찬사를 받던 윤정환은 창의적인 패스가 좋아 플레이메이커로선 합격이었지만, 수비력이 좋지 않아 토털 사커엔 부적합했죠.


  그리고 당시 히딩크는 3-4-3 포메이션을 사용했는데, 윤정환이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가 없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에 있자니 수비력이 좋지 않고, 그렇다고 윙 포워드 자리에 놓기엔 설기현, 이천수, 박지성, 차두리 등 기량이 충분한 윙 포워드들이 많았죠.

 

  결국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중시했던 히딩크 감독은 본선까지 윤정환을 데려갔지만, 끝내 출전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윤정환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라고 부르는 동시에 비운의 플레이메이커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국, 트레콰르티스타를 적극 활용하던 이탈리아 축구도 변했습니다. 일부 강팀을 제외하곤 대부분 다른 포메이션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기존 트레콰르티스타였던 선수들도 윙어나 쉐도우 스트라이커 등 다른 위치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토티도 어쩔 수 없이 로마에서 쉐도우 스트라이커(세콘다 푼타) 등으로 포지션을 옮기게 되었죠. (그래도 차후 AS 로마의 제로 톱 전술의 중심이 되었죠.) 그리고 유로 2012에서 체사레 프란델리(Cesare Prandelli) 감독도 트레콰르티스타 없는 전술로 이탈리아 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현재도 이탈리아 대표팀은 트레콰르티스타 전술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트레콰르티스타는 점차 자취를 감췄으나,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여전히 매력적인 포지션이었기 때문이죠. 대신 트레콰르티스타에겐 없는 수비 능력과 활동량을 겸비한 트레콰르티스타들이 대두됩니다.

 

마렉 함식.jpg 케빈 프린스 보아텡.jpg

<새로운 유형의 트레콰르티스타의 대표 주자들. 나폴리의 중심이자 슬로바키아 국가대표 마렉 함식. 가나 국가대표이자 AC 밀란의 공격을 이끄는 케빈 프린스 보아텡.>

 

  세리에A 나폴리 소속의 마렉 함식(Marek Hamsik)AC 밀란의 케빈 프린스 보아텡(Kevin Prince Boateng)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두 선수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의 필수인 날카로운 패스, 상대 압박을 허무는 테크닉 등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진 전통적인 트레콰르티스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둘에겐 공격과 수비 모두 오갈 수 있는 활동량, 수비력과 뛰어난 피지컬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둘은 동료와 함께 수비에 가담, 중원 장악을 도와줄 수 있죠. 더는 동료에게 수비 부담을 전가하지 않게 된 겁니다. 보아텡은 피지컬과 활동량을 기반으로 수비 가담에 적극적입니다. 또한, 라스트 패스와 함께 날카로운 중거리슛도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12-13 시즌엔 삽을 하도 많이 퍼서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함식은 세리에 A에서 최다 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의 중심이고, 직접 득점도 넣는 미드라이커(Midliker)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 중앙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가는 등 헌신적인 수비를 하고 있죠.

 

  이러한 단점들로 인하여 트레콰르티스타가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 역할도 같이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트레콰르티스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즉 트레콰르티스타 혼자 하기보단 다른 동료들과의 협력 플레이가 중요시되는 것이죠.

 

 

- 메디아 푼타(Media Punta)

 

  공격형 미드필더를 가리키는 단어에는 메디아 푼타(Media Punta, Media = Medium이고 Punta는 모서리, 칼날을 의미)도 있습니다. 스페인어인 메디아 푼타도 공격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다만 트레콰르티스타와 차이점을 들자면, 메디아 푼타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모두 포함한다는 점이죠. 트레콰르티스타도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포함했지만, 사실 세콘다 푼타로 엄연히 분리되어 있었죠.

 

  메디아 푼타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 공격형 미드필더인 스페인식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볼 수 있습니다.


4-2-3-1.JPG

<미드필더를 중시한 스페인에서 시작된 4-2-3-1 포메이션. 이 포메이션 상 공격형 미드필더를 메디아 푼타라고 불렀으며, 공격 전개의 핵심이다.>

 

  스페인 축구는 미드필더를 중시하는 4-2-3-1 포메이션 중심으로 발전해왔고, 메디아 푼타는 ‘3’의 가운데에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메디아 푼타는 이 위치에서 쉐도우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해주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같이 맡고 있죠. 기본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의 능력과 2선 공격수의 능력도 같이 갖춰야 합니다. 최전방 공격수가 원톱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쉐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갖춰야 했죠. 그리고 볼 키핑과 동료와의 연계가 더욱 중시되는데요, 왜냐면 최전방 공격수가 1명이라 양 측면 윙어들과의 연계가 중요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트레콰르티스타는 혼자서 만들어내는 것이 중시되었다면, 메디아 푼타는 연계에도 많은 중점을 둔다는 것이 차이죠. 이것은 각각 기용되는 포메이션의 차이에서 비롯된 차이점이죠.

 

  여기서 잠깐. 왜 굳이 메디아 푼타라는 용어를 쓸까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스페인에서 시작된 4-2-3-1 포메이션을 많이 쓰는 추세입니다. (최근 K리그에서도 4-2-3-1 포메이션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3’에서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용어로 메디아 푼타라는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이죠.

 

  전 세계 축구계에 4-2-3-1 포메이션이 유행하게 되면서, 좋은 메디아 푼타를 보유하는 것이 핵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메디아 푼타는 현재 공격형 미드필더의 주류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메수트 외질.jpg 후안 마타.jpg

<최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메디아 푼타 2. 터키 이주민 2세로 독일 대표팀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는 메수트 외질. 그리고 스페인 최고의 윙어면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하고 있는 후안 마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메디아 푼타로는 레알 마드리드의 메수트 외질(Mesut Özil), 첼시의 후안 마타(Juan Mata)가 있습니다. 이들은 빠른 발과 드리블을 소유하고 있고, 그에 못지않게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진에게 찬스 메이킹을 해주고 있죠.

 

  독일 대표팀의 4-2-3-1 포메이션에서 ‘3’의 가운데를 맡는 외질은 독일 공격의 핵심을 맡고 있습니다. 선 굵고 투박한 독일 축구에 테크닉을 불어넣었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큰 역할을 해주고 있죠. 외질의 활약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강력한 공격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수비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지만 준수한 수비 가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이상적인 공격형 미드필더가 되어가는 중이죠.

 

  윙어로 뛰기도 했던 마타는 12-13 시즌부터 첼시의 4-2-3-1 포메이션에서 메디아 푼타를 맡게 되었습니다. 최전방 공격수의 부진을 직접 득점으로 풀어주기까지 하는 등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다르게 경기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압박이 거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시즌 만에 팀 에이스에 등극하며 수준급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 잡고 있죠. 하지만 정작 스페인 대표팀에선 워낙 경쟁자가 많아 주로 윙어로 활약하고 있죠.

 

 

(메수트 외질 테크닉 영상.)

 

 

(첼시의 노예 에이스 후안 마타 스페셜 영상.)

 

 

황진성.jpg

  우리나라에선 아직 4-2-3-1 포메이션이 도입 시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메디아 푼타 비슷한 유형의 선수는 있죠. 포항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스틸 타카의 중심인 황카카황진성 선수죠. 사실 포항은 4-3-3 포메이션에 가까워서 황진성을 메디아 푼타라고 하기엔 부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포항의 작년 포항의 제로 톱(Zero Top) 전술의 중심에 있었고, 인지도는 낮으나 한국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중의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현재 포항 공격의 핵심이기도 하죠.

 

  황진성은 화려한 개인기보단 간결한 볼 터치(Ball Touch)와 테크닉이 장점입니다. 공격수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패스를 받아 마무리 짓는 능력이 탁월하죠. 또한, 좁은 공간에서의 드리블도 탁월하고요. 이렇듯 황진성은 현재 포항 공격의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군 문제로 해외 출국이 불가능하지만,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포항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행보가 달라졌을 거라 추측해봅니다.

 

 

  위의 내용을 읽으시고, 많은 분이 왜 공격형 미드필더 하나 놓고 용어가 왜 이리 많냐?!’라고 하실 겁니다. 아무래도 공격형 미드필더 전술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위주로 발달하였고, 따라서 대부분의 국내 축구 자료도 이탈리아와 스페인 전술 자료를 기초로 하다 보니,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생긴 문제로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단순히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단어 하나로 묶기엔 그 세세한 차이도 존재하고 있고요.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3-4-1-2 & 4-3-1-2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트레콰르티스타,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메디아 푼타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4-2-3-1 포메이션이 대세가 되면서 메디아 푼타란 명칭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트레콰르티스타와 메디아 푼타 둘 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되, 자세히 보면 기용되는 포메이션과 전술에 따라 서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점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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